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을 뒤로한 집안에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밭에는 초록 유채싹이 올라오고, 세 마리의 개와 두 마리의 고양이, 새 식구가 된 조랑말도 있다. 그리고 햇살, 바람. 이효리는 그 모든 것과 함께 제주에 산다.

 

스웨터는 버버리 런던(Burberry London). 레이스 쇼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스웨터는 버버리 런던(Burberry London). 레이스 쇼츠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지붕과 똑같은 높이의 창을 통해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왔다. 이효리는 그 창 앞에 앉아 화보 촬영을 위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침 일찍 오느라 힘들었죠?” 작년 바로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효리와 남편인 이상순은 짧은 여행에서 막 돌아온 후였다. 누구나 궁금해할 법한 이효리의 집. 이곳은 이효리의 별장이 아닌 이효리의 유일한 ‘집’이다. “이제 서울에는 집이 없어요. 서울에는 저희처럼 서울에 집이 없는 제주 사람들이 같이 쓸 수 있도록 원룸을 얻어놨는데, 별로 갈 일이 없어요.” 창밖으로는 마당과 넓은 밭이 펼쳐져 있고, 집 옆에는 작업실과 태양열 전열판이 있다. 나무와 돌로 단단하게 지은 집은 숲의 일부처럼 자연스럽다. 집과 작업실의 외관을 장식한 붉은색 멀바우 나무는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할 만큼 색이 멋있었다. “건축가를 소개받아서 완성한 집이에요. 방이 없었으면 했고, 지붕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그림은 없었거든요. 이렇게 완성될 줄은 우리도 몰랐어요!” 두 사람의 바람대로 방을 없앤 집은 커튼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나누고 있다. 가장 먼저 우리를 환영해준 세 마리의 개 – 순심이, 이구아나, 모카 – 도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침을 맞는 중이었다. 밖으로 향하는 문이 열릴 때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밖으로 달려 나가곤 했다. 특히 활달한 이구아나의 관심을 끈 건 이효리의 새 식구가 된 조랑말! 조랑말을 탐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준비를 마친 이효리도 커다란 셀러리 두 줄기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조랑말을 보고 왔다. 이상순은 일요일 아침부터 들이닥친 서울 손님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냄비 가득 단호박 수프를 끓였다. 모두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호박 수프를 먹었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고, 평화로웠다. 책장을 채우고 바닥까지 넘친 책과 음반, DVD, 그리고 곳곳에 걸린 그림과 사진 등 두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로 적당히 어질러진 집 안처럼. 그녀의 하루는 매일 이런 식일 것 같았다. 그 후 제주의 동백숲과 감귤나무, 유채꽃밭을 다니며 이른 봄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촬영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린 후. 벽난로에는 장작으로 지핀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하루 종일 노느라 지친 개들은 벽난로 앞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친환경 이슈로 꾸미는 <얼루어> 4월호 커버 모델을 이효리로 정한 건, 그만큼 그녀가 녹색의 삶을, 무엇보다 용감하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이야기를 들을 차례. 그녀도 녹차가 든 잔을 들고 벽난로 앞 의자에 앉았다. “시작할까요?” 어둑한 실내에 벽난로의 불빛이 비쳤다. 타닥타닥 기분 좋게 나무 타는 소리와 온기가 전해졌다. 그제야 온종일 숨어 있던 두 마리의 고양이도 살금살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이효리의 이야기.

 

레이스 소재 원피스는 토리 버치(Tory Burch). 뱅글은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샌들은 게스 슈즈(Guess Shoes).

레이스 소재 원피스는 토리 버치(Tory Burch). 뱅글은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샌들은 게스 슈즈(Guess Shoes).

 

서울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데, 제주는 날씨가 맑아요.
며칠 전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데 정말 하늘이 뿌옇게 회색이더라고요. 서울에서 살 때는 몰랐는데 떨어져 살다 보니 알겠어요.

집이 정말 예뻐요. 환경적인 부분도 많이 고려한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을 고심해서 지었어요. 원래는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제주도는 바람도 세고 습기도 많아서 그렇게 지으면 금방 집이 망가진다고 하더라고요. 평생 살 생각으로 지은 집이라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숲이 집을 둘러싸고 있어요. 한눈에 이곳이 마음에 들었어요?
주변이 다 숲이에요. 마당에 나무가 없어서 나무를 뽑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래 이곳은 메밀밭이었어요. 집을 지을 부분만 변경했고, 나머지는 여전히 밭이에요. 거기에 유채를 심어두었어요.

낮게 올라온 초록 싹이 모두 유채인가요? 곧 노란 꽃이 피겠네요.
꽃도 보고 유채 나물도 먹을 수 있어요. 오빠랑 같이 농사를 지어보려고요. 달걀을 먹고 싶을 때가 있어서, 닭도 직접 키워보려고요.

책장에 <유기농 텃밭>, <유기농 야채재배도감>이 있는 이유가 그거였군요. 대문을 지나면 가장 먼저 태양열 집열판이 보이는데, 태양열로 모은 전기를 사용해보니 어때요?
제주는 도시가스가 안 들어와요. 기름 보일러를 돌리려면 기름을 계속 배달해서 써야 하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비싸기도 해서 보일러 대신 나무와 태양열을 이용해서 겨울을 났어요. 제주는 별로 춥지 않아서, 그 정도로도 불편하진 않았어요.

230-241 we-이효리-rp.pdf - Adobe Reader

시스루 코트는 블루마린(Blumarine). 화이트 드레스는 H&M.

화이트 셔츠와 스트라이프 롱 스커트는 클로에(Chloe). 양손에 낀 실버 뱅글은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슈즈는 레이첼 콕스(Rachel Cox).

화이트 셔츠와 스트라이프 롱 스커트는 클로에(Chloe). 양손에 낀 실버 뱅글은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슈즈는 레이첼 콕스(Rachel Cox).

제주에서는 시간도 다르게 흐를 것 같아요.
그렇죠. 서울에서는 밥 먹는 시간에 맞춰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배고프면 밥을 먹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요. 사실 서울은 해가 져도 환하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해가 지면 깜깜해요. 해에 맞춰서 사니까 자연스럽고 좋아요.

제주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해가 뜨면 일어나서 강아지들 산책시키고, 차를 한 잔 마셔요. 그리고 저희는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두 끼만 먹고 아침을 안 먹어요. 그래서 천천히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2시쯤에 아침 겸 점심을 먹어요. 그리고 오빠와 저, 근처에 사는 장필순 언니랑 일주일에 세 번 요가를 해요. 요가 선생님이 집으로 오거든요. 음악 작업을 한다든지 강아지들과 주변 오름이나 바닷가로 산책을 가기도 하죠.

결혼 후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좀 더 가까워졌어요?
그렇죠. 혼자서는 제주에 내려오지 못했을 거예요. 산속에서 혼자 살면 무섭잖아요. 집에 뭔가 고장이 나도 혼자서 고칠 수 없을 테니까요. 오빠도 제주로 내려오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우린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빨리 제주로 내려오고 싶어서 결혼을 빨리 했어요.

바로 이 집이 결혼의 숨은 주역이었군요!
맞아요. 연애를 더 할 수도 있었지만, 집이 완성되면서 결혼한 거예요.

결혼 준비도 다 직접 했다면서요? 뒤늦게 하는 얘기지만, 결혼식이 참 예뻤어요!
드레스는 5년 전 발리에 놀러 갔을 때, 15만원 정도 주고 산 거예요. ‘나중에 결혼하면 이걸 입어야지’ 생각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죠. 그리고 오빠 슈트와 제 베일은 디자이너 요니 언니가 만들어줬어요. 마당에 장식한 천막들은 오늘 촬영을 같이한 혜연 언니, 성희, 지선 언니가 다 도와주고, 음식은 저희 이웃인 마스터셰프 코리아 우승자 김승민 씨가 해주셨어요. 소박한 결혼식이었지만, 정말 유명한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어주고 유명한 셰프가 요리를 해준 거잖아요. 참 좋았어요, 그날.

 

크리스털 장식의 레이스 코트와 브리프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크리스털 장식의 레이스 코트와 브리프는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제주에 와서 새로운 친구도 많이 생긴 것 같더군요.
이웃 아주머니들께 고사리 따는 법, 동백 씨 따는 법, 음식 만들어 먹는 법도 배우고 있어요. 지금은 서울 친구들보다 제주에 사는 친구들을 더 자주 보게 되고요.

화장품도 안 바르고 ‘자연인’으로 산다고 주변에서 걱정하던데요?
화장품을 줄이다가 아예 안 쓰게 된 지는 한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화학 성분이 들어간 걸 바르는 게 불안하기도 하고 인공적인 냄새도 싫었어요. 화장품을 바르다가 안 바르면 얼굴이 땅기곤 하는데 한두 달 고비를 넘겼더니 그 뒤로는 피부가 알아서 유수분을 조절하는 게 느껴졌어요.

책으로는 읽었지만, 실제로 시도를 해본 사람은 처음 봐요.
서울에서는 방송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야 하니까 힘들잖아요. 여기선 남편밖에 얼굴을 볼 사람이 없으니까 제 얼굴과 몸을 얼마든지 실험할 수 있어요. 하루에 한 번 반신욕을 하는데, 비누나 목욕 제품을 안 써요. 그렇게 한 지 한 3년이 됐어요. 지성 피부인 사람들은 몰라도, 저처럼 건성인 사람들은 세제나 비누를 많이 안 쓰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피부과 전문의는 자외선 차단제만큼은 꼭 바르라고 하죠. 자외선 차단제도 안 바르나요?
동네 아주머니들도 여기서는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챙이 있는 모자를 써야 한다고 충고를 해주세요. 그런데 햇빛이 좋아서, 이제는 햇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어요. 사람에게 태양이 얼마나 좋은 기운을 주는데요. 태양이 주는 것 중에 좋은 게 99가지면 안 좋은 건 한 가지, 자외선뿐이죠. 그 한 가지를 가리기 위해서 나머지 99가지를 막는 건 싫어요.

피부 노화가 걱정되지 않아요?
노화가 되더라도 태양의 밝고 따뜻한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그래서 해가 뜨면 마당에 나가서 누워 있기도 해요. 친구들이 미쳤다고 그러죠.

 

드레스와 벨트는 고소영(Kosoyoung). 뱅글은 모두 에르메스(Hermes). 슈즈는 슈즈원(Shoesone).

드레스와 벨트는 고소영(Kosoyoung). 뱅글은 모두 에르메스(Hermes). 슈즈는 슈즈원(Shoesone).

 

그런 생각과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연예인들과 비교하며 자신이 나이 들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사실 연예인들은 시술도 많이 하고, 화보나 광고 촬영 후에 포토샵도 많이 하는데 그걸 모르는 것 같아요. 점점 어리고 예쁜 걸 요구하는 사회에 맞추려고 하면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쓰고 시술을 받아도 결국엔 그 기대를 맞출 수 없어요. 차라리 마음을 편하게 갖고 건강하게 사는 게 좋지 않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어떤 거예요?
몸이 건강하면 얼굴에서도 환한 빛이 나죠. 운동을 통해 몸 안의 생기를 고스란히 받은 피부와 시술을 통해서 얻은 피부는 달라요. 몸속에서 우러나오는 생기가 없으면 진짜로 예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그런 생기가 느껴지는 걸요?
무엇보다 눈동자가 맑아지더라고요. 채식을 하고, 화학 제품을 줄이면서 눈의 피로가 많이 줄었어요. 그런데 주름은 안 없어져요. 아기처럼 먹는데 왜 아기 피부는 안 되는지? 하하.

화보 촬영할 때 몸에도 화장품 대신 동백 기름을 바르던데요.
동백 기름과 아마씨 오일을 많이 사용해요. 특히 아마씨 오일은 다른 식물성 오일에 비해서 냄새나 끈적임이 없어요. 그리고 제 피부에 잘 맞았고요. 진짜 자기에게 맞는 게 뭔지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필요해요.

역시 계속 ‘실험 중’인 거군요.
첫 번째 실험은 화장품을 쓰지 않는 거였고, 두 번째 실험은 면 생리대로 바꾼 거였어요. 실험을 하면서 깨끗함과 더러움에 관한 고정관념이 많이 바뀌었어요. 집에 있을 때만이라도 면 생리대를 써보세요. 낮에는 일회용 생리대를 쓰고, 밤에 집에서는 면 생리대를 쓰면 몸도 편하고 환경에도 좋고, 지출도 줄일 수 있어요.

 

드레스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VF). 뱅글은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스카프는 에트로(Etro).

드레스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VF). 뱅글은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스카프는 에트로(Etro).

 

연예인으로 이런 경험을 나누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겠죠?
채식 이야기는 어렵지 않은데, 생리대 이야기는 좀 민망하죠. 그래도 제가 ‘섹시 스타’인데 트위터에 “면 생리대를 씁시다!”라는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저 아줌마 왜 저래” 이럴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실험해보고 정말 좋아서 공유하고 싶은 거니까요. 좀 더 공부하고, 더 많은 실험을 해보고 나중에 책을 내거나 블로그를 해보고 싶어요.

또 어떤 걸 실험해보고 싶어요?
유기농 면으로 만든 속옷과 옷을 입은 지 6개월 정도 되었어요. 앞으로 2~3년 더 입어보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어요. 또 차를 안 타고 살아보기, 전기 없이 살아보기, 이런 것도 해보려고요. 먹는 것까지 자급자족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아직 생활 방식은 도시와 비슷해요. 물건이 떨어지면 마트에 가서 사죠. 그런 것들이 조금 아쉬워요.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요?
생각해보니 꼭 오래 살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아니었어요.

그럼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 자유롭기 위해서. 도시에서는 내가 이 가방을 사서 들어야 행복할 것 같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꼭 행복할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제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뭘 사기 위해서는 돈을 벌고, 방송에 나가려면 PD가 저를 섭외해야 하죠. 타인에 의해서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무엇인가에 의존하는 걸 하나씩 줄이면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사람은 자유로울 때 가장 행복하잖아요.

인생은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여정 같아요.
인생의 목표를 행복으로 잡아야 해요. ‘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요. 지금 당장은 이걸 갖고, 저 사람을 만나고, 이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벌어야만 행복할 것 같죠. 그 모든 걸 다 경험해봤지만, 진짜 행복은 거기에 있지 않거든요. 진짜 행복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드레스는 스텔라 맥카트니 (Stella McCartney). 뱅글은 세컨플로어 (2econd Floor). 크리스털 장식 뱅글은 케이트 앤 캘리(Kate n Kelly).

드레스는 스텔라 맥카트니 (Stella McCartney). 뱅글은 세컨플로어 (2econd Floor). 크리스털 장식 뱅글은 케이트 앤 캘리(Kate n Kelly).

 

최근 쌍용차 해고자를 위한 ‘노란봉투’에도 참여했죠? 그것도 행복하기 위한 방법인가요?
저 혼자 1억, 2억을 기부하면, 어떤 사람들은 “저 사람은 2억이나 기부할 돈이 있나 보다”, “저 사람은 참 좋겠다”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4만7천원을 기부해서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또 돈의 액수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그분들에게 더 힘이 될 것 같아요.

자신의 유명세를,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데 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대단하고, 용감해요.
트위터에 유기견 글을 올리면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해봤더니 좋았던 것, 같이 해보고 싶은 것을 알리는 목적으로 해요. <얼루어> 독자분들에게 정말 끌리는 한 가지에 도전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환경보호, 동물, 노동권 같은 것이요.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동물도 보호받지 못해요. 죽기 전에 지구에 하나 정도는 좋은 발자취를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랬어요.

지금 당신에게 가장 두려운 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저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측은지심, 연민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다친 동물을 보면 보호해주고 싶고요. 그런데 산업사회가 그 누구나 가진 연민의 마음까지도 다 빼앗아간 것 같아요. 또 점점 환경오염이 심해지는 곳에서 사람들이 살고, 내 아이가 살게 되는 게 두려워요. 그런 걸 두려워만 하기보다, 하나라도 더 바꿔보고 싶고 사람들에게 바꿔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여긴 정말 평화로워요. 제주에 오길 참 잘했다 싶을 때는 언제예요?
서울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차도 많고 강아지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아서 산책길이 가시밭길이었어요. 강아지들이 활동량이 굉장히 많은데도 줄로 묶어 산책을 시키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주에 와서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노는 것을 볼 때 가장 행복해요. 그리고 여긴 밤이 되면 아무 소리도 안 나거든요. 아주 고요하죠. 서울에서는 듣기 싫은 소음을 들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으니까 귀가 아주 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