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가 좋은 만큼 누구는 싫다고 말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성공한 예능에는 어김없이‘비호감’이 있다. 그런데 바로 ‘비호감’인 그들이 예능의 성패를 좌우한다. 좋고 싫음에 대한 동질감은 TV를 떠나지 못하게 하니까.



요즘 어떤 예능이 잘나가는지 궁금할 때면 점심 간에 귀를 기울인다. 친구들과 있을 때, 회사 동료들과 함께할 때, 또는 소개팅에서 말문이 막히고 어쩐지 어색할 때, 침묵을 깨기 위한 가장 쉬운 질문은 바로 이것. “어제 TV 뭐 봤어?”만 한 것이 없다. 그러고 나면 각자 본 장면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펼쳐질 텐데, 많은 사람이 이 대화에 참여할수록, 더 열정적일수록 그 프로그램은 ‘핫’하다. 한국갤럽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이 점심 식사표 시청률에 따르면 요즘 가장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은 <비정상회담>과 <꽃보다 청춘>이다. 두 프 로그램은 특히 첫 방송과 두 번째 방송 직후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처음에는 이 예능에 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매력남들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흘러나온다. 먼저 <비정상회담>. 로빈이 귀엽다, 알차장만 한 사람이 없다, 제임스가 떠나서 슬프다, 기욤에게 소고기를 사주고 싶다, 그 다음은 <꽃보다 청춘>. 역시 유희열이다, 난 유희열이 그렇게 웃긴 사람인지 그가 라디오를 진행할 때부터 진작에 알았다, 이적은 늙지도 않는다 등. 그런데 조금 더 들어보면 아주 단호한 대척점도 존재한다. 나는 에네스 카야가 싫다! 윤상은 딱 싫다! 다들 입을 모으는 것이다.  

 

에네스 카야는 우리 아버지보다 더 보수적인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고, 성시경은 회식 발언을 잘못해서 발라드의 황제에서 추락해 비호감이 되었다. <꽃보다 청춘>에서 윤상이 비호감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일명 ‘꽃청춘’ 삼총사가 베일을 벗었을 때, 사람들은 윤상과 유희열, 이적이라는 조합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윤상이 특유의 곱게 자란 도련님 같은 모습으로 여행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응가시스템’이 고장난 모습을 보임으로써 그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성공적인 예능에서 비호감은 늘 존재해왔다. 비호감은 어쩌면 성공적인 예능의 필수요소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통해서도 동질감을 얻지만, 싫어하는 사람을 통해서 더 큰 동질감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공의 적이 필요하다’거나 ‘욕하면서 친해진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다. “난 이 사람이 별로야, 너도 그렇지?”라는 동질감은 예능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시청자들을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라디오스타>의 규현은 한때 전임자만큼 웃기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호감의 아이콘 김구라를 제치고 비호감이 되었다. 전현무는 <나 혼자 산다>에서 무리수를 띄운다는 이유로 비호감이 되었고, 헨리는 <진짜 사나이>에서 한국식 군대문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다 동료들을 힘들게 해서 ‘미운털’이 박혔다. 지금 그 타이틀은 <진짜 사나이 – 여군 특집편>에서 그대로 맹승지에게 넘어갔다. 공중파 예능보다 케이블TV의 리얼리티 쇼에서는 그 비호감의 증폭이 더 크다. <슈퍼스타K> 시리즈는 비호감을 여럿 배출했는데, 그중 김그림은 단체 미션에서 팀원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운털. 또 <쇼미더머니2>의 준우승자 스윙스는 독설과 거만함과 자신감을 오가는 특유의 애티튜드로 열렬한 팬덤과 안티를 동시에 양산했다.

 

이 비호감이 ‘편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다. 갈등, 튀는 사람,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과 같은 ‘잡음’은 프로그램 에 대한 화제와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예능은 늘 ‘악마의 편집’ 논란에 시달린다. 이런 모습은 케이블TV의 리얼리티 쇼에서 더 두드러진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악마의 편집’에 대한 이의제기나 항의가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 예리밴드의 하차는 ‘악마의 편집’을 표면으로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슈퍼스타K> 시즌 3에 참여한 예리밴드는 ‘악마의 편집’을 이유로 생방송 직전 숙소를 무단이탈해 프로그램에서 하차 했고, 대신 투입된 버스커버스커는 <슈퍼스타K>가 배출한 최고의 뮤지션이 되었다. 또 지난달 막을 내린 <쇼미더머니3>는 시작부터 심사위원들이 ‘악마의 편집’을 가동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전 편이 ‘악마의 편집’ 논란이 많았던 만큼 처음부터 털고 가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시청자들이 ‘악마의 편집’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화제 속에서 방송 중인 <진짜 사 나이 – 여군 특집>에서 맹승지가 혼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바뀐 것을 네티즌들이 눈치 챈 것이다. 이에 MBC 관계자는 “워낙 장시간 촬영을 축약하다 보니 맹승지가 여러 번 혼난 걸 두 번으로 축약했다”라며 “편집 과정에서 큰 흐름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장면의 순서를 바꾸며 벌어진 실수다”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시청률을 위한 ‘악마의 편집’은 존재할까? 한 예능 작가는 “우리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편집’을 할 뿐이다. 때로는 열 몇 시간의 녹화분을 한두 시간 분량으로 축소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버려지다 보니 생기는 오해다. 우리는 캐릭터를 살릴 뿐”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이미진은 “빠른 시간 안에 시청자의 반응을 끌어내야 하는 예능에서 갈등이나 튀는 캐릭터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예능에서의 비호감은 필요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그 비호감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 이다. 결국 모두를 사랑받게 하고 싶고, 그러므로 시청률을 공고히 하고 싶은 제작진은 이들에게 씌워진 비호감 왕관도 편집과 자막을 동원해 거둘 수 있는 존재들이다. 또 한순간의 말 실수나 상황 때문에 씌워진 ‘비호감’이라면 그 주홍글씨도 점점 희미해진다. 윤상은 <꽃보다 청춘>에서 ‘유희견’보다 웃기지 않았고, 이적보다 눈치가 빠르지 못했다. 사람 들은 배낭여행에서, 가족여행에서 만난 불편한 기억을 윤상에게 덧씌웠다. 윤상은 같이 여행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의 총체였다. 그 후 제작진이 윤상에 대한 자막은 유독 공들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픈 몸으로 짐이 될까봐 걱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크게 키웠다. 화장실 문제부터 고산병까지, 윤상은 그저 남들보다 약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는 술을 끊고 먹기 시작한 우울증 약이라는 고백도 있었다. 그는 앞장서지는 못해도 더 빠르게 걸으려 애쓰고, 되도록이면 힘든 내색 은 비추지 않았고, 시청자들은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에네스 카야도 속 깊은 마음으로, 또 누구보다 정확한 한국어와 논리적인 언변으로 호감의 세상으로 왔다. 허둥대던 헨리는 점점 의젓한 병사로 거듭나며 ‘이제는 헨리 때문에 본다’는 팬을 양산했다. 특히 <진짜 사나이 – 필리핀 파병 편>에서 현지 아이들을 따뜻하게  돌보고, 용기를 북돋우는 장면은 최고였다. 스윙스는 카리스마와 인기를 탑재한 심사위원으로 <쇼미더머니3>에 당당히 복귀했다. 오늘도 우리는 예능을 보면서 누군가의 흉을 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시청률의 공신이다. 예능의 비호감은 영원하 지 않다. 우리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그들을 사랑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