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든 원하지 않든 회사원이라면 일년에 한 번 연봉 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한 해 동안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면 연봉 협상 자리에서 한 수를 둘 것. 1년 동안의 수고로움이 성과로 남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바로 이 자리에 달려 있다.

성과에 대해 제대로 말하기
지난 1년간 당신은 때론 주말도 반납해가며 열심히 일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했으니 이번에는 괜찮은 연봉을 기대해도 되겠지?”라고 으레 짐작하지 말 것. 당신의 노고와 업적이란, 당신이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공중 분해되어버리고 만다. 당신에게 일을 지시한 당신의 상사는 당신뿐 아니라 팀원 전체에게 수많은 일을 지시해왔다. 당연히 당신에게 시킨 일도, 당신의 업적도 모두 기억할 수 없다. 아무리 자신의 일이라 해도 한 해의 일을 다 기억하기란 어려운 법. 때문에 주간, 또는 월간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업무 성과, 그에 따른 결과, 그 결과가 회사의 이익에 기여한 정도 등 항목을 나누어 기록해야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들여다봤을 때 이해가 쉽다. 자신의 성과에 대해 언급하되, 장편소설을 쓰는 것은 금물이다. 근거를 제시할 때는 최대한 간략하게 핵심을 짚어가며 말해야 한다. 연봉 협상 자리에서만큼은 예의를 차리되, 겸손하지 않은 것이 좋다. 지나친 겸손은 자신 없는 아마추어 같은 인상을 불러일으킬 테니 말이다. 간결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당신에게 이런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라는 걸 명심할 것.
TIP 성과에 대해 말할 때는 업무 성과 향상, 업무량 증대, 비용 절감, 기획력과 아이디어, 고객의 피드백 등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것. 팩트를 구분해서 설명하지 않고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한다면 상사는 당신의 말에 집중력을 잃고 다른 생각을 할 게 뻔하다. 스스로 이뤄낸 성과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성과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상사와 교신하기
상사와 당신 사이에 오가는 교신의 강도가 강력할수록 희망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강력한 교신의 바탕이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언어적, 비언어적 보조 맞추기’다. 면담을 할 때 상사의 자세를 유심히 살펴보자. 그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는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있는지, 그가 어떤 제스처를 자주 사용하고, 얼굴 표정이 어떠한지, 음성과 말하는 속도는 어떠한지 자세히 보고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겠다. 높은 톤으로 똑똑 끊어지듯이 말하고 제스처가 풍부하며 가능한 한 상관의 눈길을 피하려고 하는 당신이 정반대 유형의 상사, 즉 팔짱을 낀 채로 상대방과의 시선 접촉을 모색하면서 낮은 음성으로 말하는 상사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이뤄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로 암묵적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어적, 비언어적 보조 맞추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타이밍이란 연애뿐 아니라 연봉 협상에도 절대적 요소로 작용한다. 연봉 협상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담당자의 업무 과중이 심한 월요일이나 퇴근 후 약속이 잡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금요일, 그리고 임원 회의가 있는 요일을 피해서 정하는 것이 좋다.
TIP 만약 상사가 당신에게 신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연봉에 대해 무관심한 척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오로지 머릿속에 돈과 급여, 복리후생제도만 넣어두기보다 일에 대한 관심을 더 표명하는 것이다. 일과 회사에 대한 열정을 전하며 더욱 높은 수준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상사는 무한한 믿음을 갖고 더 좋은 고가와 연봉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성과에 관한 착각
많은 사람이 연봉 인상을 위한 전제조건이 전적으로 성과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이것은 큰 착각이다. <현명한 여자의 연봉 협상법>의 저자 크로넬리아토프는 하나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A와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1년 동안 객관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업무 성과를 이뤄냈어요. 하지만 B의 연봉 인상은 A의 절반 수준에 못 미쳤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다. 전적으로 업무 성과에만 달려 있지않기 때문이다. A는 회식과 야유회 등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B는 오직 일만 열심히 했던 것이다. 상사는 전체적인 상황을 순수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상사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월급은 당신이 얼마나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얼마나 가시적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즉, 얼마나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액션’ 또한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당신이 만들어낸 성과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TIP 성과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미팅 자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미팅이나 회의 자리에서 발언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말 것. 발언권을 갖는 것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간결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의견을 말하지 않는 부하 직원을 좋아하는 상사는 어디에도 없다.

설득하기 위한 비법
연봉 협상에 앞서 리허설을 해보자. 임금 인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때 사용할 얼굴 표정과 제스처, 자세를 점검하는 것이다. 리허설이라는 말에 ‘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혼자 거울을 보며 하는 것보다는 상사 역할을 해줄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 만약 상사가 여자라면 여자친구 또는 여동생과, 남자라면 남자친구 또는 남동생을 섭외하는 것이 좋겠다. <직장생활 개념노트>의 저자 이상기는 이렇게 조언한다. “벌어질 상황을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보세요. 먼저 상사와 마주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지금 나는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지, 상사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이때 당신의 비언어적 요소들은 어떠한지, 무슨 말을 할 것이며 상사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지 말이죠. 차분히 역할극을 끝내고 난 뒤에는 상대에게 자신과의 면담을 통해 느낀 감정을 겸허하게 들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소한 실수를 깨닫고 고쳐나갈 수 있으며 실제 상황에서 자신감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다. 역할극을 해줄 상대를 찾는 데 실패했다면 거울과 휴대용 녹음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말이 빠르거나 느리지 않은지, 톤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지 않은지,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지 확인하면서 말이다.
TIP 움츠러든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은지, 다리를 여러 번 바꾸어 꼬지는 않았는지, 이마를 찌푸리지 않았는지, 입술을 꽉 다물고 있지는 않았는지도 점검할 것. 자세를 너무 자주 바꾸면 상대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준비에 미흡했다면 방법은 한 가지다. 면담을 하는 동안 매력
적인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다.

제2의 대안 찾기
자신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막무가내로 우기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제안을 거절당했다고 해서 기가 죽은 모습을 보이거나, 언성을 높이거나, 희망 연봉을 밝힌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최악의 대처법이다. 커리어 컨설턴트 김유경은 이렇게 말한다. “희망 임금을 거절당할 경우에 대비해, 최소한 다른 요구사항을 한 가지라도 제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여금이나 주유비, 통신비, 식대 등 차선 보상책을 제시하여 자신이 받고자 하는 연봉을 다른 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이 죠.” 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다면 세금을 모두 떼고 남는 금액을 계산해볼 때 월급을 인상받는 것보다 부가 급부에서 혜택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경우가 많다. 연봉 협상을 담당하는 임원의 입장에서도 연봉을 올려주는 것보다 차선 보상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좀 더 수월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까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과중한 업무를 줄여달라고 말해보자. 물론 이제까지의 모든 조언은 한 해 동안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일했으며,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동료와 상사도 그 사실을 인정할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렇게 일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 모든 조언이 독이 될 수도 있다.
TIP 모든 제안에 거절당했다면 무조건 억울해만 하지 말고 현재 기업의 상황에 대해 한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이 굉장히 어려운데 혼자 살겠다고 연봉 인상을 부르짖은 건 아닐까? 연봉 협상 기회는 분명 다시 돌아온다. 한번에 모든 걸 걸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그 외의 조언들
1 1년 내내 꾸준히 실적을 올렸다 해도 상반기 실적보다는 연봉 협상에 즈음한 하반기 능력이나 평가가 더욱 기억에 남고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다. 연말 연기대상이나 가수대상에서도 하반기에 나온 드라마와 노래가 그 평가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 이번에는 기어코 원하는 연봉을 받고야 말겠다고 이를 갈고 있다면 4분기인 10월부터 12월까지 120% 능력을 발휘할 것.
2 연봉 협상 자리뿐 아니라 평소 상사와의 면담 자리에서도 자신의 일에 대해 조리 있게 보고하고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대화와 토론 능력을 갖춘다면 같은 일을 해내는 동료보다 적어도 5∼10%는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3 회사 일을 하면서도 자기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학위를 따거나, 자격증을 따는 모습을 보이면 윗사람은 분명 당신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회사는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마련이다.
4 현재의 연봉이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합리적인 보상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경쟁사에서 같은 연차 직원의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비슷한 수준을 확실히 요구해야 하며 반복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직을 고려하는 편이 낫다. 임원이 당신의 희망 연봉을 매번 거절하는 건 용기 없고 우유부단한 당신이 결코 회사를 떠날 일이 없다고 자신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5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해보자. 물론 평소에 일을 잘하고 업계에 이름이 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당신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면 임원들은 연봉뿐 아니라 장기 휴가까지 주어가며 당신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한 회사에서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