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필모그래피를 다지듯, 좋은 커리어를 위해서 때로 이직은 필수적인 선택이 된다. 이직 잘하는 이들에게 들어본, 후회 없는 이직을 위한 안내서.

경력은 2년부터 이직의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많은 면접관이 경력의 기준으로 최소 2년을 말한다. “이력서를 봤는데 6개월, 1년 정도의 짧은 경력이 많으면 신뢰가 가지 않아요.” 특히 홍보, 마케팅 직군의 경우에는 대행사에서 본사로의 이직이 잦은 편인데, 이때에도 한 클라이언트를 2년 정도 꾸준히 맡아온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3~5년 정도 경력이 있으면 좋은 제안을 많이 받을 수 있더군요.” 현재 한불모터스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는 한승조 과장의 말도 그와 같다. 비슷한 증언도 이어진다. 접 이직도 하고, 헤드헌터도 많이 만나보았는데 이직한 게 흠이 되지 않는 경력은 최소 3년이었습니다.” 아직 충분한 경력이 없다면, 현재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은 이직을 위한 초석이다.

 

이력서 업데이트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으로 몇 번의 이직을 한 팀장이 있다. 이 남자의 이직 노하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평소에 자신이 한 큰 프로젝트 등을 적어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습관을 들인 것. “그 선배는 동기들 사이에서 ‘이직의 달인’으로 불려요. 다들 노하우를 궁금해했는데, 선배는 자기만의 양식을 마련해두고 한 달에 한 번씩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고 하더라고요.” 급하게 만들면 놓치는 부분이 많지만, 자주 업데이트를 해놓다 보면 자신이 진행한 프로젝트나 결과를 놓치지 않고 기입할 수 있고, 이직의 기회가 왔을 때 언제든 기한에 상관없이 여유 있게 제출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직의 달인’은 다르다며 무릎을 쳤죠.”

 

미리 말하기 이직을 결심했거나, 아니면 좋은 제안을 받아 새로운 회사의 면접을 본 사람들은 채용 과정이 모두 끝난 후에야 기존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렇게통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종 면접까지 통과한 후에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고 선언했죠. 제 팀장이 굉장히 당황하고 섭섭해하더라고요. 무조건 그만두는 대신, 자신과 먼저 상의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미안해졌어요.” 세 번 이직한 연구원 김진선의 말이다. “그 다음 이직 제안이 왔을 때에는 1차 면접만 보고 팀장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죠. 이런 제안이 들어왔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진행해보려고 한다고요. 팀장은 어떤 점 때문에 이직을 하려 하느냐고 물었고, 저는 업무 강도와 급여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했죠. 팀장은 고민해보겠다고 하더니, 팀원을 더 뽑아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직을 보류했습니다. 좋은 경험이었어요.”

 

싸우지 말 것 SNS에서 화제가 된 말이 있다. ‘회사 보고 들어가서 상사 보고 나온다’. 그만큼 맞지 않는 상사와 일하는 건 회사를 옮길 만큼 괴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은 사생활과는 다른 만큼, 극단적으로 감정이 상하거나, 치고받고 싸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냐고? 물론이다! “제 사수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회사 생활 하다 보면 늘 올바른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팀장과 다툼이 잦았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어요.” 소통을 위한 토론이 아닌, 감정적인 싸움은 지양해야 할 일이다. ‘다루기 힘든 까다로운 사람’ 즉 ‘트러블 메이커’로 업계에서 소문이 날뿐더러, 회사는 대개 상사의 편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후배 직원을 뽑는 모험을 할 상사는 별로 없다. 마음이 상할 때에는 합리적인 수준에서만 이의를 제기하고 마음 수양에 나서는 게 낫다. 이 말을 기억해보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언제 출근하죠? 이직이 기정사실이 되면, 현 회사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회사로 출근하는 ‘시기’가 관건이 된다. 서로 수월하게 합의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 기존 회사에서는 하루라도 더 잡고 싶어 하고, 새 회사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출근시키고 싶어 한다. 두 쪽 다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이직 시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풍경이다. 기존 회사에도 신의를 다하고 싶었지만, 새 회사에서 빨리 출근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어요.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건 저였죠.” 홍보대행사 AE의 말이다.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여 한 달 정도 인수인계를 충분히 하는 게 가장 좋지만, 회사에서 두세 달씩 더 남아주길 바란다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흔히 입사할 때 쓰는 고용계약서에는 퇴사 의사를 2~3주 전에 밝히게 되어 있다. 이것을 근거로 삼아도 좋다. 어찌되었든 양쪽을 서운하게 하는 것보다 어느 한쪽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낫다.

 

말 아끼기 평판 관리는 중요하다. 특히 건너 건너면 알 수 있는 ‘좁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평판 관리는 이직 전에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직 후에도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세 번의 이직 경험이 있는 코넥스 솔루션의 우미례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직한 회사에서 전 회사를 욕하지 않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죠. 비슷한 업계로 이직을 하는 경우, 서로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말이 흘러 들어오거든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전 회사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하는 건, 신뢰감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전 회사의 기밀은 지켜줘야 하죠. 이걸 누설하면 입이 가벼운 사람으로 낙인찍혀요.” 반대로 ‘전 회사는 이랬는데, 여긴 왜 이렇죠?’라는 식으로 전 회사의 장점을 현 회사와 비교하는 것도 얄미운 일이 되니 주의하길.

 

재충전을 위한 시간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직장인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아낌없이 주고 너덜너덜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슈가 된 번 아웃 증후군’도 그런 것이다. ‘번 아웃 증후군’은 잦은 야근과 격무, 스트레스 등으로 더 이상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의욕상실의 상태를 칭한다. “제가 이직을 할 때 가장 잘한 일은 다른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인도 여행을 떠난 것이었어요. 새 회사의 출근일을 2주 정도 미루고, 전 회사의 남은 휴가를 합쳐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런 긴 여행은 처음이었지만 정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매거진 에디터 김나은의 말이다. 이직을 앞두고 있다면 미뤄둔 긴 여행, 혹은 짧은 템플 스테이처럼 한 번쯤 디톡스 시간을 가져봄은 어떤가. 새로운 달리기를 위해 운동화끈을 고쳐 매는 시간이 될 테니까.

 

‘일’만 보고 이직하라 두 번의 이직을 경험했고, 또 수많은 이직자를 인터뷰한 아우디 코리아의 한동률 차장은 이직의 목표는 ‘일’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 때문에 이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연봉이나 여러 처우에 대한 불만 때문에 이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회사나 문제는 있는 법이죠.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후회 없는 이직을 위해서는 더 좋은 업무 기회 등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을 때 이직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이직 만족도가 높다. “가장 힘들 때 이직하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직이 절실할 때는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할뿐더러, 새 회사와 좋은 협상을 이끌지도 못해요. 지원자에게 이 일이 절실하다는 건 눈에 금방 보이죠. 그렇다면 연봉이나 직책 등을 협의할 때 불리해집니다.” 이직의 만족도는 더 높은 연봉과 더 높은 직책 등 더 좋은 조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특히 연봉에 불만이 있다면 이직하지 말 것. 새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굳이 이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자세를 가졌을 때 오히려 좋은 대우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회사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단 몇 백만원의 차이로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