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열두 달,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며 우리를 즐겁게 해준 문화계 원소들이 있다. 음악, TV, 아트, 영화, 책, 공연의 여섯 개 분야를 유영하며 우리는 어떤 것을 읽고, 듣고 보았을까?

세계 3대 페어 중 하나인 피악 아트 페어의 현장


ART


아트 페어에서 생긴 일
Fiac Art Fair(10월 24일~27일)
‘피악’은 세계 3대 페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만큼 갤러리 숫자와 수준을 철저히 관리한다. 전체 참가 갤러리 중 프랑스 갤러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점만 보더라도 명실상부 국제적인 행사임을 알 수 있다. 올해는 특히 개념 미술 작품, 설치 작품이 많이 소개되어 런던의 프리즈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세계적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보였고 아이 웨이웨이, 위에민준을 비롯한 중국 작가들의 작품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Art Basel Hong Kong(5월 22일~26일)
아트바젤이 홍콩아트페어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열린 올해 ‘아트바젤홍콩’의 열기는 뜨거웠다. 아시아 지역의 컬렉터들과 미술 관계자들은 스위스의 바젤 대신 홍콩을 선택했고,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신흥 부자들을 겨냥한 유럽과 미국의 콧대 높은 갤러리들도 앞다퉈 참여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미술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페어가 진행되던 컨벤션센터 내에, ‘아시아 미술’을 주제로 한 경매를 진행한 기획은 영리한 ‘신의 한 수’였다.
Art Stage Singapore(1월 24일~27일)
마이애미 아트바젤의 창시자인 로렌조 루돌프가 진두지휘하는 아트페어다. 내년에 4회째를 맞는 신생 아트페어지만, 빠르게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싱가포르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즌인 1월에 열린다. 화이트 큐브를 비롯해 엠마뉴엘 페로탕 등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참여했고, 아시아의 신흥 컬렉터와 유럽의 컬렉터가 함께 어울리는 VIP 네트워크 행사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Frieze Art Fair London(10월 17일~20일)
프리즈 아트페어는 ‘YBAs(Young British Artists)’를 위시해, 생존 작가 중심의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컨템퍼러리 미술의 최극단을 경험하고 싶다면 프리즈에 가면 되는데, 올해 전시된 작품의 스펙트럼만 보아도 그 명성을 실감할 수 있다. 제프 쿤스의 조각과 LA 포르노 업계 스타들의 일상을 다룬 비디오, 데미언 허스트의 수작까지 한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지난해부터 뉴욕에 입성하여, 런던과 함께 구대륙과 신대륙을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글 | 정희연(갤러리 101 대표)


2 세계 미술계를 뒤흔든 이름
셰이크 알-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카리파 알타니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인 그녀가 운영하는 박물관협회(QMA)에서 매년 예술에 투자하는 자금은 약 10억 달러(약 1조600억원)에 달한다. QMA는 여러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카타르 국립 박물관을 통해 오리엔탈 미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미술 전문지 <아트 리뷰(Art Review)>는 2013년 ‘파워 100’ 1위에 고민할 여지없이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데이브디 즈위너 뉴욕에서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 그의 갤러리는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최근 갤러리 오픈 20주년을 기념해 뉴욕 첼시 20번지에 전시를 열었다.
래리 가고시안 데미안 허스트는 17년간 이어온 가고시안 갤러리와의 전속계약을 끝냈고, 제프 쿤스와 야요이 쿠사마를 비롯한 스타 아티스트들이 즈위너와 손을 잡았다. 그럼에도 뉴욕에서 무료 입장 박물관은 가고시안이 유일하며 세계 미술계에서 래리 가고시안의 영향력 또한 여전하다.
아이 웨이웨이 아티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아이 웨이웨이는 ‘2013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관참여작가로 선정되어, 쓰촨 대지진 때 무너진 학교 건물의 강철봉을 겹쳐 쌓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중국 체제에 저항한다. 여권을 뺏겨 출국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그의 작품은 자유롭게 세계를 유영하고 있다.


1 자신들의 작품 앞에 선 채프만 형제. 2 책의 가치를 일깨워준 슈타이들 전. 3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정기용 건축가의 드로잉.  4 생전의 정기용 건축가의 모습. 5 리움 미술관에 걸린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3 최고라 불린 국내 전시
큐레이터가 선정한 2013년 최고의 국내 전시.
<그림일기 : 정기용 건축아카이브> 영화 <말하는 건축가>로 큰 감동을 준 고 정기용 건축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던 전시. 건축에 대한 지식 없이도 정기용이라는 건축가의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야요이 쿠사마 특별전 야요이 쿠사마의 전시가 대구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존재의 생성과 소멸, 삶의 영원성에 주목하여 작품을 펼치는 야요이 쿠사마는 미술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패션, 문학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멀티 아티스트. 원시적 패턴과 화려한 색채의 그녀의 작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반가웠다.
채프만 형제 <The Sleep of Reason>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미술가이자 현대미술계의 악동으로 알려진 채프만 형제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송은아트 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전쟁과 대량 학살, 섹스, 죽음 등의 주제를 통해 현대의 사회적 이슈를 위트 있게 비판하는 그들의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내한한 작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인상적이었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 슈타이들> 출판계의 거장 슈타이들의 전시는 한 장인이 40년간 쏟아부은 노력과 열정, 실험 정신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큰 수확은 ‘책’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책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고, 만지고, 후각을 통해 체험하며 ‘책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 리움의 상징물이었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형 거미’를 갈아치운 건 인도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이었다. 작가로서의 존재를 알린 안료 작업과 조각 내부의 빈 공간을 인식시켜준 보이드(Void) 작업 등 모든 작품이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은 것이 담긴다”는 그의 말을 작품으로서 완벽하게 증명했다.
<퍼포밍 필름>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선보인 이 전시는 예술가의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비디오 퍼포먼스, 영상 아티스트와 안무가의 공동 작업 등을 통해 퍼포먼스와 무빙 이미지의 연관성을 살피게 했다. 몸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4 최고라 불린 해외 전시
<ECM> 독일 뮌헨의 ‘Haus der Kunst’에서 열린 ECM 전시는 국내에서 열린 ECM 전시와는 달리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고,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장 안에 텍스트를 제한하고 오로지 사운드를 통해 생기는 감정의 변화에 만 집중할 수 있었다.
<리처드 세라 개인전>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뉴욕의 데이비드 츠바이너 갤러리에서 열린 리처드 세라의 개인전. 1966년부터 1971년까지의 그의 초기 작업을 소개한 전시로 고무, 네온, 가죽 등 비 전통적인 재료를 이용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의 작업실에 작품이 놓여 있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기획은 전시의 완성도를 높였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열린 이 전시는 큐레이터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해랄드 제만이 1969년 스위스의 베른 미술관에서 기획했던 전시를 새롭게 재현한 것이다. 베른 미술관의 공간 구조와 내부 인테리어를 그대로 베니스 프라다 재단의 건물에 재현해 전설이 된 과거의 전시를 아름답게 현실화했다. 프라다 재단의 영특한 기획력이 돋보인 전시.


전준호, 문경원 작가

5 올해를 빛낸 작가
길종상가 올해에는 유난히 ‘길종상가’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들만의 위트와 신선한 발상은 보는 이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게 한다. – 권정민(대림미술관 수석큐레이터)
양혜규 지난해 카셀도큐멘타 참가에 이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미술관 대형 개인전 개최, 홍콩 바젤아트페어 대형 설치 등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으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윤두현(갤러리기체 대표)
이이남 한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은 지난 8월 그의 작품 ‘신 묵죽도’를 설치하기 위해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사를 방문해 반기문 사무총장을 만났다. 유엔 본사 외에 예일대학교,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도 그의 작품을 소장하는 등 한국 미디어 아트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 김은경(아뜰리에아키 대표)
전준호, 문경원 두 작가는 2012년 광주비엔날레 대상 및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올해 미국 시카고의 설리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설리반 갤러리 전시를 통해 함께 작업한 예술가들이 또 다른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기혜경(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수자 김수자는 2013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대표작가로 참여했다. <호흡 : 보따리(To Breathe: Bottari)>라는 주제로 전시장 전체를 보따리로 규정하고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한국적 소재를 예술로 풀어내는 매우 영리한 아티스트다. – 이유영(살롱드에이치 큐레이터)


6 뜨거운 이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이 11월 13일 드디어 개관했다. 시내 중심에 위치하면서 인사동, 사간동 등의 화랑 거리들과도 연결되어 있어 서울의 미술 중심축 역할이 기대된다. 현대미술 쪽에 비중을 두고 ‘현재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접목하는 종합미술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미술품 비자금 사건 재벌들의 미술품 비자금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침체된 국내 미술계가 더욱 위축되었다. 올해부터 시행된 미술품 양도소득세와 겹쳐져 미술애호가들의 활동이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의 약탈 그림 지난 11월 독일의 나치가 1930~40년대에 유태인 미술상에게서 약탈한 그림 1500여 점이 발견됐다. 무려 10억 유로(약 1조4300억원)가 넘는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약탈 그림 발견 규모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예술품 수탈 작업에 동참한 미술품 수집가가 빼돌린 것으로, 그의 아들이 수십 년간 몰래 숨겨왔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찰스 사치의 스캔들 ‘사치갤러리’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컬렉터인 찰스 사치가 이혼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이혼보다 더 이슈가 된 건 이혼의 방법이었다. 아내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신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혼 통보를 했기 때문. 한 식당에서 아내의 목을 왼손으로 잡은 모습이 포착되며 폭력 구설에 휘말린 그는 ‘장난 섞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일방적인 이혼 통보로 인해 신의를 잃게 되었다.





7 2013 경매 베스트 3
1위 박수근 ‘빨래터’ 45억원
1950년대 후반 작품으로 추정되는 유화로, 군 관련 사업을 하느라 한국에 체류했던 미국인 소장자가 박수근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지원하자 박수근이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건넨 작품이다. 가로로 긴 화면에 다채로운 색상의 저고리를 입고 빨래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렸다.
2위 이중섭 ‘황소’ 35억6천만원
1972년 현대화랑 전시 이후 40년 만에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엄청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중섭의 소 시리즈 중 대표작으로 한 마리의 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작가 특유의 색감과 더불어 속도감 있는 붓질이 특징이다.
3위 김환기 ‘꽃과 항아리’ 30억5천만원
1957년 작품으로 김환기 화백이 추상화로 넘어가기 전 자주 그린 항아리와 산, 매화 등이 풍성하게 들어간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박수근의 ‘빨래터’처럼 미국에 있는 소장자가 50년 만에 국내에 소개한 작품으로 김환기의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도움말 | 백다현(서울옥션 미술품 경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