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영문도 없이 그리워지는 그곳으로 갔다. 다른 계절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것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던 지난 겨울의 장소를 끄집어냈다.

사진의 장소 주문진.
사진의 기억 아침부터 눈이 무섭게 내렸다. 쏟아지는 눈을 보며 충동적으로 차를 몰고 주문진으로 갔다. 바다와 땅이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하얗게 변해 있었다.
겨울에 찾는 이유 여름의 바다에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데 겨울이라면 좀 달라진다. 그걸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어서 매번 사진으로만 담게 된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둘보다는 혼자가 좋고, 사진기를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한순간을 담을 수 있고,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볼 수 있으니 말이다. – 안형준(사진가)

사진의 장소 신두리 해수욕장.
사진의 기억 2년 전 친한 형의 결혼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바닷가를 찾았다. 우리를 처음으로 맞이해준 것이 바로 사진 속 장면이다.
겨울에 찾는 이유 신두리의 해안사구는 정말 이국적이다. 해변의 모래, 파도, 풍경 등이 여느 해변가에서 볼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아침, 저녁, 해질녘의 모습이 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도 마음도 여유로워야 한다. – 김상곤(사진가)

사진의 장소 낙산 해수욕장.
사진의 기억 2년 전 겨울의 낙산이다. 낙산 해수욕장은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처음으로 여행을 갔던 곳이기도 하다. 해안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에 우연히 내리게 되어 알게 된 곳인데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가 이런 거구나’ 생각했고 그 이후로 바다를, 특히 낙산의 바다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74년도에 부모님이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겨울에 찾는 이유 바다의 진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불필요한 것들이 다 사라지고 오로지 바다만 남아 있으니까.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겨울엔 바람이 매섭다.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가져가면 더 오래 머무는 데 도움이 된다. 겨울 바다에는 놀라울 만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야외 스피커를 가지고 가도 좋다.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 김참(사진가)

사진의 장소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나제통문.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오가는 문이었다고 한다.
사진의 기억 무주에 맛있는 사과가 있다고 해서 그걸 사러 가는 길이었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쯤 이 묘한 터널을 지나게 되었다.
겨울에 찾는 이유 무주는 고원이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늘 눈에 덮여 있다. 겨울엔 그저 눈을 보고 싶다. 멀리 쌓인 눈이든, 지금 여기로 퍼붓는 눈이든 그저 눈을 보고 싶다. 무주는 고원이지만 길이 거칠지 않다. 천천히 차를 몰고 다니면서 겨울 풍경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무주리조트에서 스키를 타거나 덕유산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기도 한다. 튼튼한 신발을 신는 게 좋겠고, 음악은 본 이베르의 2011년 앨범이 마치 눈처럼 모든 풍경에 잘 어우러진다. – 장우철(<GQ Korea> 피처 디렉터)

사진의 장소 제주 월정리.
사진의 기억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시점, 남자친구와 함께 떠난 곳. 겨울에 찾는 이유 사실 어느 계절에나 매력적인 장소다. 하지만 겨울 바다는 선뜻 다가갈 수 없고 만질 수 없어서 더 좋다. 여름이나 따뜻한 날에는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기류가 있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사진은 낮이지만 밤을 권하고 싶다.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면 경외감이 들 정도다. 영화 <그래비티>를 보며 월정리의 이 바다를 떠올릴 정도였으니까. – 우상희(사진가)

사진의 장소 홍제천과 한강이 합류하는 쪽의 한강.
사진의 기억 겨울의 해질녘은 매력적이다. 공기는 차지만 빛은 따스해서 빛의 방향으로 서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빛을 따라 달리곤 한다. 추운 겨울의 어느 날, 지는 노을을 마주하며 홍제천을 따라 걸었다.
겨울에 찾는 이유 겨울의 한강은 여름과는 달리 텅 비어 있다. 텅 빈 겨울의 한강은 빛이 잘 들어와 사진 작업을 하기에도 좋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한강 편의점에서 어묵을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한 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정도 산책하듯 걸으면 가장 좋다. 이때 음악은 듣지 않는다. 바람소리 한강의 물소리를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 표기식(사진가)

사진의 장소 제주도 성산읍에 있는 아쿠아플라넷 수족관.
사진의 기억 겨울, 혼자 여행을 떠났다. 월정리 해수욕장에 가서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굵은 소금 크기의 진눈깨비가 몰아치고 바람도 세게 불었다. 바다는 포기하고 수족관으로 갔다. 진짜는 아니지만 그곳에도 바다가 있었다.
겨울에 찾는 이유 겨울 바다를 여러 번 찾았지만 늘 생각보다 춥고 생각보다 쓸쓸했다. 바다 대신 찾은 수족관에는 파도 소리도, 바람도 없었지만 또 다른 방식의 ‘바다의 고요함’이 있었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조용히 즐기고 싶다면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을 피해야 한다. 평일, 폐장 한 시간 전이 내가 찾은 최적의 시간이다. – 황혜정(사진가)

사진의 장소 거제도.
사진의 기억 시인 C, 시인 Y, 소설가 Y와 남해안으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마주한 풍경이다. 해안가 절벽에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잠시 차에서 내려 그 앞을 산책하며 바다를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탁월하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겨울에 찾는 이유 겨울이 아닌 계절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이 장소는 내게 겨울에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남아 있다. 남해에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풍경 위로 눈까지 내린다면 과연 어떨까. 내가 봤던 빈 의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 거기 앉아 눈이 내리기를 기다려도 좋겠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오전에 찾아가면 아침의 투명한 햇빛이 깨끗하고 맑은 바다 위로 퍼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음악을 듣고 싶다면 가는 길에는 그저 풍경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듣는 편이 낫다. – 한유주(소설가)

사진의 장소 정동진역.
사진의 기억 어느 순간부터 생각, 마음이 유연하지 못하고 마주하는 모든 것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런 나를 위한 여행이었다. 급하게 예약을 하고 다음 날 마지막 열차를 타고 떠났다. 그렇게 도착한 정동진은 겨울에 가장 가까웠지만 사실은, 어떠한 계절에도 속해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겨울에 찾는 이유 도착하니 새벽 4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그 시각 맞닿은 바람과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도시에서 가져온, 냉랭한 시선과 닮아 있었는데 그건 겨울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생각과 마음이 어느 정도 노곤해진 후에 찾아온 일출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예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지난 시간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반갑다. 정동진에서는 킹스오브컨비니언스의 앨범을 몇 번이고 들었다. – 이진우(뮤지션)

사진의 장소 제주도의 용담 해안 도로.
사진의 기억 시간이 날 때마다 제주를 찾는 편이다. 때문에 사진첩 폴더에 ‘제주’가 유난히 많다. 갈 때마다 찾는 곳은 제주의 해안 도로다. 그냥 목적지도 없이 달리곤 한다. 그날도 목적지 없이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고 차를 세웠다.
겨울에 찾는 이유 겨울 바다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제주의 바다는 특히 그렇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다 좋지만 해질 무렵에 찾으면 더 좋다. 하늘과 바다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에 본 적 없는 색깔을 드러낸다. – 차세정(뮤지션, 에피톤 프로젝트)

사진의 장소 서울 창경궁 대온실.
사진의 기억 어디든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년 겨울이면 찾는 곳이다.
겨울에 찾는 이유 조용하고 고즈넉한 이곳에 앉아 있으면 서울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멀리 떠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추워도 이곳만큼은 언제나 따뜻하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털모자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털실과 바늘을 챙긴다. 온실에 앉아 아무런 생각 없이 뜨개질을 하다 보면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 맹민화(사진가)

사진의 장소 통영의 한산호텔.
사진의 기억 올해 11월, 출장차 가게 된 곳이다. 한산호텔 중에서도 이 7호 라인을 추천하는 이유는 통창을 통해 호사스러운 경치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 찾는 이유 볼락 김치를 맛보려면 김장철이 지난 후 1월이 제격이고, 그때쯤 맛있는 물고기도 가장 많이 잡힌다. 또 겨울에 바라보는 파란 통영과 푸른 야자수는 그렇게 이색적일 수 없다.
겨울에 이곳을 즐기는 방식 통영은 혼자보다는 둘이 좋은 여행지다. 장어를 구워 먹어도 그렇고, 케이블카를 타도 그렇다. 점심에 장어구이와 소주를 먹고 늦은 저녁 다찌집에서 푸짐한 한 상을 먹는다. 아침 해장은 시장 뒷골목의 복국이면 충분하다. – 하시시박(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