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사랑할게요’라는 말 대신 비밀스러운 연애를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만남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면서 왜 스스로 비밀 연애에 뛰어들었나? 그들에게 비밀 연애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어느 날, 청첩장을 받았다. 신랑도 신부도 아는 사람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모두는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웅성댔다. “둘이 사귀고 있었어? 도대체 언제부터? 우린 그동안 속았던 거야!” 그러나 당사자들은 그저 수줍은 미소만 띨 뿐이다. 만나는 줄도 몰랐는데 결혼을 한다는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작년, 우리 회사는 두 명의 사내 커플을 배출했다. 한 커플은 술자리를 빌려 만나고 있다고 고백했지만, 그들 모두 처음에는 ‘비밀’을 선택했다.

비밀 연애를 선택하는 사람들
한 달간 주변 사람들을 탐문한 결과, ‘비밀 연애’를 한번쯤은 해봤다는 비율이 적어도 80%였다. 도대체 그들은 왜 비밀 연애를 선택한 걸까? 이유는 다양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건 같은 회사에 다닌 경우다. “사내 연애는 캠퍼스 커플과 달라요. 캠퍼스 커플은 약간 불편할 따름이지만, 회사에서 만난 연애는 훨씬 부담이 커요. 업무 성과가 조금 떨어지거나 하면 금방이라도 ‘연애하느라고 그러나?’라는 핀잔이 돌아오니까요. 농담 반, 진담 반이긴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가시방석입니다.” 입사 동기와 연애한 한 남자의 증언이다. 이번에는 여자의 증언. 역시 입사 동기와 비밀 연애 중인 학교 후배였다. “연수원에서 같은 조였는데, 책임감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집도 같은 방향이라 함께 다니면서 가까워졌지만 워낙 보수적인 분위기의 회사라 조심스러웠어요. 회사 생활을 ‘아무개의 여자친구’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동기 중 공개적으로 연애한 커플이 있었는데, 회사 전체가 다 알았어요. 비밀로 하기를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이렇듯 비밀 연애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동기는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고 싶은 의도인 것 같았다. 조직이 보수적일수록, 업계가 좁을수록 공개 연애의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하는 친구 역시 같은 병원에서 근무 중인 선배를 사귀면서 비밀에 부쳤다. “너는 의사 사회가 얼마나 좁은지 모를 거야. 한마디로, 털면 다 나온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비밀리에 만나는 게 편해. 같은 병원에서 한 명만 사귀라는 보장 있니? 전 여친과 현 여친, 전 남친과 현 남친이 다 한 병원에 있다고 생각해봐. 나쁜 놈, 나쁜 년 되는 건 한순간이라니까.”
그러나 이 비밀 연애가 늘 긍정적인 의도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이라는 말로 포문을 연 남자들의 속마음은 이랬다. “친한 모임에서 만나서 사귀었는데, 그녀의 매력에 끌려 사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더군요. 하지만 불 같은 성격의 그녀와 오래 만날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선 비밀리에 만나보자고 했죠.” 익명 보장이 맞는지 재차 물어본 한 남자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비밀리에 만날 수밖에 없었어요. 양다리였거든요.”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은 말했다. 이들은 짧은 연애, 유희적 연애에 필요 이상 부담이 드리워지는 것을 꺼려해 비밀 연애를 선택했다. “비밀 연애를 선택하는 의도를 잘 생각해봐야 해요. 왜 굳이 숨길까요?” 비밀 연애는 두 당사자 간의 동의와 합의로 이루어진다. 그건 ‘연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서 출발한다. “말 많기로 소문난 집단에서 시작한 연애였어요. 연애를 시작할 즈음,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비밀 연애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했죠.”

비밀 연애의 주의 사항
비밀 연애를 이어가려면 다음과 같은 필수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헤어지지 말아야 한다. 헤어지는 순간 공개든, 비공개든 연애는 종말이니까. 두 번째, 들키지 말아야 한다. 비밀 연애의 노하우는 두 번째, ‘들키면 죽는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번의 비밀 연애를 해봤다는 한 남자는 무엇보다 뻔뻔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호텔에서 함께 나오는 걸 들켰더라도 절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어야 해요. 심증만으로 구속되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의 추궁에 몰려서 ‘그렇다’고 인정하는 순간 비밀 연애는 끝이죠. 하지만 ‘아니다’라고 하면, 그건 아닌 게 되거든요.” 이 좁은 나라에서 사귀다 보면 누군가에게 목격당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이때 필요한 건 바로 열 번 물어봐도 열 번 부인하는 인내심과 강심장이라는 것.
2년 반 동안의 비밀 연애 끝에 결혼, 신혼 중인 후배는 비밀 연애의 성공 비결로 치밀함을 말했다. “여자친구에 대한 질문이나 이야기를 할 때, 즉흥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유효했어요. 제 경우에는 친구 한 명을 모델로 삼고, 사는 곳이나 직장 등에 대해서 모두에게 일관성 있게 거짓말한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사진첩을 항상 잠그는 것도 필수죠.” 즉, 즉흥적으로 둘러대지 말라는 것이다. 남자친구가 83년생이라고 했다가, 84년생이라고 한다거나, 집이 강남이라고 했다가 강북이라고 하며 오락가락하면 의심을 사는 게 당연하다. 또 가로수길이나 강남역, 신촌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은 피할 것. “제 여자친구는 성북동에 살았어요. 그래서 주말이면 성북동 주변에서 데이트를 했죠. 하지만 삼청동에 갔더니 바로 아는 사람을 마주쳤죠. 다시는 가지 않았어요.”
“이건 바람 피우는 것과 똑같아요. 비밀 연애를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해요.” 두 번의 비밀 연애를 해봤다는 남자의 조언이다. 빠른 두뇌 회전으로 들킬 수 있는 조건을 슬슬 피해가거나, 들키더라도 임기응변으로 피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밀 연애는 한번쯤 권하고 싶을 정도로 짜릿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밀 연애는 일반적인 연애보다 자극적인 게 사실이에요. ‘비밀’이 주는 긴장감이 있잖아요. 데이트는 조심스럽지만, 반면 과감해지는 부분도 있어요. 데이트 코스가 제한적이다 보니 스킨십의 진도가 빨라져요. 비밀이니까 아무래도 서로의 집에서 많이 만나거나,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비밀 연애의 그림자
비밀 연애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비밀을 택했기에 좋은 것도 있지만, 반면 평범한 연애였으면 생기지 않을 문제도 생긴다. 특히 소소한 일상과 연애사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 “남자친구에 대한 일을 친한 사람과 공유할 수 없다는 게 괴로워요. 점심 시간이나 커피를 마실 때 모두 각자의 연애나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저도 남자친구와 있었던 재미있는 일을 말하고 싶거든요. 하지만 참아야 하죠. 가장 친한 친구가 어서 너도 남자친구를 만들어서 같이 만나자고 하면, 죄책감마저 느껴요.” 비밀 연애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는 그녀의 말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비밀 연애를 할 때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반면, 여자들은 친한 한두 사람에게는 털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친구와 저는 일종의 ‘갑을’ 관계예요. 그는 저희 회사에서 맡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대행사에서 일하거든요. 그래서 우린 비밀 연애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제 절친한 친구들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해서 겹치는 인맥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친한 친구들은 제 연애를 알고 있어요. 회사에서만 비밀이죠.”
비밀 연애를 선택한 남자들은 가끔 끓어오르는 혈기를 억누르느라 애쓴다. “주변에서 나와 그녀가 연애하는 줄 모르고 그녀에게 수작을 거는 걸 보면 기분이 나쁘죠. 때릴 수도 없고.” 둘 다 싱글이라고 알려져 있으면 소개팅 제안부터 수작까지 다양한 ‘귀찮은 일’이 생긴다. 회식 자리에서 과도한 농담의 대상이 되거나, 남자들끼리 진한 농담이 오고 갈 수도 있으니까. 또 같은 회사, 같은 모임이나 조직에서 만날 때 뻔히 같은 자리에 있는데도 데면데면하게 굴 수밖에 없어서 힘들다는 제보도 있었다. 좋은 데 좋아하지 않는 척하는 것도 고도의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녀의 예쁜 사진을 혼자만 봐야 하니 안타까워요. 페이스북에도 못 올리잖아요.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주고받는 문자나 눈빛, 그 스릴은 비밀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거예요.”

비밀 연애의 매너
비밀 연애에 돌입한 이상, 서로 합의하에 공개하기 전까지는 끝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미 끝난 연애라고 하더라도, ‘사실은 그와 연인이었다’라고 밝히는 것 또한 매너가 아니라는 것이다.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로 시작하는 고백 역시 자제해야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 만리를 가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헤어지기 며칠 전, 친한 친구에게 연애 사실을 고백했다더라. 왜 상의도 없이 먼저 털어놓았냐고 화를 냈다. 물론 그것이 이별의 이유는 아니었지만, 헤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 남자의 말이다. 비밀 연애는 연애 중에서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서로 합의하에만 존재할 수 있는 연애다. 당연히 서로 원한다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불만이 생기면, 그 이유로 균열이 생긴다. 비밀 연애를 해봤다는 사람들은 굳이 비밀로 할 필요가 뭐 있냐고 하면서도, 비밀 연애가 장점이 많다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했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고,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많으며 ‘좁은 세상’에 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만남도 헤어짐도 당사자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비밀 연애가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비밀 연애가 끝난 후 우리는 친구로 돌아갔어요. 어쩌면 비밀 연애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우리가 한때 연인이었다는 건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니까, 우리는 예전처럼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어요.” 몇 번쯤 비밀 연애를 해봤다는 그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 말을 남겼다. “한번쯤 비밀스러운 삶을 살아봐야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보면 알 거예요.

비밀 연애의 룰
1 비밀 연애는 합의부터 한쪽만 원하는 비밀 연애는 깨지기 쉽다.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공개 연애를 원한다면 비밀 연애는 곧 신뢰의 문제가 된다. 비밀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상호 합의할 것.
2 그런 사이 아닙니다 사내 연애인 경우 연애적령기의 사람들이 만난다면 당연히 연애 가능성을 점치거나, 농담을 건네곤 할 것이다. 괜히 자기 타입이 아니라는 둥, 무리한 거짓말 하지 말 것. 가장 좋은 건 그냥 웃어 넘기는 것이다. 아니면 가상의 연인을 만들어두면 편하다.
3 안 사귀는데요 연예인들의 연애설이 터질 때 대응방식을 생각해보라. 100번 들켜도 101번 부인한다. 그것도 아주 희한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바로 그 점을 따라 하면 된다. 혹시 같이 있는 모습을 걸려도, 안 사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