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쓴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성실하게 임한 면접에도 불구하고 합격 통지를 받지 못했나? 어쩌면 이 안에 당신이 채용되지 못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면접장에서 생긴 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기한을 놓쳤지만 보냅니다.” 채용 공고가 끝나도 이력서는 들어온다. 지원서를 며칠까지 받겠다고 했는데, 하루 이틀, 아니면 몇 주 후에도 이력서를 보내며 ‘꼭 하고 싶습니다’라고 읍소한다. 하지만 기한이라는 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아무리 좋은 이력서라도 기한을 넘기면 소용이 없다. 또 다른 흔한 풍경은 바로 면접 시간에 늦는 면접자다. ‘면접 시간에 늦는 바보도 있나?’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면접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늦는 지원자는 아주 많아요.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무조건 아웃입니다.” 마케팅 회사 팀장의 말이다. 한편, 면접관들은 1시간, 2시간씩 일찍 온 면접자도 많다고 증언했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일찍 도착해서 면접을 준비하는 모습을 많이 봐요. 반면 예고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은 인성까지 의심스러워요.”
면접관의 생각 “저 사람을 채용하면 언제나 기한을 맞추지 못할 거야. 또 늘 지각을 하겠지.”

잘못된 옷차림을 했다
<얼루어>가 소속된 두산매거진은 자유로운 복장이 허용된다. 여름이면 쇼츠부터 플립플랍, 파자마 패션까지 모두 패션이란 이름으로 용서된다. 반면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두산건설 직원들의 옷차림은 타이까지 맨 완벽한 슈트 스타일. ‘캐주얼 데이’가 아니라면 늘 격식을 갖춘 옷차림을 지향한다. 이렇듯 회사에서 용인하는 스타일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럼에도 면접에 임하는 룩은 존재한다. 티셔츠 위에 재킷을 걸친다거나, 데님 팬츠를 입어도 화이트 셔츠 등을 입어 단정한 스타일을 취한다. “한 지원자는 흔히 말하는 ‘쓰레빠’를 신고 왔어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마음에 들었지만, 그 ‘쓰레빠’를 본 이상 채용할 수 없겠더라고요.” 홍보대행사 나비컴 이자영 과장의 말이다.
면접관의 생각 “최소한의 성의와 센스도 없군. 우리 회사와는 어울리지 않아.”

당신의 성격은 무슨 색
지원자들의 이력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이렇게 시작된다. “본인은 다정하지만 엄한 부모님 밑에서 독립적으로 자랐으며, 호기심 많은 외향적 성격으로….” IT 컨텐츠 회사 구준우 팀장은 본인이 매우 활달하다고 자기소개서를 쓴 지원자 중 절반은 아무리 뜯어봐도 외향적인 성격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외향적인 사람이 낯선 상황에 처해 당황하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어요.” 자신이 기술한 성격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면 감점 요인이 된다. 평생교육원 대외협력실 김면중도 같은 말을 했다. “자기소개서는 대부분 자신이 외향적이라고 하죠. 자기소개서에서 거짓과 가식이 보이면 무조건 아웃이에요.” 모든 회사가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꼼꼼한 일처리가 필요한 일이라면, 차분하고 꼼꼼한 사람을 선호할 테니 말이다. 내성적인 성격이 마음에 걸린다면, 내성적이지만 일할 때만큼은 진취적이 된다거나, 내성적인 성격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여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낫다.
면접관의 생각 “자신의 성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군. 거짓말쟁이거나.”

당신은 너무 뛰어나다
너무 뛰어나도 채용되지 않을 수 있다. 가끔 신문지상에는 환경미화원을 뽑는데 석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몰린다는 기사가 실린다. 하지만 너무 뛰어난 소위 ‘고스펙’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같은 나이의 지원자가 있었어요. 한 명은 박사 학위 소유자였고, 한 사람은 다른 직종이긴 하지만 실무 경험이 있었죠. 두 지원자에게 모두 좋은 인상을 받았지만,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택했습니다. 우리 업무에 박사 학위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사회 경험을 한 쪽이 일과 회사에 쉽게 적응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한불모터스 한승조 마케팅 과장의 말이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요즘 취업 풍경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만약 구체적으로 정한 길이 있다면, 그 길에 어울리는 ‘스펙’이 필요하지 무조건 ‘고스펙’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면접관의 생각 “저 사람은 금방 나갈 것 같은데….”

Can You Speak English?
외국계 회사라거나 해외 출장이 많은 직군에서는 영어 실력이 필수다. 하지만 면접관들은 이력서에 적힌 성적과 실제 능력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한다. “토익과 토플 등 영어 성적은 높으나 회화, 영작, 독해가 엉망인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우리는 병원뿐만 아니라 해외 영업도 함께 하기 때문에, 적어도 영작만큼은 정확해야 해요.” 제약회사 영업부 팀장의 말이다. “토익 만점에 가까운 직원을 채용했는데, 실제 영어 실력은 실망스러웠어요. 그 후부터는 영어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유학생 출신의 유창한 영어보다는, 또박또박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봅니다.” 또 최근에는 영어를 참 잘하는데 우리말은 잘 못하는 지원자들도 늘었다. 이들 역시 채용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생각해보세요. 클라이언트에게서 결려오는 전화를 시시때때로 받아야 하는데, 우리말을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요? 회사에서는 영어보다 우리말을 쓰는 일이 훨씬 많죠.”
면접관의 생각 “일을 할 때 제약이 많겠어.”

당신의 열정은 무엇인가?
면접이라는 것은 사람이 필요한 면접관과 일자리가 필요한 지원자가 만나, 서로를 꼼꼼히 탐색하는 일이다. 면접관은 당장 필요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지원자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바짝 긴장한다. 그럼에도 면접관을 황당하게 만드는 일은 흔하다. 자기소개서에 경쟁사의 이름을 넣는 일은 셀 수도 없다. 또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열정’을 외쳐도 면접관의 마음은 차게 식는다. “홍보AE를 뽑는데 사람 만나는 건 질색이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홍보대행사 팀장의 증언도 이어졌다. 만약 잡지사 어시스턴트에 지원했는데, 잡지를 왜 보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놀랍지만 실제 상황이다. 그럼 면접관들은 이렇게 되물을 수밖에. “어느 별에서 왔니. 내 앞에 왜 왔니?”
면접관의 생각 “이런, 시간 낭비만 했잖아.”

내 눈을 바라봐
면접 볼 때 ‘애티튜드’는 지원자들의 생각보다 훨씬 당락을 좌우한다. 서류전형을 통해 후보자들을 어느 정도 걸러낸 면접 단계에서는, 실제 인상과 태도를 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관상은 못 봐도 인상은 본다”는 면접관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인상은 ‘예쁜 외모’와는 다르다. 오히려 과도한 성형을 한 지원자들은 마이너스 점수를 받을 때가 많다. 밝은 인상과 바른 몸가짐은 좋은 인상을 남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아이 컨택’을 잊지 말길. “제 눈을 잘 쳐다보는지 아닌지를 많이 봐요. 눈을 피하지 않고 잘 보는 친구에게는 자신감이 엿보여요. 또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죠.”
면접관의 생각 “저 사람은 자꾸 땅만 보는군. 저렇게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과연 일을 잘해낼 수 있을까.”

이것은 대답입니까?
가끔씩 면접장에서는 황당한 질문이 쏟아진다. 미리 경험해보고 싶다면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이 지원자에게 던지는 60가지 질문을 모은 책 <이것은 질문입니까? >의 아무 페이지나 펴보라. “당신에게 나쁜 책은 어떤 책입니까?” “기압계를 사용해 빌딩의 높이를 잴 수 있습니까?” 같은 질문이 가득하다. “이것은 질문입니까?”라는 질문도 있다. 이에 최고점을 받은 학생의 현답. “글쎄요. 이것이 대답이라면 그것은 질문이겠지요.” 지원자들은 어떻게 해야 멋진 대답을 내놓을까 전전긍긍하다 머리가 하얘져 어색한 웃음만 짓는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질문에 대한 답보다 ‘센스’와 ‘수평적 사고’를 보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수평적 사고’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주제를 통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으로, 브레인스토밍에 가깝다. 아무리 황당한 대답이라도, 자신만의 논리나 여유가 있다면 좋은 답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정답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느라 애꿎은 시간만 보낸다.
면접관의 생각 “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논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군. 창의력을 기대할 수는 없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