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즐기고픈 에디터는 모처럼 향수가 사고 싶어졌다. 이 세 개의 향수 때문에!

 

1 불가리의 레젬메 아마레나 오 드 퍼퓸

불가리하면 보석이다. 그러니 보석에서 영감받은 향수가 나오는 일도 당연히 불가리의 몫이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이 향수는 사실 발리 첫 공개자리에서 만났는데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하이 주얼리 전통성의 훌륭한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다. 고대 로마의 항아리인 암포라를 재현한 유려하고 기품있는 디자인 덕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다. 6가지 레젬메 컬렉션 중 특히 아마레나는 핑크색 토르말린을 표현한다. 체리, 네롤리, 바이올렛 잎, 로즈, 튜베로즈 같은 매혹적인 향을 맡으면 이국적인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100ml 43만5천원

 

2 앳킨슨의 24 올드 본드 스트리트 오 드 코롱

마침 압도당하는 향수를 만나고 싶던 터였다. 200년 역사를 가진 향수와 조우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영국 니치 향수에 요즘 끌리던 나는 이 향수를 보자마자 무릎을 쳤다. 앳킨슨의 대표작인 24 올드 본드 스트리트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패키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오렌지색의 육중한 문장을 건네 받는 듯 장엄한 기분까지 들었다. 향은 따뜻한 느낌인데 터키시 로즈 압솔뤼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주니퍼, 블랙티, 피티드 몰트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상쾌한 향을 뿜어낸다. 향은 전혀 장엄하지 않으니 반전의 매력이 있는 셈이다. 100ml 17만5천원.

 

3 버버리의 마이 버버리 오 드 퍼퓸

재치에 웃었다.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를 잘라 향수병 뚜껑에 리본을 묶은 거야? 정말이었다. 그 버버리의 트렌치 코트의 잉글랜드산 개버딘 소재란다.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 겸 최고 경영자인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조향사인 프란시스 커정과 함께 작업한 향수 마이 버버리 말이다. 비 온 뒤 촉촉한 영국 정원의 싱그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스위트 피, 베르가못, 제라늄, 모과, 로즈 등 가을에 어울리는 플로랄 향으로 만들어졌다. ‘영국적인 우아함과 절제미가 들어간 플로랄 향수는 이런 것이야!’ 라고 하는 듯한 향이다. 90ml 19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