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로 영화계에 유쾌한 바람을 불러온 노영석 감독의 새 작품은 스릴러 <조난자들>이다. <조난자들>의 범인이 3월 밝혀진다.

1 의심스러운 ‘학수’ 역을 맡은 배우 오태경. 2 의 노영석 감독.

1 의심스러운 ‘학수’ 역을 맡은 배우 오태경. 2 <조난자들>의 노영석 감독.

전작 <낮술>은 유쾌한 작품이었다. 이번엔 스릴러다. 원래 스릴러 장르를 좋아했나? 장르를 따지지 않고 다 좋아한다. 영화에도 유머가 많다. 사실 다른 작품을 작업하고 있었는데, <조난자들>이 먼저 완성되었다. 원래 계획했던 작품은 흥이 깨져서….
흥이라면 영화를 찍는 흥 말인가? 시나리오 쓸 때의 기분이 깨졌다.
감독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어떤 얘기가 하고 싶었나? <낮술> 때에는 남자들의 본능과 바보스러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남자와 술과 여자. 그런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남자를 다루는 영화’다.
<낮술>로 ‘젊은 홍상수’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난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마초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내 영화는 마초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여성과 가까워지고 싶어 한다.
<낮술>당신의 영화에는 늘 ‘독특한 유머’라는 말이 따라다니는데, 실제로도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나? 나는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하.
<조난자들>의 촬영은 어디서 했나? 강원도 둔내휴양림에서 단 15차 만에 촬영했다. 그래도 <낮술> 때는 술도 많이 마시고 즐기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정신없이 찍었다.
<조난자들>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아주 큰 상업영화 같다. 음, 그런데 작고 소박한 영화다. 상업영화로 갈 수도 있었지만 얽힌 관계들도 있어서 처음 계획대로 찍었다.
가장 흥미롭고 의심스러운 인물인 전과자 ‘학수’ 역은 <화엄경>과 <올드보이>의 오태경이 맡았다.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두었다던데? 어릴 때는 병아리처럼 귀여웠던 친구가 <알포인트>, <나쁜 놈이 더 잘 잔다>에서 정말 괜찮아 보였다. 그 친구가 좀 아팠는데, 내가 원하는 얼굴이 되었더라. 그래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오태경이 할 수 있는 배역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그 친구가 ‘빨리 서른이 되고 싶다’고 한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나이를 먹고, 그게 드러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그런 마음도 좋았다.
<조난자들>은 우선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하와이 국제영화제에서는 대상도 탔다. 제일 좋은 상을 받긴 했다. 하지만 상금은 없다. 하하. 해외에서는 항상 캐나다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다. <낮술> 때도 그랬다. 국내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때 선보였는데, 상영 때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작품의 실마리를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었다던데? 혼자 시나리오를 쓰러 태백에 가는 길에, 딱 ‘학수’ 같은 사람을 만났다. 위험한 인상인데, 왠지 내가 묵는 펜션에 그도 올 것 같았다. 펜션에 홀로 투숙했는데, 글은 안 써지고 계속 그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이 펜션에 나타나는 상상을 하니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펜션에 혼자 있으면 생각보다 무섭다. 고립된 기분이다.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나? ‘반전’이 있다고 들었다. 그게…, 그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힌트는 제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