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들이켜거나, 탱글탱글 씹히는 제철 해산물을 맛보고 싶어지는 계절. 이 겨울을 든든하게 만들어줄 겨울 보양식들을 골랐다. 이 한 그릇이라면 올겨울, 감기 걸릴 걱정은 없겠다.

1 무려 다섯 종류의 고추가 들어간 마라탕 2 벽에는 고추 장식물이 걸려 있다.

1 무려 다섯 종류의 고추가 들어간 마라탕 2 벽에는 고추 장식물이 걸려 있다.

1 시추안 하우스 | 통전복 해산물 마라탕
중국에서도 맵기로 소문난 사천 지역의 요리는 고추에서 시작해 고추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혀끝이 얼얼할 정도로 맵다가도, 막상 삼키면 놀랍도록 상쾌해 자꾸만 한 숟가락 더 먹고 싶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천 요리의 마력. 이름부터 ‘얼얼하게 맵다’는 뜻인 ‘마라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천요리만 선보이는 시추안 하우스의 대표 메뉴다. 사천고추, 청양고추, 태국고추 등 총 다섯 종류의 고추를 갈아 넣고, 고추기름을 더한 데다가 온갖 고추가 냄비를 가득 채운 저 생김새를 보라! 고추 외에도 셀러리, 마늘, 생강, 고수 등 온갖 재료가 더해지는데, 마라탕의 얼얼하게 톡 쏘는 맛을 좌지우지하는 건 바로 사천 지방에서 나는 약재, 산초다. 아기를 가진 황비의 침실에 산초기름을 발랐다고 할 정도로 살균작용이 뛰어나다. 피쉬 마라탕, 비프 마라탕을 비롯해 총 세 종류의 마라탕이 준비되어 있는데 역시 겨울에는 통전복 해산물 마라탕이 가장 인기다. 큼직한 제철 전복과 대하, 갑오징어의 통통하게 오른 살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부지런히 먹다 보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추위 따위 잊어버릴 거다. 400여 가지에 달하는 주류 리스트를 자랑하는 시추안 하우스에서는 대만죽엽청주, 오가피주를 비롯해 천진, 북경, 사천, 귀주성 등 중국 대륙 곳곳의 명주도 마실 수 있다. 마라탕과 함께라면 술도 보약일 거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4-11 문의 02-508-1320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통전복 해산물 마라탕 5만2천8백원, 피쉬 마라탕 3만1천3백원

1 카피르라임 잎의 향이 향긋한 똠얌꿍 2 방콕의 교통수단, ‘툭툭’의 시트를 닮은 의자

1 카피르라임 잎의 향이 향긋한 똠얌꿍 2 방콕의 교통수단, ‘툭툭’의 시트를 닮은 의자

2 반피차이 | 똠얌꿍
지난 11월 문을 연 반피차이는 태국어로 ‘오빠네’라는 뜻. 이름 그대로 두 명의 오빠가 주방을 지킨다. 치앙마이에서 요리를 배운 부주방장 쏨땀과 방콕에서 몇년을 거주한 오너셰프 허혁구가 바로 그 오빠들이다. 반피차이의 두 남자가 이견 없이 맛을 일치시킨 것이 바로 똠얌꿍이다. 온갖 허브와 향신료, 해산물이 들어간 덕분에 시큼하고 매콤하며, 때때로 달콤하게까지 느껴지는 똠얌꿍 국물은 태국을 대표하는 보양식. 반피차이의 똠얌꿍은 고수 대신 카피르라임 잎과 레몬그라스, 갈랑가를 잔뜩 넣는다. 고수의 강한 맛이 다른 허브들과 부딪치기 때문에 본디 정통 똠얌꿍 레시피에는 고수를 넣지 않는다는 것이 허혁구 셰프의 설명이다. 똠얌 페이스트를 제외한 오일과 새우장 등을 모두 직접 숙성시켜 만든 반피차이의 똠얌꿍은 좀 더 건강하다. 똠얌꿍의 강렬한 향과 맛 때문에 선뜻 수저를 들지 못했던 사람도, 좀 더 세심하게 향신료와 재료의 맛을 느끼고 싶은 태국요리 마니아도 모두 만족할 만한 한 그릇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145-12 문의 010-4144-9922 영업시간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주말정오부터) 가격 똠얌꿍 런치 1만5천원, 디너 2만원

1 윤기가 흐르는 방어회와 굴요리 2 넉넉한 테이블과 밝은 조명이 편안하다

1 윤기가 흐르는 방어회와 굴요리 2 넉넉한 테이블과 밝은 조명이 편안하다

3 쿠레나이 | 방어회와 굴요리
제철 음식을 올바르게 조리해 먹는 것이 보양식의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제철 해산물은 가장 정직한 재료 중 하나다. 홍대 인근에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명성을 날리다가 지난가을 문래동으로 이사한 쿠레나이는 가격 대비 가장 훌륭한 회를 맛볼 수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쿠레나이의 주방을 책임지는 재일교포 요시카와 셰프의 자랑은 바로 초겨울부터 2월까지 제철을 맞이한 방어다. 기름기가 윤기 날 정도로 자르르 흐르고, 적게는 10kg, 많게는 13kg까지 나가는 큼지막한 방어만 매일 아침 시장에서 직접 구입한다. 방어회는 기름지면서도 담백하다는 뜻의 제주도 방언 ‘배지근하다’라는 표현에 그 이상 적합할 수 없는 맛이다. 이렇게 맛있는데 DHA와 타우린까지 풍부하다니! 수험생이었다면 엄마에게 머리 좋아진다는 핑계로 매일 사달라고 조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겨울바다의 보물인 굴 요리 역시 빼놓지 않았다. 젤라틴처럼 굳힌 폰즈와 곁들여 큼지막한 생굴을 먹다 보면, 입안에 어느덧 겨울 바다가 가득하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84-2 문의 02-333-3385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가격 방어회 4만원, 굴 1만5천원.

1 4시간 동안 끓여낸 불도장 2 널찍한 테이블. 2층에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1 4시간 동안 끓여낸 불도장 2 널찍한 테이블. 2층에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4 몽중헌 | 고법 불도장
넓디넓은 만큼 먹을 것도 많은 대륙의 진미 중에서도 귀한 음식으로 꼽히는 게 바로 불도장이다. 냄새를 맡은 스님이 불공을 드리다 담을 넘었다 하여 ‘불도장’이라는 명예로운 이름까지 얻었지만 그동안 불도장은 미지의 음식에 가까웠다. 해삼, 상어지느러미, 전복을 비롯 온갖 귀한 재료가 10여 가지도 훌쩍 넘게 들어가고, 최소 4시간 이상 끓여내야 하는 만큼 호텔 중식당을 제외하면 도무지 맛볼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대로 된 불도장을 맛보고 싶다면 몽중헌으로 향하자. 밥그릇만 한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몽중헌의 불도장은 맑고 개운하다. 맑은 국물은 해산물뿐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 송이, 말린 죽순 등 몸에 좋다는 온갖 묵직한 재료가 들어갔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지만, 그 맛은 깊다. 몇 숟가락 떠먹는 순간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 것은 이 한 그릇이 담고 있는 정성 때문일까? 수프 그릇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시간까지 조용히 음미하게 된다. 세상에 한 번도 먹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음식이 있다면 바로 불도장일 거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00-6 문의 02-3446-7887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6만원

1 뭉툭하게 썬 하카타 가메니 2 술 한잔 걸치기에도 좋은 곳, 야마야

1 뭉툭하게 썬 하카타 가메니 2 술 한잔 걸치기에도 좋은 곳, 야마야

5 야마야 | 하카타 가메니
북쪽 끝부터 최남단까지, 먹을 게 넘치는 일본에서도 음식 맛 좋기로 이름난 곳이 바로 하카타 지역이다.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규슈 남쪽 지방을 아우르는 이 지역은 하얀 돼지뼈 사골을 진하게 우려낸 하카타라멘, 일본식 곱창전골인 모츠나베 등 다양한 명물 요리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명절을 맞은 하카타 지방 사람들이 집집마다 꼭 챙겨 먹는 것이 바로 가메니다. 닭고기, 버섯, 당근, 무, 죽순, 연근 등을 조린 요리를 가리키는 가메니는 소박하고 친근한, 이른바 하카타의 ‘소울푸드’다.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조림 반찬, ‘치쿠젠니’와 재료도 같고, 생김새도 닮았지만 재료들이 반듯하지 않고 살짝 으깨어진 것이 다르다. 하카타 요리 전문점인 야마야에서 맛볼 수 있는 하카타 가메니는 겨울에 제철을 맞이한 우엉도 함께 조렸다. 철분과 칼슘, 섬유질이 풍부한 우엉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건강식품이다. 하카타 가메니 외에도 닭고기 우엉주먹밥, 연두부에 명란드레싱으로 마무리한 우엉칩 두부 샐러드 등 우엉요리를 질릴 정도로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3-3 문의 02-3775-0032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 가격 하카타 가메니 정식 1만3천원

1 전복과 온갖 약재가 올라간 꼬리곰탕 2 저녁시간에는 뷔페로 운영한다

1 전복과 온갖 약재가 올라간 꼬리곰탕 2 저녁시간에는 뷔페로 운영한다

6 스톤 플레이트 | 인삼 사골 도가니 꼬리곰탕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보양식 메뉴를 고른다면 삼계탕 다음으로 꼬리곰탕이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마트에 가면 꼬리곰탕 재료 패키지를 몇천원에 판매할 정도지만, 흔한 만큼 정작 제대로 끓여낸 꼬리곰탕 찾기가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서울팰리스호텔 1층에 자리한 스톤 플레이트가 지난겨울 레노베이션을 하면서 제대로 된 꼬리곰탕을 선보이기로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소꼬리와 사골, 관절에 좋은 도가니에 체온을 높이는 대추, 피를 맑게 해주는 은행, 몸에 좋기로 두말하면 입 아픈 가시오가피와 녹각, 전복, 5년근 인삼 등을 잔뜩 넣은 스톤 플레이트의 꼬리곰탕은 하루 반나절을 꼬박 끓여야 완성된다. 이곳에서 비밀처럼 사용하는 또 다른 재료가 있으니 바로 엄나무다. 가지가 아닌 아름드리 나무에서 나온 크고 단단한 부분만 사용하는데 육류 냄새를 제거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일등공신이라고. 재료의 맛만으로도 충분해 양념은 전혀 넣지 않는다는 스톤 플레이트의 꼬리곰탕은, 사골육수는 진하고 텁텁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뒷맛이 개운하다.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4동 63-1 문의 02-2186-6885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가격 4만2천3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