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기 위해 남쪽으로 달렸다. 자동차 대신 기차에 올라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봄을 만났다.

1 하하동역에 잠시 멈춰 선 S 트레인. 거북선과 용을 모티프로 한 푸른빛 열차다. 2 넓고 깊은 섬진강, 그리고 모래사장. 그 뒤를 지리산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다. 3 하동공원에 핀 홍매화가 봄을 알린다. 4 S 트레인의 카페실 풍경. 커플석도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 5 봄이 오지 않아도 차밭은 푸르다. 하동군 어디를 가도 크고 작은 차밭을 만날 수 있다.

1 하하동역에 잠시 멈춰 선 S 트레인. 거북선과 용을 모티프로 한 푸른빛 열차다. 2 넓고 깊은 섬진강, 그리고 모래사장. 그 뒤를 지리산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다. 3 하동공원에 핀 홍매화가 봄을 알린다. 4 S 트레인의 카페실 풍경. 커플석도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 5 봄이 오지 않아도 차밭은 푸르다. 하동군 어디를 가도 크고 작은 차밭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맞물리는 무렵이면 본능적으로 남쪽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꽃나무가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고, 바람이 따뜻한 곳. 땅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연둣빛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서 말이다. 남도해양관광열차인 S 트레인에 오를 때의 마음이 딱 그랬다. 지난여름 코레일에서 선보인 관광열차인 S 트레인은 부산과 여수를 잇는 열차다. 하루에 딱 한 번, 아침 9시 18분에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이 열차는 오후가 되면 여수를 떠나 왔던 길을 거슬러 출발한 곳으로 돌아온다. 부산에서 여수까지 200km가 훌쩍 넘는 거리를 장장 네 시간이 넘게 달리는 열차가 그 사이에 점점이 찍는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 구포, 진영, 창원중앙, 마산, 진주, 북천, 하동, 순천…. 지도 위의 역들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있다. 경기도와 전라도의 경계에 자리한 작은 마을, 하동을 행선지로 정했다.

S 트레인, 탑승 완료
이른 새벽, 부산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6시에 출발하는 KTX 열차에 올랐다. 서울과 부산은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워진 걸까? 부산역에 내려 시계를 보니 이제야 8시 50분. 창밖으로 중앙부두에 정박한 배와 수많은 컨테이너 박스가 보였다. 부산이구나!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바닷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푸른색으로 몸을 휘감은 S 트레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차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열차의 첫 번째 칸부터 마지막 칸까지를 꼼꼼하게 구경하는 것. 열차 칸은 모두 5개로 그중에서 3호차와 4호차는 각각 카페실과 다례실로 운영 중이었다. 바닥과 의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거북선, 용, 동백꽃, 학 등 전통적인 요소가 객실 디자인에 반영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S 트레인의 디자인 자문위원은 프랑스 디자이너인 펠릭스 부코브자가 맡았다. 다례실 천장의 서까래 프린트, 갈대로 만든 발이 프린트된 블라인드를 보니, 외국 사람인 그의 눈에 우리 전통 문양이 어떤 인상이었을지 궁금해졌다.
열차의 출발과 함께, 창밖으로는 산과 논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대부분의 역들은 이미 말끔하게 현대식으로 재단장을 마친 모습이었지만 그 풍경만 벗어나면 또다시 산과 들판이었다. 기차가 자동차보다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덜컹이는 기차의 박동은 사람 심장이 뛰는 속도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열차를 탄 지 한 시간 반쯤 지나려니 잠 기운이 솔솔 올라왔다. 먹고 자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는 게 기차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잠들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다례실로 향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앉는 좌식 테이블에는 다도세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체험비 5천원을 내면 한복을 차려입은 승무원이 친절하게 차를 우리는 것을 도와준다. 차를 몇 번이고 우려낼수록, 풍경은 한층 여유로워졌다. S 트레인에 다례실이 있는 이유는 차 생산지로 유명한 하동을 지나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를 자연스럽게 여정에 녹여낸 노력은 이 열차를 특별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 미리 주문할 경우 카페실에서 맛볼 수 있는 기차 도시락도 부산어묵덮밥, 남도젓갈도시락처럼 지역 특산물로 만들었다.
“열차가 15분간 정차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속력이 차츰 줄어드는 차창 밖으로 오래된 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이면 코스모스가 가득하다는 북천역이었다. 코스모스밭이 없어도 연보라색, 분홍색의 코스모스 조형물, 그리고 작은 역의 풍경이 아기자기하게 어울리는 북천역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S 트레인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포토 스팟’이다. 북천역에 도착했다는 건 기차 여행이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 뒤로 남은 역은 딱 세 개. 하동, 순천, 그리고 여수역뿐이니까.

화개장터로 가자
순천역 근처의 렌터카 센터에 차를 예약해놨기 때문에 하동을 지나 순천역에서 하차했다. 내비게이션에 곧바로 입력한 목적지는 당연하게도 ‘화개장터’였다. 남해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빠르긴 하지만 풍경을 천천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일부러 국도를 택했다. 오는 4월 개장을 앞둔 순천만정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지나, 하동으로 가는 길에는 구례가 있었다. 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의 한편에 왕벚꽃나무, 철쭉 등 각종 묘목을 파는 크고 작은 농원이 늘어선 광경이 마치 작은 숲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금도 푸르른 초봄의 보리밭! 그렇게 20분쯤 달렸더니 강이 보였다. 섬진강이었다. 그제야 계속 우리 뒤를 따라온 낮고 순한 산이 지리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날 읽은 <지리산 둘레길> 책을 꺼내, 책의 기록과 지금 이 풍경이 겹칠 만한 곳을 찾았다. 직접 둘레길을 걸을 수는 없었지만, ‘둘레길 공식 구간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우리는 나머지 코스를 직접 만들어간다. 독자노선의 백미는 섬진강변이다. 익숙했던 그 길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던 책 내용이 떠올라 차를 세워두고 강가로 내려갔다. 한 발짝 한 발짝 강에 다가갈수록 드물게 백사장이 남아 있는 강, 섬진강의 실체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규모로 치면 금강, 북한강, 낙동강에 이어 4대강에 들겠지만, 섬진강은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되었다. 강 유역에 큰 도시가 없고, 유역 주민 수도 4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섬진강 대신에 4대강 사업에 들어간 영산강 유역은 광주, 목포 같은 대도시를 포함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래서 섬진강이 소외됐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섬진강이야말로 유일하게 남은 ‘진짜 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섬진강이 살아 있다는 증거는 드넓은 백사장에서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하얗게 드러난 모래사장이 물이 말라 그런 것인 줄 알았다. 늘 공원이나 자전거길로 정비된 강변만 봐왔지 이토록 넓은 강변의 모래사장을 본 적이 없으니까. ‘엄마야 누나야’에 나오는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이 있는 강변이 어떤 건지, 이제야 알게 된 셈이다. 호들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넓고 하얀 강변이 신기해 화개장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이 날 대로 난 상태였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새롭지도 않은 노래를 굳이 부르며 내렸지만, 꽃이 피기 전의 화개장터는 고요했다. 문을 연 식당도 많지 않았고, 여행자는 더욱 드물었다. 두 달이 더 지나 쌍계사의 벚꽃이 흐드러질 즈음이면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붐비는 장터가 될 거라는 사실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화개장터에 있는 식당 중 방송에 안 나간 곳이 없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름난 동백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섬진강 참게집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히는 식당으로, 화개지역에서 참게잡이 허가권을 가진 곳은 이 식당이 유일하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대표 메뉴인 재첩국과 참게탕, 은어회와 빙어튀김, 모두 강에서 난 것으로 차린다. 부드럽게 씹히는 참게 다리를 꼭꼭 씹고, 작은 등딱지에 있는 알과 살도 샅샅이 긁어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1 봉수대라고도 불리는 금오산 해맞이전망대에 오르면 한려해상과 남해안의 도시들이 펼쳐진다. 2 매암 차 박물관의 안쪽 풍경. 3 게스트하우스이자 펜션인 도시고양이 생존연구소. 책으로 가득한 카페 공간은 북카페로도 손색이 없다. 4 천년 고찰답게 고즈넉한 천은사. 5 화개장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백식당. 참게탕이 가장 인기 메뉴다. 6 하동공원에는 곧고 바르게 자란 대나무로 가득 찬 대나무 숲이 있다.

1 봉수대라고도 불리는 금오산 해맞이전망대에 오르면 한려해상과 남해안의 도시들이 펼쳐진다. 2 매암 차 박물관의 안쪽 풍경. 3 게스트하우스이자 펜션인 도시고양이 생존연구소. 책으로 가득한 카페 공간은 북카페로도 손색이 없다. 4 천년 고찰답게 고즈넉한 천은사. 5 화개장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백식당. 참게탕이 가장 인기 메뉴다. 6 하동공원에는 곧고 바르게 자란 대나무로 가득 찬 대나무 숲이 있다. 

 

 

하동, 따뜻하고 푸르른
화개면을 떠나, 하동군의 품을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차밭이 계절과 상관없이 푸르다는 말은 들었지만, 혼자 이미 봄인 것처럼 연두색을 반짝이는 찻잎은 신비로웠다. 목적지는 악양면 평사리. 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평사리다. 무려 26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완성된 박경리의 <토지>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관계된 모든 서사가 녹아 있다.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으로 등장하는 평사리 최참판댁 가옥은 2002년에 소설 속 묘사를 바탕으로 탄생한 곳. 소설 속의 만석꾼 최참판도, 으리으리한 한옥도 허구인 셈이지만 입구에 평사리의 너른 논을 바라보니 그토록 장대한 이야기가 왜 이곳에서 시작됐는지 알 수 있었다. 보기 드물게 넓고 평평한 땅과 그 뒤를 부드럽게 에워싼 지리산의 능선. 봄이 와서 꽃이 피고, 모가 자라고, 추수의 계절이 되면 이 풍경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
마을 쪽으로 향하니 컵떡볶이와 떡꼬치를 손에 쥐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보였다. 열차에서 내린 이후로 가장 활기찬 풍경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빼놓지 않고 들러야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매암 차 박물관이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보내는 동안 마치 마음을 비우듯 묵묵히 차를 가꿔온 매계 강성호의 뜻을 이어받은 아들 매암 강화수와 손자 강동오가 개관한 곳이다. 박물관이라고 하지만 차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 오래된 가옥이 한 채, 그리고 무인 다방 겸 매암차를 판매하는 곳으로 이용되는 작은 집 한 채가 전부다. 하지만 잘 가꾼 나무에 걸어놓은 찻주전자, 차밭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놓여 있는 나무 의자가 선사하는 고즈넉함은 이 유서 깊은 차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평사리에 매화가 붉어지면, 바깥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실 수도 있을 것이다.

홍매화를 보았네
하동을 찾은 이유 중 하나는 홍매화였다. 하동공원의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소문 속의 홍매화를 찾아서 섬진강대로를 타고 달렸다. 오른쪽 길에 계속 펼쳐지는 섬진강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김용택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떠오르게 했다. 그래. 이토록 넓고 풍요로운 강물은 과연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르지 않을 것이다. 강을 따라서 새로운 마을 이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흥룡마을, 범바구마을, 고서마을, 서재마을…. 그렇게 하동공원에 도착했을 때, 대나무밭을 먼저 마주쳤다. 줄기와 이파리 모두 보기 드물게 곧고 깨끗하게 솟은 대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홍매화! 겨우 몇 송이가 파르르 떨면서 꽃망울을 터뜨린 정도였지만 올봄, 가장 먼저 핀 매화라고 생각하니 그 꽃망울 몇 개 조차도 기특하게 느껴질 수 밖에.
지리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절은 벚꽃길로 유명한 쌍계사지만 사실 이 근방에는 사찰이 유난히도 많았다고 한다. 1632년에 간행된 <진양지>에 따르면 화개에만 53개의 절이 있었다고 하니, 산의 기운이 과연 맑긴 맑았나 보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지리산 서남쪽에 자리한 천은사로 향했다. 입구에 있는 저수지가 마치 태초부터 그곳에 있었던 호수처럼 산과 하늘을 맑게 비추고 있었다. 신라 시대 때 창건된 이 고찰의 이름은 본디 감로사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감로사를 17세기 숙종 때 개축해 지금의 천은사가 태어난 것이다. 천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한자리를 묵직하게 지켜온 절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공기는 한없이 맑고 아름다웠다.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화개장터 근방에 구한 숙소는 ‘도시고양이 생존연구소’. 평사리와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했더니 아쉽게도 강은 이미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묻힌 뒤였다. 아침 해가 선사할 새로운 풍경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피로가 봄눈처럼 사라졌다.

남해가 보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테라스로 달려나갔다. 처음 커튼을 열었을 때는 밤과 다름없이 까맣던 하늘이 조금씩 밝아질 때마다 산도 강도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냈다. 아침의 섬진강은 어제 낮과 저녁에 본 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어서, 왜 김용택 시인이 이 강에 대해 열두 편이나 시를 남겼는지 알 것 같았다. 그대로 이곳에 앉아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마지막 목적지인 금오산 해맞이공원에 올라야 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금오산은 하동의 맨 끝자락에 자리해 있다. 800m가 훌쩍 넘는 금오산 해맞이공원은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쉽게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금은 공군 기지가 있는 금오산 해맞이공원은 본디 봉수대였다. 오른쪽에는 여수가, 왼쪽에는 통영이, 그리고 한려수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도, 지금도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차로 올라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해맞이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경사가 심한 커브를 몇 번이나 돌았을까. 다시 한 번 힘차게 운전대를 돌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가드레일 근처에 조르륵 앉아 있는 담비 세 마리였다. 하늘다람쥐와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지리산 국립공원이 야생동물이 가장 많은 곳인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산으로 오르는 도로에서 담비를 세 마리나 만나다니. 금방 눈이 동그래져서는 후다닥 도망가는 그 뒷 모습조차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뜻밖의 선물에 산을 올라오면서 쌓인 긴장감이 쑥 내려갔다. 다시 몇 번의 커브를 돌았다. 정상이었다.
그리고 발 밑으로 남해안의 풍경이 가득히 펼쳐졌다. 바다, 섬, 산, 하늘, 해, 그리고 강과 도시가 아직 희미한 아침 햇살 아래 드넓게 빛나고 있는 풍경이라니. 보는 순간 바로, 이 장면은 눈으로밖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정도로 드넓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 풍경을 다시 보기 위해서라면 남쪽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향할 것이다. 봄의 한복판에도, 또 그 봄이 지난 이후에도 상관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