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몰라도 ‘치맥’과 응원하는 재미가 있는 게 야구장이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게 야구다. 야구 규칙과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하는 각 팀의 선수들을 모았다.

전광판 보는 법
보통 선수 앞에 두 종류의 숫자가 붙는다. 흰색으로 1~9까지 연속으로 붙는 것은 타석에 들어서는 순서이고, 그 다음 이름 사이에 붙는 숫자는 포지션(수비위치)이다. 이때 1번이 투수, 2번 포수, 3번 1루수, 4번 2루수, 5번 3루수, 6번 유격수(2루수와 3루수 사이), 7번 좌익수, 8번 중견수, 9번 우익수이다. D 또는 DH는 지명타자(Designated Hit ter)의 약자로 투수 대신 타석에 서는, 수비는 안 하고 공격만 하는 타자를 의미한다. P는 투수(Pitcher), S는 스트라이크, B는 볼, O는 아웃을 뜻한다. CH는 주심(Chief Head), I • II • III는 각 루에 위치한 심판을 뜻하고 LF와 RF는 포스트시즌에 운영하는 외야심판을 뜻한다. 팀 이름 옆의 숫자는 일반적으로 1~15까지 회를 나타내는 것으로 야구는 9회까지 승패를 겨루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동점일 경우 국내 야구는 12회까지 연장 경기를 펼친다. 여기까지 기본에 가깝고,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이닝 옆의 R, H, E, B는 각각 득점(Run)과 안타(Hit), 실책(Error), 볼넷(Base on Bal ls)을, 타자가 들어설 때마다 숫자가 바뀌는 HR과 RB, AV는 각각 홈런과 타점, 타율을 의미한다. 그러니 화장실을 잠깐 다녀올 때 그 숫자를 외운 다음 ‘E’ 아래의 숫자가 하나 늘었다면 “누가 또 실책 했어?” 같은 대화를 유도하면 된다. 경기수에 따라 다르지만 AV는 0.300(3할) 이상이면 좋은 타자의 기준이 되고, HR과 RB는 무조건 높을수록 강타자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경기 중간 선수를 바꾸는 경우 대타는 수비 번호에 H(Pinch Hitter), 대주자는 R(Pinch Runner)로 표기되고 공격이 끝난 뒤 본래 수비 위치의 번호로 바뀐다. 물론 최근에는 전광판의 LED화로 이러한 내용이 한글로 적혀 선명하게 찍히기도 하지만, 알아두면 이닝이 바뀌는 중간에도 경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야구 용어 5
1 OOO으로 이어지는 병살플레이 병살플레이는 수비가 한 번에 2아웃을 잡는 것을 뜻하고, 앞의 3자리가 수비 번호를 뜻하는데 공을 잡은 순서대로 붙인다. 예를 들어 643이면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아웃, 543이면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아웃을 뜻한다. 수비를 하는 선수 이름을 몰라도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낫아웃 투수가 던진 3번째 스트라이크(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거나 타자가 헛스윙 했을 때)를 포수가 받지 못해 공이 땅에 닿은 상태로, 타자가 아직 아웃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포수가 놓친 공을 잡아 타자를 태그하거나 타자가 1루 베이스를 밟기 전에 1루로 공을 던져야 아웃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노아웃이나 1아웃 상태에서 1루에 주자가 있을 때에는 낫아웃이 인정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면 헛스윙을 한 타자가 갑자기 1루로 황급히 뛰는 경우가 보통 이에 해당된다.
3 인필드플라이 노아웃 또는 1아웃인 상태로 1,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또는 만루인 상태에서 타자가 친 공이 심판의 판단으로 내야수가 당연히 잡을 수 있을 만큼의 포물선을 그리며 높이 떴을 때 심판이 내리는 결정으로, 타자가 자동아웃되는 상황이다. 수비가 일부러 공을 떨어트려 더블아웃을 노리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정한 규칙인데, 번트를 시도했을 때에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1루에만 주자가 있을 때에도 인필드플라이는 선언되지 않는데, 타자가 친 공이 높게 떠 있는 동안 타자가 1루를 밟을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4 보크 주자가 루에 있는 상태에서 투수가 규칙에 어긋나는 투구 동작을 했다고 판단됐을 때 심판이 보크를 선언한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밟고 있는 투수판과 관련된 내용이 많고 규칙으로 정해진 것만 10개가 넘는 데다 동작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글로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보크가 선언된 경우 투수가 공을 떨어트렸다거나 주자 1, 3루 상황에서 던지는 시늉만 하고, 던지지 않은 것처럼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고는 투수나 감독의 항의가 들어오기 마련인데, 선언된 보크가 정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자신의 응원팀에 유리한 판정이라면 소리 높여 응원하는 것만이 팬으로서의 도리이다. 어차피 판정은 심판의 몫이므로.
5 보살 야수가 송구를 하거나 타구나 송구의 방향을 바꿔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을 때 야수에게 주어지는 수비기록이다. 최근에는 어시스트로 순화해 말하는데, 추신수의 강한 어깨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인다.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환호성이 높아지고, 공격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맥이 빠지는 어시스트는 외야수가 던진 공이 한 번에 포수에게 전해져 홈으로 뛰어드는 주자를 아웃시켰을 때이다.

구단별 주목해야 할 선수
펠릭스 피에(한화 이글스) 시범 경기에서 4할이 넘는 타율과 8할이 넘는 장타율을 과시하며 안정적인 수비를 강점으로 꼽은 한화 이글스의 프런트를 흐뭇하게 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팬들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호르헤 칸투(두산 베어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두산은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김선우, 임재철을 잃었다. 한두 선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이 선수들의 빈자리가 채워지기는 힘들 것이다. 가벼워진 두산 타순의 무게에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칸투다.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을 때려낸 그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두산이다.
박민우(NC 다이노스) 작년 막내구단인 NC 다이노스는 리나 에릭 같은 외국인 선수 못지않게 나성범과 김종호, 이재학 같은 국내 선수의 활약도 컸다. 올해는 그 바통을 박민우가 넘겨받았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를 보완해 시즌 초반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관건은 빠른 발을 활용하기 위해서 다음으로 넘어야 할 벽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할 때의 출루율이다.
이대형(기아 타이거즈) 한 시즌에 60개가 넘는 도루를 한 게 3시즌이 넘을 정도로 빠른 발의 대명사이던 때가 있었다. 문제는 점점 떨어지는 타율과 출루율. 일단 살아나가야 뛸 기회도 생긴다. 출발은 좋다. 11경기를 뛰었을 뿐이지만 3할이 넘는 타율과 경기마다 호수비가 나오고 있고, 한 번의 실패도 없이 6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또 한 번 찾아온 봄날의 상승세를 얼마나 오래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윤석민(넥센 히어로즈) 두산은 이종욱과 임재철이라는 걸출한 외야수를 잃었다. 그래서 넥센의 외야수 장민석과 김동주의 뒤를 이을 거포로 거론되던 윤석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넥센은 윤석민의 합류로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까지 쉬어갈 틈이 없는 타순을 완성했다.
임창용(삼성 라이온즈) 10년 동안 우승만 5번 했다. 삼성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데 적극적일 필요가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마무리 돌부처 오승환을 잃었다. 그랬더니 임창용이 돌아왔다. 아직도 녹슬지 않은 구속을 자랑하는 그의 뱀직구가 삼성의 뒷문을 얼마나 견고하게 다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용택(LG 트윈스) 35세의 노장 선수에게 1번 타자 보직이 맡겨졌다. 워낙 맞히는 능력은 타고난 박용택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만, 1번 타자는 타석에 들어설 일도 많고, 뛰어야 할 때도 많다. 관건은 체력이다.
김광현(SK 와이번스) 정근우와 세든의 빈자리는 나주환과 다른 외국인 투수가 채울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FA를 앞두고 정신무장이 된 주전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결국은 마운드가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그 중심에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이 있다.
장원준(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유먼과 옥스프링의 뒤를 이을 선발 투수 자리가 고민거리였다. 원인 중 하나는 장원준의 군입대였다. 그 검증된 10승 투수가 돌아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장원준이 경찰야구단에서 보낸 2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구위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 ‘야구는 원래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야구의 진리가 장원준에게도 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