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이 4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왔다. 성실하게 쌓아 올려 거둬들인 이 절정의 순간을 좀 즐겨도 될 법한데,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며 서둘러 무대로 돌아왔다. 무대에 오르기 전의 주원을 종로의 연습실에서 먼저 만났다.

뮤지컬 <고스트> 연습실을 공개하는 날, 여느 때와는 다른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물론 이 현상의 중심에는 이제 막 드라마<굿 닥터>를 끝낸 주원이 있었다. 드라마가 흥행한 후, 충무로와 예능 프로그램을 전전하는 보통의 사이클을 주원은 반복하지 않았다. <굿 닥터>를 찍기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캐치미>의 홍보 활동도 미뤘다. 열 일 마다하고 덤벼든 4년만의 뮤지컬이었다.
대중은 2010년 방송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그의 이름을 인지했지만, 이미 그는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였다.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데뷔한 후, 수많은 단역을 거쳐 2009년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는 대역으로 시작해 주연 자리를 꿰찼고, 100회 이상의 무대에 섰다. 이후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7급 공무원> 등 연이어 흥행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고 대세 배우로 떠오른 후에도 늘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겨울 인터뷰를 위해 주원을 만났을 때, 눈을 반짝이며 언제든 뮤지컬 무대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던 그가 기억나 드라마 현장이 아닌 뮤지컬 연습실에서의 만남이 더 반가웠다. 꽤 오래 기다린 후에야 연습실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연출자와 배우들이 차례로 등장했고 마침내 주원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무섭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해외 협력 연출자인 폴 그리핀, 협력 연출자인 한진섭, 그리고 김준현, 김우형, 아이비, 박지연, 최정원, 정영주 등의 주연 배우들이 나란히 섰다. <고스트>의 한국 공연 오디션을 위해 내한한 폴 그리핀은 상기된 표정으로 배우들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 여러 곳을 돌며 오디션을 보았지만 한국 배우들의 실력은 영국과 미국 배우들에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어요. 한국에서 오디션을 보는 동안 만난 수많은 배우들로부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주원과 주연 배우들, 그리고 앙상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를 펼치며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뮤지컬 <고스트> 연습에 한창인 주원과 주연 배우들, 그리고 앙상블,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연기를 펼치며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고스트>의 오디션 현장은 특히 치열했다. 배역의 이미지에 딱 맞는 배우를 선발하기 위해 주•조연 배역에 지원한 배우뿐 아니라 앙상블까지도 수차례에 걸친 토너먼트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고, 전 배역이 연기 오디션까지 봐야 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다. 세계적인 라이선스 공연인 만큼 주원도 오디션에 예외일 수 없었다. 그는 생방송과 같은 살인적인 스케줄의 드라마를 촬영하는 와중에 오디션 현장에 나타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테스트에 임했다. 연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며 단시간에 영국에서 넘어온 연출자와 제작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내 주인공 샘 위트 역에 주원•김준현•김우형, 몰리 젠슨 역에 아이비•박지연, 오다메 브라운 역에 최정원•정영주, 칼 브루너 역에 이창희•이경수 등 영민하고 재능 있는 총 29명의 배우가 확정되었다.
오프닝 곡 ‘Here Right Now’가 흘러나오자 샘 역할의 김준현과 몰리 역할의 박지연이 노래를 불렀다. 주원은 같은 역할을 맡은 김준현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습장 한쪽에서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동료 배우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시연이 시작되면 웃음기를 뺀 얼굴로 무섭게 집중했다. 드디어 주원이 시연할 차례. 그는 ‘More’와 ‘Three Little World’ 두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몰리 역을 맡은 아이비의 두 손을 꼭 잡고 끌어안으며 사랑의 대화를 나눌 때, 5살이라는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샘이 된 주원은 그 커다란 연습실을 거침없이 오가며 맘껏 연기하고 노래했다. 연습량이 부족했다는 그의 말이 괜한 투정으로 느껴질 만큼 안정된 연기와 노래를 들려주었고 무대가 끝나자 스태프와 배우들은 그에게 진심어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많은 분들이 영화 <사랑과 영혼>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 작품만의 감성이 얼마나 슬프고 아름다운지 다 알기 때문에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제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고스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만큼 작품에 관심이 많다는 거겠죠. 저 역시 온통< 고스트>에 대한 생각 뿐이에요.” 주원의 말처럼 뮤지컬 <고스트>는 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특히 마술과 영상을 극적으로 활용해 영혼이 된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름답게 구현해낸다. 최첨단의 무대 장치와 마술로 재현하는 예술적인 장면들은 차원이 다른 무대를 연출하며 거기에 탄탄한 스토리와 실력있는 배우들이 더해져 올 연말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원작 영화 속 패트릭 스웨이즈처럼 연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 주원만의 샘을 보여주려고요.” 주원의 도전과 <고스트>라는 판타지가 만들어낼 결과물은 1월 24일부터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