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한강을 뛰고, 걷고, 보고, 맛보는 이들에게 한강공원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상암동부터 마포, 여의도, 반포, 그리고 구리시까지. 이 넓고 큰 강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는 방법.

1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아차산 2 광진교의 나무데크 뒤로 천호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3 알록달록한 놀이터 4 자전거 카페 벨로마노

1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아차산 2 광진교의 나무데크 뒤로 천호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3 알록달록한 놀이터 4 자전거 카페 벨로마노

광나루 한강공원
한강과 친해진 계기 5년 전 자전거 카페 벨로마노의 문을 열었다. 지금은 퇴근 이후에 미사리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곤 한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 카페가 강변북로의 자전거도로와도 인접해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든 달리기 좋다. 미사리까지는 30분 정도 걸리고, 팔당과 양수리까지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해 장거리 자전거 라이딩의 출발지로 좋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봄. 올해는 날씨가 금방 따뜻해져 4월 초면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될 것 같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을 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다.
광나루 한강공원만의 매력 보행자와 라이더를 배려한 특별한 다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 특히 다른 한강 다리들과 달리 광진교는 ‘걷고 싶은 다리’라는 테마가 정해져 있어 다리 위에 아기자기한 정원이 꾸며져 있다. 천호대교와 아차산이 선사하는 풍경도 각별한데, 자전거에서 내려 등반하거나 산악용 자전거 MTB를 타고 아차산을 오를 수 있다. 다른 지구에 비해 한산해 사고 걱정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주변의 즐길 거리 미사리의 밀빛초계국수는 라이더들의 집합소다.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오전에는 카페 벨로마노에서 플리마켓을 열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용품을 교환, 구입하거나 판매하고 싶다면 들를 것을 권한다. – 서천우(자전거 카페 벨로마노 대표)

 

1 잠원 한강공원의 주행코스. 뒤편에 동호대교가 보인다 2 반포 한강공원의 세빛둥둥섬 3 서래섬의 풍경

1 잠원 한강공원의 주행코스. 뒤편에 동호대교가 보인다 2 반포 한강공원의 세빛둥둥섬 3 서래섬의 풍경

잠원 – 반포 한강공원
한강과 친해진 계기 달리기는 좋지만 러닝 머신 위를 뛰는 건 싫어서 무조건 집과 가까운 한강을 찾는다. 집부터 신사나들목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이기 때문. 겨울에는 주로 달리고, 여름에는 자전거를 탄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 러닝 클럽 ‘Prrc 1936’ 멤버들과 함께 뛰기도 하고 혼자 뛰기도 한다. 신사나들목부터 뛰기 시작해 잠수교를 돌아오면 8km 거리로, 자전거를 탈 때는 잠수대교를 돌지 않고 계속 직진해서 여의도공원까지 가기도 한다. 동작대교에서 한강대교로 가는 길에는 몇 개의 테이블이 놓인 구간이 있어, 맥주 한잔하며 쉬어 가기 좋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여름에는 아침 일찍 또는 저녁 9시쯤에 찾는 편이다. 겨울에는 역시 저물녘이 좋다. 한겨울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고즈넉하다. 바람 소리와 내 숨소리만으로 가득한 한강을 전세 내고 달리는 기분이다.
반포 한강공원만의 매력 가로등이 잘 정비되어 있고 다른 구간에 비해 길이 넓게 잘 닦여 있어 달리기에도, 자전거 타기에도 수월하다. 가끔씩은 반포대교 분수쇼 시간에 맞춰 서래섬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물론 같은 이유로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이기는 하지만.
주변의 즐길 거리 먹을 곳이 많은 가로수길이 지척이지만 사실 뛰고 나면 땀이 나서 씻고 싶은 생각만 간절하다. 그래도 가끔은 스무디킹에 들러 식사 대용으로 음료를 마시거나 그릴파이브타코에서 가볍게 맥주와 감자튀김을 먹기도 한다. – 조소영(<얼루어> 피처 에디터)

 

1 서늘한 마포대교 아래 2 여의도의 상징, 63빌딩 3 탁 트인 광장. 여름엔 온갖 공연이 열린다

1 서늘한 마포대교 아래 2 여의도의 상징, 63빌딩 3 탁 트인 광장. 여름엔 온갖 공연이 열린다

여의도 한강공원
한강과 친해진 계기 한강르네상스 개발로 여의도 한강공원이 정비되면서 찾게 됐다. 다른 한강공원은 자전거도로와 인도로만 나뉘어 있어 보폭이 좁거나 지대가 평평하지 않은데 여의도 한강공원의 넓고 탁 트인 둔치는 취미인 크루즈 보드를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 여의나루 쪽 둔치에 영등포구 보더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넓고 평평한 땅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즐길 수 있는 게 크루저보드다. 야근 후 한산해진 보드 스팟에서 땀에 젖게 타고 난 뒤 마시는 맥주 한 캔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봄가을. 여름에는 낮에는 더워서 타기 힘들고, 해 질 무렵부터는 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기 때문에 타기에 다소 불편하다. 물론 초여름 저녁에 부는 한강 바람은 세상 무엇보다 좋다.
여의도 한강공원만의 매력 완전한 주거지역이자 오피스 타운이기 때문에 각종 동호회 오프 모임으로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 야외 공연이 시작되면 그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물론 가장 좋은 점은 넓게 깔린 질 좋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눈치 볼 것 없이 맘껏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즐길 거리 보딩 후에 여의도 IFC몰 CGV에서 심야 영화를 보는 것은 꽤 괜찮은 코스다. – 최광호(애니메이션 감독)

 

1 성덕정 나들목에서 바라본 성수대교 2 나들목을 지나면 바로 한강이 펼쳐진다 3 수도박물관의 전경 4 서울숲과 갤러리아 포레 5 봄을 맞이한 개나리

1 성덕정 나들목에서 바라본 성수대교 2 나들목을 지나면 바로 한강이 펼쳐진다 3 수도박물관의 전경 4 서울숲과 갤러리아 포레 5 봄을 맞이한 개나리

성덕정 나들목 – 뚝섬 한강공원
한강과 친해진 계기 2년 전 성수동 집에서 강남 신사동에 있는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곤 한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출근 시간도 단축됐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 서울숲 근처에 위치한 집에서 성덕정나들목으로 한강에 진입, 영동대교를 건너 잠원지구 방면으로 주행해서 신사나들목으로 나온다. 성수대교로 가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자전거가 다니기에는 도로가 비좁아 위험할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주말에는 뚝섬유원지 방향을 경유하여 구리-덕소 방면으로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댐까지 돌고 오기도 한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여름에는 일몰 후 야간 라이딩을 추천한다
성수동과 뚝섬 한강공원의 매력 분당선 서울숲역과 7호선 뚝섬유원지역이 한강과 매우 가까워 대중교통을 연계해도 접근성이 좋다. 또한 성수동과 자양동 일대는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각 지구마다 나들목이 뚝도시장, 노룬산시장 등 시장들이 형성된 주택가에 근접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주변의 즐길 거리 단연 서울숲이다. 식물원, 꽃사슴 공원 등 볼거리가 풍부한데 특히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정수 시설이 고스란히 남겨진 서울특별시 수도박물관은 성수동 사람들도 잘 모르는 비밀스러운 장소다. ‘자벌레’라고 불리는 뚝섬유원지역 전망문화콤플렉스에서는 여름이면 플리마켓이 열린다. 최근 성수동에 카페가 늘어나고 있는데 얼마 전 문을 연 앨리버거는 가격 대비 훌륭한 수제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버거와 세 가지 맛 소시지를 볶은 소시지 혁명은 테이크아웃 메뉴로도 좋다. – 오승준(인테리어 디자이너)

 

1 강 너머 우뚝 솟아오른 목동SH 에너지사업단의 굴뚝 2 평화의 공원에서 하늘공원 둘레길로 가는 다리 3 난지천공원에 자리한 잔디구장 4 홍제천의 오리들 5 커피와 제주도 생과일주스가 맛있는 에코 브릿지 커피

1 강 너머 우뚝 솟아오른 목동SH 에너지사업단의 굴뚝 2 평화의 공원에서 하늘공원 둘레길로 가는 다리 3 난지천공원에 자리한 잔디구장 4 홍제천의 오리들 5 커피와 제주도 생과일주스가 맛있는 에코 브릿지 커피

난지 한강공원
한강과 친해진 계기 어릴 때부터 한강으로 흐르는 홍제천 근처에 살았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서 성산동을 기반으로 동네를 달리는 팀 ‘스웻 온 블록(Sweat on Block)’을 이끌고 있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 홍제천 한강 진입로에서 난지캠핑장을 양 끝으로 삼고 그 사이를 자유롭게 달린다. 하늘공원 둘레길을 통해 들어온다든가, 평화의공원 연결 다리를 통해 들어오는 등 다양한 진입로를 만들어 코스에 재미를 준다. 어디를 바라보나 탁 트인 한강의 풍경은 자칫 지루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밤에 달리면 오직 트랙과 나 자신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많은 여름보다 가을이 좋은 이유도 같다.
난지 한강공원만의 매력 다른 지구에 비해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정확히 나뉘어 있고, 조경이 잘 되어 있다. 다른 한강공원보다 넓고 쾌적한 느낌은 시애틀이나 밴쿠버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하늘공원의 메타세쿼이아 길은 울창한 여름에 달리면 좋다. 주변의 즐길 거리 합정역과 망원역 사이에 위치한 에코 브릿지 커피. 성산동의 이북식 왕만둣집은 이름 그대로 수제 만두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전골을 즐겨 먹는다. – 이병도(DJ)

 

1 절두산 성지에서 바라본 강변북로 2 멀리 여의도의 빌딩숲이 보인다 3 봄날의 절두산 성지 4 망원유수지 근방에 자리한 카페 만나다 공원

1 절두산 성지에서 바라본 강변북로 2 멀리 여의도의 빌딩숲이 보인다 3 봄날의 절두산 성지 4 망원유수지 근방에 자리한 카페 만나다 공원

망원 한강공원
한강과 친해진 계기 3년 전 망원동으로 이사 왔다. 홍대와 한강,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지척인데, 걷기에는 거리가 있고 대중교통은 번거롭게 느껴져 자전거를 구입한 이후, 최고의 취미가 됐다.
주로 이용하는 코스 망원유수지 쪽 나들목으로 빠져나가 원효대교 북단까지 강변북로를 따라 달리는 코스. 오른쪽으로는 국회의사당, 63빌딩, IFC몰, 밤섬 등 친숙한 서울의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특히 장마철, 한강 수위가 높아졌을 때의 밤섬은 서울의 무인도 같다. 시간도 왕복 1시간 정도로 적당하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아주 이른 새벽. 작정하고 자전거를 타러 나온 라이더보다 오래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온 동네 어르신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대다.
망원 한강공원만의 매력 어느 쪽과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 난지 한강공원이 있는 상암동과도 가깝고, 성산대교와 안양천 방면으로 목동 쪽으로 향할 수도 있으며, 정반대로는 원효대교 북단을 지나 이촌 한강공원 쪽으로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라이딩을 하기엔 코스가 군데군데 위험하므로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가벼운 산책을 하듯 찾을 때 더 좋은 것 같다. 여름밤에는 자전거를 타고 흘린 땀을 근처 영화관(상암 CGV, 합정 롯데시네마, 홍대 롯데시네마)의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식히고, 겨울에는 홍대 근방의 카페에 들어가 언 몸을 녹이는 것처럼 말이다.
주변의 즐길 거리 여름철에는 망원동 카페 만나다 공원에서 팥빙수를 테이크아웃해 강가에서 먹기도 한다. 홍대와 가까운 만큼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한데 봄에는 벚꽃이 만발한 서울화력발전소와 당인리 카페거리를 주로 찾는다. 가끔은 천주교 성지인 절두산 성지에 오르기도 한다. – 이나연(출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