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번째 서울을 찾은 오르세, 역대 최고의 전시가 될 예정이다.

1 클로드 모네, 양산을 쓴 여인 2 앙리 루소, 뱀을 부리는 여인

오르세미술관의 서울 나들이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이번 전시가 특별한 건 어디까지나 작품의 ‘질’에 있다. 심지어 작품은 모두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전>에는 모네, 르누아르, 드가, 고갱, 세잔, 고흐 등 세기적인 화가들의 작품 75점이 전시된다. 여기에 당시의 건축 드로잉, 공예품, 파리 뒷골목 스케치 등이 더해져 전시되는 전체 물량은 175점이나 된다. 이번 전시는 이 작품들을 파리라는 도시와 연계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시회는 파리가 도시 계획에 따라 중세의 분위기를 벗고 근대화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19세기 오스만 제국은 도시 전체를 체계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기차역과 주요 광장들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방사상의 대로가 만들어졌고, 도로 주위에는 오스만 양식 건물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건물이 들어섰다. 당시 넘치는 개성을 주체하지 못했던 모네, 드가,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화가들이 왕실 위주의 화풍을 벗어나 파리의 거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기록한 그림들이 놓였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고갱의 ‘노란 건초더미’,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 등은 이 과정에서 탄생한 명작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작품 중 놓치지 말아야 작품은 무엇일까. 우선,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이다. 그림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눈부신 모네의 대표작이다. 신인상주의의 대표주자이자, 점묘파의 거장인 폴 시냐크의 ‘저녁 무렵의 아비뇽 교황청’도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시냐크는 성벽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태양빛을 노란색에서 주홍색까지 매우 밝은 색점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는 수풀의 어두운 색점과 극명한 차이를 이룬다. 하늘에 드리운 녹색과 분홍, 보랏빛 색점도 환상적이다. 점묘 기법의 매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걸작인 셈이다. 앙리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은 서울에 도착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오르세미술관이 ‘해외 반출불허’ 작품으로 분류해놓은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기 코즈발 오르세미술관장은 “오르세 컬렉션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바로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입니다. 전 세계의 관람객들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오르세를 찾고 있죠. 한국에서 전시가 열리는 기간만큼은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을 테니, 관람객들에게는 좀 미안하네요”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인도를 다녀온 한 사업가의 이야기로부터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소박한 세관원으로서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루소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이 작품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풍성하게 표현한 녹색 식물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인 후, 그 시선을 검은 여인과 창백한 달이라는 신비로운 지점으로 유인하는 루소의 그림은 과연 이번 전시의 꽃이라 할 만하다. 반 고흐가 그린 ‘시인 외젠 보흐의 초상’, 폴 시냐크의 ‘아비뇽 교황청’, 앙리 툴루즈 로트렉의 ‘검은 모피를 두른 여인’도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파리 화가들의 행보는 마치 그 시대 방사상으로 뻗어나간 파리의 도로와 닮아 있다. 전시장을 나서면 파리라는 도시가 화가들과 함께 어떻게 변모해갔는지 한눈에 그려질 것이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