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들과 특별한 시간을 나눌 때면, 와인 한 병도 가장 좋은 것을 마시고 싶은 법이다. 그래서 여섯 곳의 레스토랑에 물었다. 이 음식에 가장 어울리는 와인을 말해달라고. 이탤리언, 프렌치, 한식, 일식 등 레스토랑의 종류도 다양하다.

1 블랙 바트 브라이드 와인과 저녁코스 메뉴 중 하나인 참다랑어 샐러드. 2 원목 소재의 따스함이 묻어 있다.

1 블랙 바트 브라이드 와인과 저녁코스 메뉴 중 하나인 참다랑어 샐러드. 2 원목 소재의 따스함이 묻어 있다.

 

오버랩

‘여자 마음은 여자가 잘 안다.’ 가로수길에 자리한 오버랩은 이 표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곳이다. 아늑한 실내와 널찍한 테라스, 옷과 가방을 넣을 수 있는 트렁크박스, 그리고 화장실의 핸드크림까지. 올해 26세의 젊은 셰프인 안제니는 전공인 프렌치 요리에 한식의 요소를 더한 요리를 선보인다. 푸아그라 비빔밥과 매일 아침 수산시장에서 구입한등 1급 참다랑어 뱃살에 곁들여 먹는 강한 고수 퓨레는 지극히 오버랩다운 메뉴인 셈이다. 돼지, 소, 양, 오리, 연어, 가리비, 관, 자랍스터, 이베리코 하몽 등 폭넓은 식재료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도 이 젊은 셰프의 강점이다.
About wine 오버랩에는 375ml 용량의 하프 보틀(Half Bottle) 와인세트가 준비돼 있다. 뵈브 클리코 옐로 라벨과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하나가 포함된 커플세트의 가격은 16만원 대이니 특별한 날을 맞이한 커플이라면 잊지 말 것. 안제니 셰프가 직접 추천한 와인은 ‘블랙 바트 브라이드(Black Bart’s Bride)’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출신이지만 샤도네이를 비롯해 프랑스 산지의 포도 품종만을 사용해 만들었다. 레이블에는 신부의 옆모습이, 뚜껑에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려진 달콤한 생김새와 달리 참다랑어 뱃살의 기름진 맛을 상쇄할 정도로 강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일요일 휴무) 가격 점심코스는 3만3천원, 저녁코스는 8만5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6-1 문의 02-3444-4715

1 차돌박이 향채무침과 스리링 와인. 2 넓고 정적인 실내.

1 차돌박이 향채무침과 스리링 와인. 2 넓고 정적인 실내.

 

다담

200여 석의 좌석이 준비된 다담은 연말, 레스토랑을 예약하는 데 지친 당신에게 구세주 같은 곳이다. 규모는 크지만 세로로 긴 동선 때문에 번잡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으니 안심할 것. 다담은 한식을 굳이 새롭게 재해석하려고 애쓰는 곳이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생선과 채소, 과일 등 식재료를 이용해 상을 차리는, 믿음직한 식당일 따름이다. 뽕잎을 먹고 자랐다는 최상급 한우 차돌박이에 부추, 양파 등 야채를 곁들인 한우 향채무침은 안주는 물론 반찬으로도 적격이지만, 그래도 12월에는 역시 술을 마시고 볼 일이다.
About wine 다담이 4만원대의 와인부터 고가의 와인까지, 100여 종류에 달하는 와인 리스트를 갖췄다는 것은 반전이다. 다담의 소믈리에 김정민이 꼽은 ‘스리링(3 Rings)’은 호주의 유명한 와인 메이커 크리스 릭랜드가 맘먹고 저렴하게 선보인 와인이다. 와인과 차돌박이의 궁합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입속의 차돌박이를 적시듯 와인을 머금을 것. 씹으면 씹을수록 와인의 타닌(떫은 맛)과 차돌박이의 기름기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가격 차돌박이 향채무침 3만2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7-1 문의 02-518-6161

1 본 페퍼 스테이크와 캘리포니아 와인, 레오. 2 성조기와 중국황제의 초상이 함께 있다.

1 본 페퍼 스테이크와 캘리포니아 와인, 레오. 2 성조기와 중국황제의 초상이 함께 있다.

 

차알

혼자 살기 시작하면 엄마표 집밥이 그리운 것처럼,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면 그리운 음식이 생긴다. 차주민 대표에게 그리운 음식은 시카고에서 맛본 중국식당의 음식이었다. 조금 덜 맵고, 덜 짜되 조금 더 달콤한 미국표 중국 음식! 바로 그 맛이 차알 에있다. ‘본 페퍼 스테이크’는 이름 그대로 스테이크에 후추로 간을 한 메뉴다. 부드럽게 조리된 치맛살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후추향이훅 ‘’하고 풍겨온다. 리코타 치즈와 크림 치즈를 섞어 직접 만든 치즈는 두부치즈라고 불리는데, 매콤한 스테이크를 부드럽게 감싸는 맛이 일품이다.
About wine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 와인 초보자가 즐기기에도 무난한 맛과 가격의 와인 20여 종을 갖추고 있는 차알의 하우스 와인은 ‘레오(Leoh)’다. 이탈리아 방식으로 생산한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신선한 과일향과 균형감을 갖췄다. 와인 자체의 스파이시한 향과 톡 쏘는 스테이크의 후추 맛이 입안에서 서로 날개를 달아준다. 와인 한 병은 코키지 비용을 받지 않으니, 원하는 와인을 가져가도 좋겠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가격 본 페퍼 스테이크 2만7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5-151 문의 02-3443-1112

1 계절 초밥세트와 복어테판야키, 그리고 아르헨티나 와인인 알라모스 샤도네이. 2 스시바와 철판구이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1 계절 초밥세트와 복어테판야키, 그리고 아르헨티나 와인인 알라모스 샤도네이. 2 스시바와 철판구이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스시제트

일식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무조건 스시제트로 향할 것. 라운지 음악과 딥하우스 음악이 흐르는 스시제트는 그야말로 일식의 현재다. 그림 같은 스시를 담아내는 스시바가 있는가 하면, 활기찬 이자카야처럼 불쇼까지 선보이는 철판구이 코너,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홀이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일본에서는데 ‘판야키’라고 불리는 스시제트의 철판구이 요리는 생선뿐 아니라 육류까지 고르게 다룬다. 회와 생선 요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레스토랑을 찾지 않을 도리가 없는 셈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이달의 메뉴의 주인공 자리에는1 월1 에는 대게가, 12월에는 복어가 오른다. 특히 12월부터 테판야키로 선보일 참복어 스테이크는 기대해도 좋다. 먼저 맛본 소감을 털어놓자면, 표면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은은한 버터향에 향긋하게 레몬향이 스치는 것이 그야말로 1년 내내 먹고 싶은 맛이라는 거다.
About wine 60~70여 종에 달하는 스시제트의 와인 리스트는 사케 리스트 못지않게 알차다. 화이트 와인 비율이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높은 편인데 아르헨티나의 ‘알라모스 샤도네이(Alamos Chadonay)’ 역시 독특한 매력이 있는 화이트 와인이다. 일반적인 샤도네이보다 달지 않고 드라이한 편이라 해산물, 특히 스시와 테판야키의 맛을 잘 살려준다.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2시까지 가격 참복어스테이크 3만원대, 스시세트는 5만원부터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9-28 문의 02-795-4267

1 비프 카르파치오와 르 고드 와인. 2 몽고가 직접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1 비프 카르파치오와 르 고드 와인. 2 몽고가 직접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몽고네

‘몽고네’의 대표 몽고는 와인에 일가견이 있는 남자다. 이탈리아 곳곳의 와이너리를 순회하며 먹은 와인이 3천 병쯤은 된다고 하니, 이쯤 되면 도장 격파를 떠난 검객에 비견할 만하다. 사실 몽고가 집착하는 것은 이탈리아의 맛 그 자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이탤리언 셰프로 꼽히는 소르티노 셰프의 레스토랑에서 10년 가까이 매니저로 근무한 그는 몸에 밴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맛과 매너를 고스란히 몽고네에서 재현해낸다. 연말을 맞이해 몽고네는 좀 더 특별한 메뉴를 준비 중이다. 양 어깨살 리소토와 미트볼, 한우를 이용한 비프 카르파치오가 11월 말부터 정체를 드러낸다.
About wine 몽고네의 와인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르 고드(Le Gode)’는 강한 풀 바디 와인으로 고기와 특히나 잘 어울린다. 남성적인 르 고드를 포함해 오랜 숙성 기간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대표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지역의 와인을 30~40% 할인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비프 카르파치오 2만원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92-29 문의 070-8623-0680

1 타르타르 스테이크와 부르고뉴 코테 샤도네이즈 와인. 2 가운데에 놓인 세련된 바.

1 타르타르 스테이크와 부르고뉴 코테 샤도네이즈 와인. 2 가운데에 놓인 세련된 바.

 

앙 드 뜨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레스토랑이 이태원에 등장했다. 이태원에서 이미 다섯 군데의 라운지 바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 는 오너와 국내 주류수입 유통사인 인덜지의 대표 등 맛과 풍류를 아는 이들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번잡한 이태원 대로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야말로 파리의브 라세리에 온 것 같은 근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정통 프랑스 브라세리를 표방하는 앙 드 뜨와의 메뉴판은 그 자체로 프랑스 미식 지형도와 같다. 테린, 카망베르 퐁듀 등 메뉴판을 읽만기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 우리나라 육회와 닮은 타르타르 스테이크는 날달걀을 풀어 먹는 것까지 비슷하지만 케이퍼, 올리브유, 후추 등의 양념이 함께 어우러지며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애주가를 위한 바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About wine 독특한 병 모양의 보가(Voga),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가 된 버니니(Bernini) 등을 국내에 소개한 인덜지 코리아의 제임스 폴리나가 두 팔 걷고 나선 만큼, 국내에 덜 알려진 세련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얼마 전 론칭한 로제 와인 벨라르(Belaire)도 주목하길. 검은 병에 핫핑크 로고가 인상적인 와인이다. 생고기의 신선함이 도드라지는 타르타르 스테이크는 가벼운 레드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그중에서도 100% 피노누아 와인인 부르고뉴 코테 샤도네이즈(Bourgogne Cote Chalonnaise)는 최고의 짝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가격 클래식 프렌치 타르타르 스테이크 1만8천원(스몰 사이즈 기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123-33번지 문의 02-796-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