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나 가이드북이 아니라도 끊임없이 여행을 부추기는 책이 있다. 여행책 아닌 여행책 10권.

1 <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중국행 슬로보트>는 에세이 같은 소설집이다. 1980년부터 1982년까지 쓴 단편 7편이 담겨 있는데, 작가의 말처럼 ‘대폭 손질’을 했다. 제목이 된 ‘중국행 슬로보트’부터 ‘뉴욕 탄광의 비극’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등 하루키 월드의 특징 중 하나인 낯선 세계와의 조우가 여기서 시작되었다. 비 내리는 한적한 리조트 호텔에서 투숙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땅속 그녀의 작은 개’에도 여행의 향기가 묻어 있다. 문학동네
2 <이탈리아 할머니 레시피> 이선영
뭐든 먹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할머니나 낯선 이탈리아에서 만난 할머니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작가는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부엌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집집마다 김치찌개 요리법이 다른 것처럼, 이탈리아도 그렇다. 다른 요리책에는 없는 할머니의 손맛에 침이 고인다. 페이퍼북
3 <페스의 집> 수전나 클라크
“여기 살고 싶다.” 여행 중에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널리스트 부부는 모로코의 심장으로 불리는 페스를 여행하다 미로 같은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아랍식 주택 리아드를 구입한다. 장인들과 함께 그 집을 고치며 이국적인 페스의 주민으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북노마드
4 <길 끝에서 만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남미의 대문호 루이스 세풀베다의 에세이에는, 치열한 남미 현대사의 흔적이 있다. 그러나 누구보다 뜨거운 피를 가진 남미이기에 슬픈 과거 위로 맹렬한 삶의 온도가 느껴진다. 인생은 길 위에서 계속된다. 열린책들
5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
이 책의 부제는 ‘히드로 다이어리’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영국 히드로 공항이 바로 이 책의 무대다. 알랭 드 보통은 이곳에서 여행자들과 수하물 담당자, 파일럿, 공항 교회의 목사님까지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항의 속살을 벗겨낸다. 청미래
6 <그 길 끝에 다시> 윤고은 등 작가 백영옥, 손홍규, 이기호,
윤고은, 함정임, 한창훈, 김미월이 우리나라 도시를 주제로 한 편씩 단편 소설을 썼다. 부산, 여수, 원주, 정읍, 속초, 춘천, 제주. 그곳은 작가의 고향이거나, 거주지이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어떤 작품은 웃기고, 어떤 작품은 먹먹하다. 도시가 숨기고 있던 이야기가, 작가를 빌려 다가온 것만 같다. 바람
7 <도쿄산책> 강상중
재일한국인인 강상중 교수가 도쿄와 그 주변을 산책하며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를 사유한다. 개인적인 추억과 시선이 역사 위로 녹아든 지적인 도쿄 에세이 책. 사계절
8 <토스카나의 지혜> 페렌츠 마테
헝가리에서 태어난 작가는 토스카나의 삶에 매혹되어, 낯선 땅에 자리 잡는다. 직접 13세기 수도원을 개조해 살며 와인을 만들고, 자연에 순응하며 산다. 토스카나의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래서 토스카나에서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민음인
9 <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
사진의 역사에 기억할 만한 순간을 남긴 사진작가 42명과 그들이 사랑했던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은, 마치 사진가의 뷰파인더를 통해 본 세상을 여행하듯 움직인다. 모자, 벤치, 손, 구름, 열린 문과 닫힌 문. 우리가 마주한 모든 것. 사흘
10 <서울 재발견> 이지나
여행은 꼭 멀리 떠나야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숨 쉬며 살고 있는 서울도, 가만히 바라보는 동안 아름다운 여행이 된다. 종묘에서 시장으로, 다시 북촌에서 도서관으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서울을 다시 발견했다. 사계절 동안 찍어 계절이 풍성하게 묻어나는 사진과 귀여운 일러스트는 덤이다. 나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