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브루클린 라이크> 책을 낸 박인영이 브루클린 사람들이 사랑하는 장소를 소개한다. 지하철 몇 정거장이면 새로운 분위기의 동네가 눈앞에 펼쳐지는 그녀의 브루클린 아지트.

1 파이브 리브스의 노천 테이블. 2 아침을 시작하기 좋은 곳, 베이케리. 3 로자문데의 핫도그. 4 평화로운 브루클린의 오후. 5 모시언에서 주얼리 쇼핑을.

1 파이브 리브스의 노천 테이블. 2 아침을 시작하기 좋은 곳, 베이케리. 3 로자문데의 핫도그. 4 평화로운 브루클린의 오후. 5 모시언에서 주얼리 쇼핑을.

‘My Brooklyn’. &lt브루클린 라이크&gt를 쓸 때 처음으로 떠올린 제목이다. 브루클린을 생각하면 ‘My’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브루클린에 살지 않았더라면 뉴욕에 이렇게 오랫동안 살수 있었을까. 사진가 고윤지와 &lt브루클린 라이크&gt 를 기획하게 된 건 순전히 이런 사적인 이유에서다. 2009년 처음 뉴욕에 와 1년간 맨해튼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살았고, 이후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살면서 낯설게만 생각했던 이곳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마침 윌리엄스버그는 강가를 따라 새로운 콘도들이 들어서고, 맨해튼에서 많은 사람이 이사를 오면서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고윤지와 함께 룸메이트로 2년 동안 살면서 그 시간을 좀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우리가 보는 아름다운 공간을 내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다.
무려 4년이 지난 지금, 윌리엄스버그는 꽤 유명하고 대중적인 동네가 되었다. 특히 맨해튼 끝에서 L 트레인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베드포드 애비뉴는 주말마다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 브루클린으로 오자마자 2년간 살았던 집은 이스트 리버에 있었다. 매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이스트 리버의 철썩하는 물소리가 나의 모닝콜이었고, 눈뜨자마자 부스스한 채로 뛰쳐나가 베이케리(Bakeri)에 가서 미니 크루아상, 오렌지 브리오슈와 카페라테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일을 마친 오후 6시가 되면 동네 바의 해피 아워로 싼값에 한잔할 수 있었다. 로자문데(Rosamundae)라는 소시지 그릴, 멕시칸 레스토랑인 카페 드 라 에스퀴나(Cafe de la Esquina), 그리고 나이트혹 시네마(Nitehawk Cinema)의 1층 바에 앉아 맥주 한잔하며 하루의 일을 마감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날씨 좋은 주말은 천국이 따로 없다. 토요일에는 스모가스버그에서 요깃거리를 사다가 이스트 리버 파크에서 먹기도 하고, 이스트 리버 페리를 타고 덤보에 넘어가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에 가기도 한다. 쇼핑을 위해서 맨해튼에 나가는 일은 꽤 드물었다. 캣버드(Catbird), 모시언(Mociun) 등에서 주얼리 쇼핑을 하고, 필그림 서프 서플라이(Pilgrim Surf + Supply)에서 캐주얼한 티셔츠나 모자 등을 구경한다. 그러고 나서 브루클린 스타일을 보여주는 멀티숍 버드(Bird)에서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브랜드를 아이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 지치면 프림프 앤 폴리시(Primp & Pol ish)에 잠깐 들러 네일케어를 받으면 주말 하루가 끝난다. 한동안은 말로 앤 선즈(Marlow & Sons)에 꽂혀서 아침 커피부터 저녁 식사까지 이곳에서 해결했다. 멋과 감성으로 승부하는 숍이 골목마다 한두 개씩은 있으니 그 안에서 나만의 취향을 찾는 재미가 남다르다. 작년 10월, 책 작업이 거의 끝날 즈음 클린턴 힐(Clinton Hill)이라는 동네로 이사했다. 포트그린(Fort Greene)과 경계가 되는 이곳은 유럽인이 많이 살고, 브라운스톤 건물이 가득하다.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윌리엄스버그처럼 아기자기한 재미가 없으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도 했다. 그런데 세 달이 훌쩍 넘은 지금, 난 또 이 새로운 동네가 참 맘에 든다. 이름처럼 로맨틱한 분위기와 놀라운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이는 로먼스(Roman’s) 레스토랑과 스텀타운 커피를 파는 헝그리 고스트(Hungry Ghost) 카페 등 즐겨 찾는 장소도 몇 곳 생겼다. 뉴욕으로 여행 오는 친구들에겐 꼭 하는 말이 있다. 맨해튼에만 있지 말고, 주말엔 꼭 브루클린으로 놀러 오라고. 길을 걸으며 주변의 볼거리에 잠깐 길을 멈추게 되는 브루클린의 여유를 전해주고 싶어서 말이다.

3 Spots 브루클린에 간다면 빼놓지 말고 여길 꼭 들러보길.
Five Leaves 주말이면 브런치를 위해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레스토랑. 그린포인트의 힙스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트러플 프라이와 파이브 리브스 버거가 인기 메뉴다. 주소 18 Bedford Ave, Greenpoint, Brooklyn, NY 11222 www.fiveleavesny.com
Sprout Home 2007년에 오픈한 컨템퍼러리 홈 & 가든 센터.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이곳의 식물들의 향기를 맡고 가길. 주소 44 Grand St, Brooklyn, NY 11249 www.sprouthome.com
Kinfolk Studios 낮엔 노트북 들고 가서 커피 마시며 일하기에 좋고, 저녁엔 친구들과 가볍게 와인이나 맥주 한잔하기도 좋은 공간. 디제잉을 하고, 전시회 등 이벤트도 열리는 복합 컬처 공간. 주소 90 Wythe Ave, Brooklyn, NY 11211 www.kinfolklif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