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회사에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예상치 못한 상황과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 난감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커리어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영화 의 한 장면. 완벽주의자인 미란다와 함께 일하며 고군분투하는 앤디 삭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완벽주의자인 미란다와 함께 일하며 고군분투하는 앤디 삭스.

연봉 협상 날짜가 다가오고 있어요
물론 평소의 업무가 연봉 협상의 90% 이상을 좌우한다. 그러나 10%는협상 당일 당신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여자 라이프 스쿨의 이재은 대표는 개인의 딱한 사정을 운운하며 사정하는 것을 최악의 사례로 꼽았다. “‘부모님이 편찮으세요’, ‘동생학비를 보태고 있어요’ 등의 개인 사정으로 실무자의 감정에 호소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습니다. 한 해 동안 회사에 기여했다고 생각되는 성과를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백배 효과적이죠. 연봉에 대한불만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자신의 생각이라도 팀 전체의 생각인 것처럼 돌려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말이 없으면 이 정도도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고, 부당하다고 대들면 괘씸죄가 성립된다. 생각하는 연봉 수준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면 냉큼 대답하지 말고 회사에서 생각하는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되물어라. 당신이 생각한 금액이 아니라면 며칠 뒤 다시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아주 열심히 일해라. 실무자는 당신의 상사와 함께 제2의 대안을 찾을지도 모른다. 물론 최악의 경우, 비장한 표정을 한 당신을 반가워할 수 있겠지만.

완벽주의자가 아닌 나, 완벽주의자인 그녀와 어떻게 일해야 하나요?
완벽주의자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그들은 스스로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자신이 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 때문에 그들은 늘 스트레스와 압박감 속에서 일하는데, 이 스트레스를 풀 대상은 어김없이 부하 직원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높은 기준을 다른 이들에게도 적용한다는 점이다. 그들의 눈에는 부하 직원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격한 규칙을 들이대며 부하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당신이 맡은 일을 그녀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녀가 원하는 시간까지 끝냈는지 계속 확인하려 들 것이다. <나쁜 그녀들의 심리학>의 저자 메레디스 플러는 조언한다. “만약 그 결과가 당신의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게 순응 모드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당신을 신뢰하게 될 것이고 완벽에 대한 강박을 다른 것을 통해 채우려 할 테니까요.”

상사가 나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요
팀장이 당신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졌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얼마나 사귀었는지 등 지극히 사적인 연애사를 묻기 시작했다. 그가 당신에게 작업을 시작한 것이 확실하다면 설사 연애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팀장님은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와 같은 숫기 어린 말로 알아들을 팀장님이었다면 새파랗게 어린 당신에게 들이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다. 그들은 으레 이런 멘트로 당신과의 관계를 시작하려 든다. “퇴근하고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할까?”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의 저자 이미정은 이렇게 조언한다. “일대일 만남을 절대적으로 거절해야 해요. 대신 전체 회식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아요. 공적인 관계일 때는 부하 직원으로서 상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사적인 만남은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실히 보여주는 거죠.” 또 하나, 성공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여직원은 이런 남자 상사에게 더없이 좋은 목표물이 될 수 있으니 대놓고 일과 승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직한 회사에서 저를 왕따시키려고 해요
텃세를 부리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을 위협하거나 자기 것을 빼앗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가져올 변화와 혼란,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닥칠 ‘리스크’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정말로 부딪쳐 싸워야 할 관계가 아니라면 당신이 안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 쓸데없는 감정 싸움으로 피곤해질 이유가 없으니까.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의 저자 이미정은 조언한다. “여기는 원래 이런가?’라는 의문을 갖지 말고,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마세요. ‘여기’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그 회사와 동화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미 왕따를 당하고 있다면 구성원 가운데 가장 착해 보이거나, 입심 좋은 사람을 공략해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세요.”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하고 실수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는 막무가내 왕따라면 방법은 하나다. 일로써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거다. 상사의 신임을 얻고 고속 승진을 하는 당신을 왕따시키기란 회사를 그만두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테니까.

상사의 욱하는 성격을 견디기 힘들어요
과장이 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미 그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 일단은 침묵해야 한다.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기다려야 한다. 스스로 욱하는 자신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에는 겸연쩍어지기 마련이고, 그때 비타민 음료를 들고 찾아가 대화를 제안하는 당신을 거절하지는 않을 거다. 그는 욱하는 성격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가 소리를 지르는 건, 당신이 죽을 죄를 지어서도, 당신을 무시해서도 아니다. 단지 그가 의사소통을 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이렇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신은 그를 피하는데 급급할 것이고, 대화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상처만 깊어질 수 있다. 그가 특히 예민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만큼은 기억해서 실수를 되풀이 않도록 노력해라. <직장신공>의 저자 김용전은 말한다. “문제 제기를 해야 할 때는 개인의 입장이 아닌 팀 전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다시 그의 목소리가 커진다고 해도 당황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조용한 말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이 뭐라고 하는지 듣기 위해서라도 잠시 주춤할 테니까요.”

동료가 자꾸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해요
뒤에서 욕하는 사람은 대개 앞에서는 부드럽고 상냥한 척한다. 누군가 무리한 일을 하려 들 때마저 “음, 그 생각도 좋은 것 같은데요?”라며 동조하지만 돌아서자마자 말을 바꾼다. 누군가 “아깐 좋다더니, 왜 그래요?”라고 하면 그녀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말린다고 들을 사람인가요?” 뒷담화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측근을 만들어 무리 지어 다니려는 습성이 있다. 뒷담화를 함께할 대상이 필요한 법이니까. 동료나 후배라면 좋은 말로 타이를 수 있겠지만 상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지어 당신을 자신의 측근으로 섭외하려 들면 이보다 골치 아픈 일이 없다. “이러한 상사에게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이 좋아요. 그의 말에 정색해 할 필요도, 열을 내며 상대방을 두둔할 필요도 없죠. 자칫하다가는 뒷담화의 대상이 당신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직장생활 정글의 법칙>의 저자 박윤선은 말한다. 그저 “아, 그래요?” 정도의 추임새나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액션만 취할 것.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독립적으로 행동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다. 당신의 소극적인 액션은 뒷담화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거다.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상사의 ‘후배 성과 가로채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부하 직원의 성과물을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연기하는 경우고, 또 다른 하나는 뛰어난 성과를 낸 동료나 부하 직원의 업적을 부정하기 위해 아예 없던 일로 만드는 경우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다. 당신의 인사고과를 결정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면 한두 번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 상사 역시 당신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기회를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 반복되고 그에 대한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직장생활 정글의 법칙>의 저자 박윤선이 조언하는 해결법은 이것이다. “만약 상사가 ‘수고했어. 여기서부터 내가 진행할게’라고 말한다면 지금까지 진행했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정중하고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세요. 업무 진행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최대한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를 이용하고, 이메일로 보고하며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상사어’ 해석하기
요즘 무슨 일 있어? 요즘 일 처리가 시원치 않아. 정신 차려.
당신을 걱정하고 이해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상사가 개인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자꾸 묻는다면 당신이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난번 그 건은 어떻게 되었니? 왜 미리 보고하지 않니? 꼭 내가 먼저 물어야겠니?
상사로부터 업무 확인과 재촉을 받는 것은 상사의 표현이 아무리 부드럽다 한들 무심히 넘길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든 상사가 묻기 전에 보고해라.

그쪽에서는 그럴 수 있지. → 네가 업무 처리를 똑바로 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상사는 어떠한 일에도 핑계 대는 것을 싫어한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지금 맡고 있는 일이 많이 힘들지? 이 일은 너에게 역부족인 것 같다.
당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제 무슨 일 있었어? 너는 어떻게 그 꼴을 하고 회사에 출근하니?
손질하지 않은 머리와 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출근하는 일이 잦으면 ‘자기관리 못하는 무능력자’로 찍히는 건 시간 문제다.

옆 팀 이 과장은 일을 참 잘해. 일 처리도 빠르고 말이야. 이 과장 일하는 것 좀 보고 배워.
당신의 동료나 후배를 부쩍 자주 칭찬한다면 당신이 하는 일이 못마땅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