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왕, 에그 베네딕트를 맛있게 만드는 가게를 찾았다. 잉글리시 머핀 위에 베이컨과 수란, 홀랜다이즈 소스를 올리는 이 단순한 요리가 이토록 다양하게 변주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1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 그리고 노르웨이산 연어를 올렸다 2 아늑함을 더하는 원목 테이블

1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 그리고 노르웨이산 연어를 올렸다 2 아늑함을 더하는 원목 테이블

 

1 오아시스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호주는 풍부한 식재료만큼이나 풍요로운 브런치 문화가 자리 잡은 나라 중 하나다. 호주의 느긋한 브런치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오아시스는 콧대 높은 청담동에서 보기 드물게 편안한 공간이다. 프렌치 토스트, 오믈렛, 그리고 에그 베네딕트까지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달걀이 빠지지 않는 브런치 메뉴에서 달걀 요리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법. 오아시스가 달걀과 버터, 생크림 모두 최고급 재료만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잉글리시 머핀 대신에 담백한 터키시 브레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엄격하게 전통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 손님들로부터 해외에서 먹은 맛 그대로라는 칭찬을 종종 듣는다고. 심지어 양도 푸짐하다! 무화과 콤포트와 바나나와 호두를 곁들인 온갖 종류의 팬케이크부터 근사한 디너 메뉴도 갖춘 오아시스는 매장 3층에 오아시스 프레시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든 매실발효액과 진저레몬티, 친환경 파프리카와 오아시스만의 레시피를 고스란히 담은 팬케이크 세트를 만날 수 있다.
가격 1만7천6백원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일요일은 오후 2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5길 20 문의 02-548-8859

 

1 잉글리시 머핀 대신에 팬케이크를 활용했다 2 햇살이 가득한 공간

1 잉글리시 머핀 대신에 팬케이크를 활용했다 2 햇살이 가득한 공간

 

2 더 플레이트 28

지름 28cm의 접시에 음식을 담기 때문에 ‘더 플레이트 28’이라 불린다. 캐나다 밴쿠버에 머무는 동안 접한, 지역 농산물을 파는 파머스 마켓의 음식을 잊지 못한 정윤희 대표가 귀국 후 사촌언니와 손잡고 차린 곳이다. 그런 만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역시 건강한 재료. 모든 소스와 재료를 손수 만드는 것은 기본, 캐나다산 베이컨과 이름도 예쁜 ‘소소란’이라는 작은 농장 달걀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에그 베네딕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잉글리시 머핀 대신에 팬케이크를 사용하는데 메밀가루를 첨가해 쫀득하고 고소하다.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더 플레이트 28은 갤러리아 백화점 고메이 494에 입점을 앞둔 상태다. 2월 말까지는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연다니, 이 비밀 같은 장소가 더 유명해지기 전에 찾아가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가격 1만5천8백원 영업시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로 23길 문의 02-6404-2882

 

1 두 가지 맛을 한 접시에서 느낄 수 있다 2 벽에 걸린 그림은 선물 받은 것

1 두 가지 맛을 한 접시에서 느낄 수 있다 2 벽에 걸린 그림은 선물 받은 것

 

3 르 브런쉭

가로수길에서 에그 베네딕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르 브런쉭이다. 에그 베네딕트가 아직은 생소하던 때부터 꾸준히 인기를 얻은 것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고려한 에그 베네딕트를 요리하기 때문일 거다. 수란과 홀랜다이즈 소스는 에그 베네딕트의 핵심 유전자지만 그래도 끈적한 노른자의 맛이나 버터를 베이스로 한 소스가 느끼한 것은 사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매콤함을 더하거나 되도록 담백하게 요리하는 것이 르 브런쉭의 노하우다. 근처 제과점에서 주문 제작하는 잉글리시 머핀은 한층 부드럽게 씹히고, 햄에 오이를 곁들인 에그 베네딕트의 식감은 생소하면서도 친근하다. 베이컨과 시금치, 버섯이 올라간 한층 클래식한 에그 베네딕트까지 두 가지가 한 접시에 나와 맛을 비교하며 먹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게다가 샐러드와 감자, 수제소시지, 아스파라거스와 베이컨꼬치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추가할 수 있다. 내 입에 가장 맛있는 에그 베네딕트를 만날 때까지 마음껏 도전해보길.
가격 1만6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10길 20 문의 02-542-1985

 

1 화사한 봄맞이 메뉴인 투스칸 베네딕트 2 샹송과 보사노바가 흐르는 단정한 공간

1 화사한 봄맞이 메뉴인 투스칸 베네딕트 2 샹송과 보사노바가 흐르는 단정한 공간

 

4 빙봉

본디 글을 쓰던 심가영 대표는 뒤늦게 요리를 시작했다. 글쓰기와 달리 만드는 동안 딴 생각을 할 틈이 없고, 먹은 이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요리의 매력에 눈을 뜬 것이다. 빙봉의 요리에는 요리를 향한 심가영 대표의 애정과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건강한 빵 만들기로 유명한 이태원 ‘오월의 종’에서 빵을 가져오며, 달걀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작은 농장에서 직접 공급받는다. 좋은 달걀은 냄새부터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말. 메뉴도 계절마다 부지런히 바뀐다. 다가오는 봄을 맞이해 선보인 투스칸 베네딕트는 이탈리아 투스카나 지역의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메뉴. 말린 토마토와 루콜라, 이탈리아산 소시지에서 이탈리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렌지 즙을 더한 특별한 홀랜다이즈 소스를 맛볼 때면 숨을 크게 들이쉴 것. 상큼한 오렌지 향에서 봄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가격 가격미정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67 문의 02-790-6245

1 쌍둥이 같은 에그 베네딕트 2 베이커리와 샐러드바도 마련되어 있다

1 쌍둥이 같은 에그 베네딕트 2 베이커리와 샐러드바도 마련되어 있다

 

5 퀸즈파크

샐러드 바와 디저트와 빵을 아우르는 베이커리,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드는 파
스타와 스테이크는 퀸즈파크를 유명하게 한 것들이다. 청담동에 이어 자리한 서래마을의 두 번째 매장은 테라스가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1층, 별실이 마련된 2층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특징. 퀸즈파크의 스테디셀러인 에그 베네딕트는 홀랜다이즈 소스 대신에 베어네이즈 소스를 사용한다. 부드럽고 시큼한 홀랜다이즈 소스와 만드는 방법이 비슷한데도 확연히 다른 맛이 나는 건, 바로 타라곤 덕분이다. 프랑스 왕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허브, 타라곤의 맛과 향을 소스에서도 느낄 수 있다. 3월에는 청담동과 서래마을에 이어 한남동에 세 번째 퀸즈파크가 문을 연다는 소식. 기존 매장과는 꽤 다른 분위기가 될 예정이라니 기대해도 좋겠다.
가격 1만8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주말은 오전 9시부터) 주소 서울시 서초구 동광로 95-1 문의 02-532-4054

 

1 직접 만든 소시지와 베이컨, 단호박을 각각 올렸다. 2 만도 풋루스 시승도 가능하다

1 직접 만든 소시지와 베이컨, 단호박을 각각 올렸다. 2 만도 풋루스 시승도 가능하다

 

6 카페 풋루스

풋루스 카페에서는 스스럼없이 경사를 오르고, 자동차만큼 빠르게 도시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교통수단, 만도 풋루스를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만도 풋루스의 제품 안테나 숍으로만 치부하기엔 꽤 근사한 분위기와 수준 높은 에그 베네딕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 유명 셰프가 매체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브런치 가게로 손꼽은 이곳의 인기 메뉴는 역시 에그 베네딕트. 접시를 받으면 우선 그 든든한 구성에 놀라게 된다. 샐러드와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각기 다른 재료를 차곡차곡 울린 두 개의 에그 베네딕트라니! 체다치즈와 짝을 이룬 울퉁불퉁 못생긴 소시지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향긋한 허브 향과 독특한 식감을 자랑하고, 짜고 기름진 모르테달라 햄은 달콤한 단호박과 꽤 잘 어울린다. 카페 풋루스는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마친 허대영 셰프를 새로 주방에 맞이했다. 봄이 되면 파스타와 생선 요리의 가짓수가 한층 늘어날 거라는 소식. 그러고 보니 마침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가격 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주말은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805 문의 02-548-1701

Check Point 가장 오래된 에그 베네딕트
1910년에 문을 연 웨스틴조선호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에그 베네딕트를 선보인 곳이다. 한국 최초의 프렌치 다이닝인‘팜 트리’의 테이블에 오른 에그 베네딕트는 현재 호텔 1층에 자리한 ‘나인스 게이트 그릴’에서 아침 식사 시간에만 만날 수 있다. 정식 메뉴 명은 ‘토정란을 사용한 두 알의 계란 요리, 구운 감자, 소시지, 베이컨’. 주문 시 에그 베네딕트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말하면 된다. 주방장들이 직접 만든 햄을 비롯해 최고급 재료만 들어간 비밀스러운 에그 베네딕트가 그 모습을 드러낼 거다. 가격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