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1 <올 이즈 로스트> 2 <컴퍼니 유 킵> 3 <글로리아>

로버트 레드포드는 엄마의 이상형이었다. 온 가족이 그가 감독한 <흐르는 강물처럼>을 볼 때, 엄마는 브래드 피트를 보면서 젊은 시절 레드포드와 꼭 닮았다고 했다. 그는 지나간 시대의 스타다. <내일을 향해 쏴라>의 갱이자 위대한 개츠비였고, <추억>의 허블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콘으로 남는 대신 한 배우의 여정을 꿈처럼 보여준다. 스타였던 1970년대를 지나, 1980년대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같은 좋은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며 첫 연출작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선댄스 재단을 설립해 작은 영화를 위한 선댄스 영화제도 시작했다. 더 나이가 든 1990년대에도 영화 속에서 미셸 파이퍼와 사랑을 하고 데미 무어에게 백만 달러짜리 하룻밤을 제안하는 섹시한 남자였다.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는 그였지만 올해 활약은 눈부시다. 망망대해에서 홀로 조난당한 남자의 생존기인 <올 이즈 로스트>는 일흔의 노인이 된 배우의 얼굴과 바다만 비춘다. 배우의 성형 수술을 반대하는 그의 깊은 주름이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또 다른 신작은 <컴퍼니 유 킵>. 1960년대 반전 운동 세대가 안고 있는 상처를 그린 스릴러 영화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제작, 연출, 주연을 맡았다. 수잔 서랜든과 샤이아 라보프가 함께 캐스팅되어 모두가 잊은 듯했던 과거의 비밀을 밝혀나간다.
우리가 어릴 적 즐겨 보던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제 노장이 되었다. 1952년생인 리암 니슨은 어떤가.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테이큰>의 늙은 아버지의 새 영화는 <논 스톱>이다. 줄리언 무어와 함께인 이 영화는 밀실이나 다름없는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두뇌게임을 다룬다. 그 외에도 로맨스 영화 <써드 퍼슨>, 코미디 영화 <서부에서 죽는 100만 가지 방법>, 범죄 스릴러 <런 올 나이트> 등에 출연하며 전성기를 다시 맞고 있는 중. 리암 니슨보다 네 살 어린 멜 깁슨도 나이가 무색하게 스크린을 뛰어다닌다. B급 감성의 <마세티 킬즈>보다 먼저 촬영했지만 국내에서는 1월 개봉하는 <완전범죄 프로젝트>부터 노장들의 영화인 <익스펜더블3>도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해리슨 포드, 실베스터 스탤론이 함께했으니 외롭지는 않았을 듯.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과거 그를 스타로 만든 <매드맥스>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로, 로지 헌팅턴 휘틀리, 니콜라스 홀트 같은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1942년생인 해리슨 포드는 <익스펜더블3> 외에 판타지 영화 <엔더스게임>이 1월 개봉 예정인데, 코미디 영화 <앵커맨>과 스릴러 <파라노이아>, 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외에도 <스타워즈 에피소드7>까지 계약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남자 배우에게 더 관대하다. 50대를 훌쩍 넘은 나이 든 여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는 거의 없다. 다이앤 키튼 정도가 유일할까? 그래서 <글로리아>는 더 반갑다. 이혼 후 12년째 혼자 살아가는 50대 여성 글로리아는 춤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낀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지만, 장벽은 많고, 더 두껍다. <글로리아>는 온통 주인공인 글로리아를 위한 영화다. 미소 하나, 몸짓 하나를 세심하게 따라간다. 베를린 영화제는 글로리아를 연기한 칠레의 배우 폴리나 가르시아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영화 속에서 글로리아는 말한다. “인생이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