서태지의 콘서트 현장을 다녀온 에디터의 생생한 후기!

5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10월 18일 잠실 주경기장에는 왕년의 또는 현재진행형의 ‘서태지 마니아’가 모두 모였다. 그의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발매에 앞서 열린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보기 위해서다. 5년 사이에 그는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9집 <콰이어트 나이트>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빨간 머리를 하고 무섭게 머리를 흔들던 그때와는 분명 외모도 음악도 달라졌다.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혹자는 한물갔다고 말하고 혹자는 또 다른 방식의 서태지라 말했다.

 

공연은 한 시간이나 지연되었지만, 할로윈 분장을 한 스태프들이 주경기장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고 댄싱퀸의 안무가들의 쇼 지루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서태지 등장. “정말 오랜만이죠?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 넓은 공간을 가득 메우는 환호성이 터졌다. 5년 만에 팬들 앞에 선 그는 많이 긴장한 듯 했고 많이 감격한 듯 했다. 그는 곧 아이유와 함께 ‘듀엣’ 버전의 ‘소격동’을 불렀다. 새 앨범의 신곡들과 함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곡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너를 지우려고 해’, ‘너에게’를 부를 때는 서태지도 팬들도 어떤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1만 5천 여명의 떼창은 그 넓은 운동장을 순식간에 잠식했다. ‘하여가’, ‘교실 이데아’ 등은 래퍼 바스코와 스윙스가 합류해 ‘아이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수십 년에 걸친 곡들의 스펙트럼만큼이나 훌륭했던 음향, 서태지의 투혼은 꽤 인상적이었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팬들이 마지막에 날린 ‘노란 비행기’는 앙코르 곡 ‘Take Five’와 유쾌하게 어우러졌다. 누가 뭐라 하건, 서태지라는 이름은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걸 확인할 수 있었던 10월의 특별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