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먹을 것은 많다. 그리고 식문화는 그 지역의 문화를 짐작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열쇠다. 페루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가 <얼루어>를 위해 상을 차렸다. 그 식탁에는 페루의 역사, 그리고 문화가 있었다.



페루의 전성기, 아름다운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배꼽’이라는 뜻이다. 페루 문화의 중심지인 ‘쿠스코’와 같은 이름의 레스토랑을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원종 대표의 남미 사랑은 유별나다. 페루는 물론 라틴아메리카 전체가 우리에게 낯설던 시절부터 라틴 동호회를 운영하고, ‘비바 라틴’이라는 이름의 여행사를 운영하며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에 깊숙이 발을 담근 이원종 대표가 소개하는 페루 음식의 세계. 

 

ㅡ 날씨와 음식 페루의 기후는 다채롭다. 해발 6,000미터를 오르내리는 안데스 산맥이 있는가 하면, 세상에서 가장 메마른 땅으로 꼽히는 사막이 있고, 태평양과 이어지는 항구 피스코, 그리고 지역 곳곳에는 거대한 호수도 있다. 식재료는 풍부하지만, 고산지대의 특성상 하루에 섭씨 30도까지 벌어지는 일교차는 음식을 보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페루의 대표적인 음식인 세비체를 비롯해 레몬, 라임에 절인 요리가 많은 것도 그 때문. 페루의 넓은 사막 지대는 현대에 와서는 대형 양계장 터로 사용하고 있다. 페루에서 넓은 대지는 보기 드물 뿐 아니라, 축사 특유의 냄새와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사막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ㅡ 페루비안 퀴진의 열풍 2011년, 페루비안 퀴진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세계 최고의 50개 레스토랑 중 하나로 페루의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Astrid Y Gaston)’이 꼽힌 것이다. 페루식 샌드위치와 차이니스 페루비안 요리 등 다양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페루의 스타 셰프, 가스통 야쿠리오가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뉴 페루비안 퀴진을 표방한다. 2012년에는 <포브스> 매거진이 선정한 음식 트렌드에 ‘페루비안 퀴진’이 선정되기도 했다. 페루의 음식 문화에는 안데스식 요리법뿐 아니라 스페인,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세계의 음식 문화가 한 접시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유럽 본토가 프랑스 혁명 등의 격변을 겪을 때마다 몰락한 지배층의 요리사들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지배하의 남미로 이주한 것도 페루의 음식 문화를 한층 방대하고 섬세하게 만드는 데 공을 세웠다. 

 

ㅡ 페루와 일본의 상관관계 페루의 대도시에서 일본 음식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본 사람들이 19세기 말부터 페루로 대규모 농업 이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페루 전역의 일본계 이민자들은 1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페루의 한국 교민이 1천 명 정도로 추산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다. 생선을 날로 먹는 사시미에서 착안해 고추와 곁들여 먹는 티라디토도 세비체만큼이나 페루 사람들에게 친근한 음식이다.

 

1 세비체 <꽃보다 청춘> 페루편에 등장해 침샘을 자극한 세비체는 해산물 샐러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흰살 생선을 회처럼 잘라 야채와 함께 소스에 절여 먹는데, 열 대신 산성이 강한 레몬과 식초의 산으로 생선의 표면을 익히는 것이다. 세비체의 맛을 좌우하는 건 ‘호랑이 우유’라고 불리는 소스다. 레몬즙, 고추, 생강, 마늘, 셀러리, 고수 등의 다양한 야채와 해물을 우려낸 소스는 한 모금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새콤하다. 페루 사람들은 이 호랑이 우유를 술을 잔뜩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마신다. 강한 소스의 맛 때문에 튀긴 고구마나 빵을 곁들인다. 현지에서는 고구마 대신 고구마와 비슷하게 생긴 ‘유카’를 이용한다

 

2 파파레이아냐 페루에서는 감자를 파파라고 부른다. ‘파파’는 ‘아빠’라는 뜻도 있는데, 감자의 원산지가 페루인 만큼 이렇게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다. 본디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채소인 만큼 페루의 시장에 가면 30~40가지 품종의 감자를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삶은 감자를 으깨서 만두피처럼 만든 후 고기, 야채, 계란으로 속을 채운 뒤 튀겨낸 파파레이아냐는 크로켓의 일종이다. 페루 사람들은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3 잉카콜라 뜨겁고 건조한 페루에서는 콜라가 인기다. 소위 광천수라고 불리는 탄산수가 풍부한 페루의 지형적 특성 역시 탄산음료의 발달에 기여했는데, 페루에서 시작한 여러 콜라 중에 세계적인 브랜드 콜라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한 것이 바로 잉카콜라다. 잉카콜라의 황금색 캔은 전설의 잉카 제국을 상징하는데, 재미있는 건 음료 색깔도 황금빛이라는 것! 

 

4 피스코 페루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술이다. 흰 빛깔 때문에 한국의 소주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포도를 증류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화학주인 소주와는 차이가 있다. 라벨에는 으레 지명이 따라붙는데 피스코 이탈리아(Pisco Italy)라고 쓰인 술은 이탈리아 품종 포도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5 양고기찜 라마는 페루 현지 발음으로 ‘야마’라고 불린다. 안데스 고원에는 야마를 닮은 또 다른 낙타과 동물이 있으니 바로 알파카와 비쿠냐, 그리고 구아나코다. 이 4총사는 고대 안데스 사람들에게 짐 운반은 물론 우유와 털, 고기까지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였다. 단 특유의 냄새 때문에 요리할 때는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페루의 막걸리, ‘치차’에 재워 요리를 해야 했는데, 이런 요리법은 이후 양, 닭 등 다른 고기찜을 만들 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치차에 절인 후 향신료를 뿌린 뒤 감자와 함께 냄비에 끓여내는 양고기찜은 고단백질 요리로도 명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