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볼수록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의 풍경 여덟 가지를 모았다. 이 풍경들을 고스란히 지켜내는 게 바로 우리의 또 다른 의무일 거다.

곰배령(2010.6)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해발 1100미터 고지에 형성된 평원을 곰배령이라고 부른다. 곰배령은 숲이다. 그것도 1년 중 딱 8개월, 풀, 나무, 꽃이 피어나는 계절에만, 하루 200명에게 그 속살을 드러내는 원시의 숲이다. 복수초, 노루오줌꽃, 바람꽃 등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척에 피어나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숲길을 걷다 보면 왜 꽃은 이름이 없어도 꽃인지를 깨닫게 된다.

청산도(2010.4)

우리나라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산도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다름 아닌 길, 그 자체에 있다. 유채꽃이 만발하고, 청보리가 바람에 춤을 추는 4월은 섬을 걷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전라남도의 끝인 완도군에서 또다시 뱃길로 45분을 더 가야 할 만큼 멀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청보리밭과 부드러운 봄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멀리한 걸음이 아깝지 않다.

광양 매화마을(2012.3)

오죽하면 ‘매화마을’이라 부를까. 섬진강변을 따라가면 닿는 광양 매화마을의 매화는 3월 말만 되면 새하얀 꽃망울을 우수수 터뜨린다. 강과 산을 뒤덮은 하얀 매화의 향연은 눈이 부시지만 매년 3월 마지막 열흘간 열리는 매화축제 기간은 꽃을 감상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것도 사실이다. 매화가 졌다고 해도 아쉬워할 것은 없다. 흰 꽃이 지고 난 그 자리에는 반짝이는 초록빛 매실 열매가 대롱대롱 열릴 테니까.

증도(2012.6)

‘느림보 섬’이라는 별명을 가진 증도는 섬이자 풍성한 농작지이며, 너른 염전이 있고, 온갖 염생식물이 자라나는 곳이다. 1953년부터 보존된 국내 유일의 자연 염전습지인 증도 염생식물원의 식물은 염전의 건강한 소금을 먹고 자란다. 부드러운 연둣빛 군락의 정체는 삐비꽃. 매년 6월 가장 아름답게 피어난다.

순천만(2013.2)

순천만 해안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갈대 서식지다. 물론 이곳에 사는 것은 갈대뿐만이 아니다. 갯벌에는 맛조개와 참꼬막이 있고, 민물도요, 흑두루미 등 온갖 새가 겨울을 보내는 순천만은 수많은 생물의 안식처다. 갈대로 가득한 순천만을 이따금 자줏빛으로 물들이는 것은 칠면초다. 봄에는 녹색으로 시작해 차츰 붉어지다가 겨울이 되면 검은색으로 변하며, 일년에 일곱 번 색을 바꾸는 이 풀은 11월 즈음 가장 붉다.

신두리해변(2012. 12)

겨울의 서해 바다는 대체로 고요하다. 언제나 여행객들이 가득한 안면도와 꽃지, 만리포조차 겨울이 되면 언제 그렇게 붐볐냐는 듯이 고요 속에 잠긴다. 겨울철, 서해의 적요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다면 신두리 해변으로 향할 일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 꼽히는 신두리 사구가 있는 이 해변은 언제 찾아도 파도와 일몰조차 조용히 모래에 감겨든다. 진홍색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6월만 빼면.

태백산맥(2013.2)

강원도에 가보면 알게 된다. 태백산맥을 왜 ‘척추’라고 부르는지. 단단하고 강직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자락에는 미시령, 대관령, 한계령 등 높고 깊은 계곡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산은 언제나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지만 태백산맥에서 유독 또렷하고 긴 계절이 있다면 단연 겨울이다. 3월 초까지도, 겨울은 도통 물러날 줄 모른다.

영광(2011.1)

‘설경’이라고 할 때는 흔히 눈 덮인 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라남도 영광의 설경은 다름 아닌 바다에 있다. 밀물 때는 드넓은 갯벌이, 썰물 때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영광 바다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백수해안도로를 달리면 된다. 굵은 흰 소금을 뿌린 것 같은 눈 내린 겨울의 갯벌은 비옥한 갯벌 위로 낙조가 떨어지는 일몰에 찾아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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