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채도의 보색 컬러, 베이비돌 드레스, 단정한 코트와 메탈 장식이 빚어낸 1960년대의 젊음 가득한 멋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다시 트렌드의 중심에 들어섰다.

누군가는 이번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의 가장 큰 트렌드가 1960년대 풍 레트로 스타일이라는 데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매년 새 시즌 트렌드를 논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복고 코드, 그중에서도 1960년대 스타일은 이미 수차례 거론되고 복습되었으니까. 얼핏 트렌드의 재탕 같아 보이지만, 1960년대 스타일은 늘 조금씩 다른 형태로, 새롭게 선보여왔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다.

 

1 1960년대 화보 촬영 현장의 진 쉬림튼. 2 면 메탈 소재 귀고리는 9천원, H&M. 3 생 로랑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1967년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프랑수아즈 아르디. 4 플라스틱과 소가죽 소재 뱅글은 가격미정,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5 캐시미어 소재 코트는 가격미정,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6 소가죽 소재 체인 숄더백은 가격미정, 프라다(Prada). 7 트롱프뢰유 프린트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미니스커트는 2만9천원, 버쉬카(Bershka).

1 1960년대 화보 촬영 현장의 진 쉬림튼. 2 면 메탈 소재 귀고리는 9천원, H&M. 3 생 로랑의 2014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연상시키는, 1967년 콘서트에서 공연 중인 프랑수아즈 아르디. 4 플라스틱과 소가죽 소재 뱅글은 가격미정,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5 캐시미어 소재 코트는 가격미정,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6 소가죽 소재 체인 숄더백은 가격미정, 프라다(Prada). 7 트롱프뢰유 프린트의 폴리에스테르 소재 미니스커트는 2만9천원, 버쉬카(Bershka). 

 

 

1960년대 스타일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즈, 베이비 돌, 레트로 퓨처리즘, 팝아트, 알파인 시크 등 1960년대를 관통한 스타일은 그 어떤 시절보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품고 있는데, 이는 당시의 급변하는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내리막길에 접어든 부르주아 문화는 트위기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진 쉬림튼처럼 미니스커트를 입으며 브리지트 바르도처럼 성적 매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젊은이들의 유스 컬처(Youth Culture)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기성세대의 그늘을 벗어난 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관습 타파를 외치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끼리 무리 지었는데, 그렇게 말끔한 슈트와 A라인 드레스, 옵티컬 프린트를 즐긴 영국의 ‘모즈(Mods)’나, 아방가르드한 아이디어와 상식을 깬 스타일의 앤디 워홀, 에디 세즈윅과 루 리드를 주축으로 한 ‘팩토리(The Factory)’가 탄생했다. 젊은이들의 사회적 권력이 커지면서 옷차림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힘입어 파코 라반과 쿠레주, 피에르 가르댕 같은 디자이너들은 메탈, 플라스틱, PVC 등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미래지향적인 옷을 선보였고, 새롭게 형성된 젯셋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일론 스키복과 유럽 시골의 손뜨개 스웨터를 섞어 입게 만들었다. 또 믹 재거의 연인이었던 마리안 페이스풀이 스웨이드 팬츠 슈트와 깃털 목도리, 챙 넓은 모자 등 보헤미안 감성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공항패션 종결자로 거듭났으니 가히 스타일의 다양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1960년대의 문화와 패션은 단순하게 정의될 수 없었고, 다양한 영감으로 가득했다. 관건은 어떻게 조합하느냐였다.

 

8 원반 장식의 스웨이드 소재 펌프스는 가격미정, 피에르 아르디 (Pierre Hardy). 9 실크 소재 재킷과 팬츠는 모두 가격미정, 앤디앤뎁 (Andy&Debb). 10 울 소재 드레스는 1백83만원, 엠포리오 아르마니. 11 아세테이트 프레임 선글라스는 50만원대, 구찌 바이 사필로(Gucci by Safilo). 12 소가죽 소재 토트백은 가격미정, 훌라(Furla). 13 1960년대 가장 쿨한 커플이었던 믹 재거와 마리안 페이스풀. 14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트위기. 15 소가죽 소재 부티는 5만9천원, 자라(Zara). 16 슬 리브리스 블라우스는 4만9천원, 자라. 17 송아지가죽 소재 롱 부츠는 가격미정, 구찌(Gucci).

8 원반 장식의 스웨이드 소재 펌프스는 가격미정, 피에르 아르디 (Pierre Hardy). 9 실크 소재 재킷과 팬츠는 모두 가격미정, 앤디앤뎁 (Andy&Debb). 10 울 소재 드레스는 1백83만원, 엠포리오 아르마니. 11 아세테이트 프레임 선글라스는 50만원대, 구찌 바이 사필로(Gucci by Safilo). 12 소가죽 소재 토트백은 가격미정, 훌라(Furla). 13 1960년대 가장 쿨한 커플이었던 믹 재거와 마리안 페이스풀. 14 베이비 돌 드레스를 입은 트위기. 15 소가죽 소재 부티는 5만9천원, 자라(Zara). 16 슬 리브리스 블라우스는 4만9천원, 자라. 17 송아지가죽 소재 롱 부츠는 가격미정, 구찌(Gucci). 

 

 

2014년 가을/겨울 시즌 런웨이를 지배한 1960년대 스타일은 미니멀한 실루엣의 모즈 룩에 기반을 두는 대신, 선명한 컬러와 반짝이는 메탈릭 장식으로 활기를 더했다. 구찌의 프리다 지아니니는 간결한 재단의 A라인 드레스와 풍성한 모피 재킷, 팬츠 슈트와 더블브레스티드 코트 등 1960년대의 감성에 딱 어울리는 옷을 선보였는데, 더스티 핑크와 베이비 블루, 소프트 그린, 머스터드 등 부드럽고 따뜻한 파스텔 컬러를 적용해 로맨틱한 느낌이었다. 미니 드레스에 모피 코트를 걸치고 노래하던 프랑수아즈 아르디는 생 로랑의 에디 슬리먼에 의해 부활했다. 1960년대로 돌아간 그는 당시 무슈 생로랑이 선보였던 비즈 장식의 미니 드레스와 미니 케이프, 모피 코트를 요즘 여자들의 입맛에 맞춰 업그레이드했다. 니콜라스 게스키에르의 첫 번째 루이 비통 컬렉션 또한 A라인 실루엣을 기본으로 니트웨어와 가죽 코트, 그래픽 패턴의 장식을 섞은 모던한 복고풍 무드를 제안했는데, 브랜드 고유의 장인 정신이 더해져 풍성한 느낌이었다. 액세서리도 큰 몫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롱 부츠들. 구찌의 뱀피 소재 부츠나 생 로랑의 글리터 부츠는 마치 마리안 페이스풀의 옷장에서 빼내온 것 같았고, 발렌티노의 옵티컬 패턴의 부티는 우리 시대의 트위기를 겨냥한 듯 깜찍했다. 이 외에도 미우 미우, 프라다의 각진 가방과, 발렌티노, 디스퀘어드, 구찌 컬렉션에서 등장한 큼직한 뿔테 선글라스는 2014년식의 1960년대 스타일을 마무리 짓는 키 아이템들. 스팽글 장식이나 메탈릭 가공 처리한 소재를 적재적소에 더해 발랄하고 젊은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