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무술 ‘주짓수’를 배우러 갔다

존 프랭클린 압구정 주짓수 체육관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두 명씩 짝지어 구르고 잡아당기고 꺾는 모습이 낯설고도 신기해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이수용 관장은 불쑥 찾아온 이방인에게 자신의 도복을 던졌다. 빳빳하고 두꺼운 하얀색 도복 위에 흰 띠를 메고 쭈뼛쭈뼛 짐 안으로 들어서자 곧 수업이 시작되었다. 둥글게 서서 준비 운동부터 시작. 걷다가 뛰다가, 누워서 구르기도 했다. 앞구르기, 옆구르기, 뜀뛰기로 몸을 푸는 동안 온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주짓수라는 이름은 일본의 유술(柔術)을 브라질 사람들이 ‘Juj i tsu’라고 발음하면서 만들어졌다.브라질로 이주한 일본의 유도 선수 마에다 미츠요가 실전에서 익힌 격투 기술, 유도 기법을 브라질의 그레이시 가문에 전수한 뒤, 브라질 고유의 격투술과 접목되어 독자적 형태의 무술로 발전하게 된 것이 바로 주짓수다. 조르기, 꺾기, 누르기 등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로 흰 띠, 파란 띠, 보라 띠, 갈색 띠, 검은 띠 순으로 승급되는데, 개인차는 있지만 한 단계당 1~2년이 걸린다. 그러니까 검은 띠를 따기 위해서는 1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특유의 거친 움직임 때문에 주짓수를 몸으로 하는 운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주짓수는 두뇌 스포츠다.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심사숙고하는 바둑처럼 동작 하나하나를 전략적으로 구사하지 않으면 백전백패다. “키와 몸무게가 같은 사람도 몸 두께, 팔 길이는 다 달라요. 똑같은 기술을 써도 상대에 따라 기술의 디테일이나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죠. 기술이나 움직임에 기본적인 공식은 있지만 상황에 맞게 응용하려면 끊임없이 연습해야 해요.” 준비 운동이 끝나고 관장의 기술 전수가 이어졌다. 후에는 실전 연습에 들어가는데 관장은 파란 띠를 맨 체구가 작은 여자 수련생을 내게 붙여줬다. 초보자인 만큼 미션은 빠른 시간 내에 상대방의 머리를 치는 것. 5분 동안 나는 그녀의 머리를 치기는커녕 머리 가까이 가지도 못했고, 내 머리는 시작한 지 10초 만에 공격당했다. “주짓수를 처음 배울 때는 ‘지지 않겠다’가 아니라 ‘지더라도 다양한 기술을 시도해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해요.” 3년 동안 꾸준히 주짓수를 했다는, 작지만 단단하고 재빠른 그녀의 몸을 보니 주짓수라는 운동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아직은 수련생의 90% 이상이 남자이지만 ‘여성이 남성을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운동’으로 알려지며 여자 수련생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주짓수는 체구가 작고, 힘이 약한 사람에게 경쟁력 있는 운동이에요. 온몸의 힘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라서 기술이 연결되는 흐름과 구조를 알면 자신보다 센 사람도 거뜬히 제압할 수 있어요.” 관장의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주짓수 짐을 찾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