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벌진트의 새 싱글 <반도의 흔한 랩퍼>에서 산이, 스윙스, 버벌진트가 다시 만났다. 달라도 너무 다른 목소리가 한 곡에서 얼마나 선명하게 들리는가에 대해서는 몇 번의 전작을 통해 증명해 보인 이들이다. 버벌진트가 세 사람의 만남과 버벌진트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1 싱글 앨범 를 발매한 버벌진트 2 싱글 앨범의 커버

세 사람의 만남은 오버클래스부터였으니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
셋이 함께 곡을 만든 건 2008년 <누명> 앨범부터였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셋 다 많이 알려진 상태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들리는 이야기가 많아졌고, 그때그때 솔직한 심정을 가사에 담는 래퍼로서 그 이야기들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에는 ‘뭔가 증명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최대한 솔직하게 나를 표현해보자’는 쪽이다.
세 명의 랩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의아해하는 이들을 매번 보기 좋게 배신하다.
그렇다. 셋 다 랩을 하지만 취향이나 스타일은 다르다. 그래서 한 곡에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 입체적인 사운드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함께 곡을 만들 때는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경쟁심리도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세 명이 함께한 곡은 항상 만족스러웠다.
가사처럼 진짜 외모에 신경 쓸 시간이 없나? 그 말에서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기도 하는데?
딱히 자신감이 있다기보다 외모 가꾸기가 일상인 사람들과는 생활 패턴이 다르다는 걸 말하는 거다. 면도, 피부 관리, 머리 자르기, 옷 고르기, 살빼기 등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지난해 ‘이게 사랑이 아니면’으로 활동할 때쯤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운동하고 면도한 시기였을 거다.
시간을 아껴 어떤 시간에 투자하는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책, 그리고 조깅을 한다. 그 외 다양한 쾌락을 좇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물론 이런 활동을 음악으로 엮어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연예인 행세는 못하겠어’라고 말하지만 명백한 연예인이 되었다. 그게 많이 답답했나 보다.
아까 언급한 ‘외모에 신경 쓰기’라든지,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SNS 등에서 과격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답답한 부분 중 하나다. 이런 것들에 대해 소속사를 포함한 주변인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대부분 무시하고 그냥 자신에게 솔직해지려고 한다.
솔직한 가사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도 꽤 있을 것 같은데 그중 정정하고 싶은 게 있다면?
<반도의 흔한 랩퍼>를 통해 한 가지는 확실히 짚고 넘어간 것 같다. 안티를 받아들이거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건 하지 않는다. 그들이 언제 한 번 적정선을 넘어준다면 제대로 엿을 먹이고 싶다.
‘우아한 년’과 ‘어디서 잤어’를 들어보면 나쁜 여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은데 실제론 어떤가?
모두 실화는 아니다. 직접 또는 간접 경험에 상상력을 보탠 이야기다. 여자는 착하든 나쁘든 매력 있다면 다 좋다. 단,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태도가 나쁜 여자라면 매력은 제로다.
많은 노래에 ‘충분히 예뻐’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건 의도적인 건가?
다양한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인용하는 것을 즐긴다. 재미를 위한 장치인 경우도 있고, 존경의 표시인 경우도 있다.
많은 뮤지션과 함께 작업해왔다. 지금 이 순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을 꼽는다면?
비프리(B-Free)의 새 앨범을 즐겁게 들었고, 씨젬(C Jamm)처럼 새로운 움직임에서 자극을 받는다.
음악을 하다가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새로운 뭔가에 열정을 바칠지도 모르겠지만 음악은 절대 놓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하다. 음악을 듣고 만드는 행위는 내 삶 자체다. 피자가게를 열고 요리를 한다 해도 분명 음악을 만들 거다.
대한민국에서 힙합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다.
힙합이란 장르가 없었다면 다른 형식의 음악을 하고 있을 거다.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불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 가지, 방송 대기 시간이 긴 건 힘들다, 그래서 방송을 즐겨 하지 않는다.
새 앨범 <Go Hard>는 곧 들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작업상 수정 사항도 많다 보니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앨범을 발표하고 나서는 조그만 공연장에 자주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