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다 현명하게 살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경제서적.

경제를 모르고 이 세상을 살 수 없다. 경제로 세상을 보는 네 권의 책.

“경제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을 고칠 일이다. 이 거대한 경제의 요요한 흐름 속에 춤을 춰야 하는 건 우리도 예외는 아니니까 말이다. 등록금은 누가 낼까? 전세자금 대출이 없으면 결혼도 할 수 없다. 직장인이라면 물가인상률과 연봉인상률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마련이다. 반은 이해를 못하더라도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않는 23가지>같은 책을 읽으며 노력은 해야 한다는 것.
모두가 성공을 이야기할 때 굳이 실패를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사라진 실패>는 우리나라 기업의 실패 사례를 따라간다. 저자 신기주는 “한국 기업은 무수히 실패해왔다”고 말한다. 즉, 성공 신화는 실패 신화라는 것이다. 삼성의 르노 삼성부터 한화 김승연 회장의 징역 선고, 초코파이에 가려진 오리온의 실체, NHN과 현대, 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 위주인 우리나라 경제를 쥐고 흔드는 기업들의 뒷모습. 매일매일 신문 지상을 오르내렸던 일들이 마치 한 사람의 부고처럼 가지런하게 정리된 후에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눈먼 자들의 경제(The Great Hangover)>는 굵직한 경제 사건을 마치 서스펜스 영화처럼 따라간다. 영화 <월 스트리트>, <마진콜> 등에서 다뤘던 월 스트리트 금융인들의 모럴 해저드가 주인공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 최고의 경제학자 니얼 퍼거스, 퓰리처상 수상자 도널드 발렛과 제임스 스틸 등 13명의 유명 저널리스트가 르포르타주 기법으로 이 책을 썼는데, 1부는 투자 은행 베어스턴스의 몰락, 2부에서는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미국 정부, 3부에서는 아이슬란드의 국가부도 이야기, 4부에서는 폰지 사기를 벌인 메이도프를 다룬다. 꽤 두툼하지만 웬만한 하드보일드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가장 무서운 건 이 모든 게 현실이라는 것. 우리는 누구에게 치즈를 맡기고 있는 걸까?
우리 삶을 ‘경제 논리’로 해부하는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은 가장 재미있는 경제학 책일 것이다. 트레이더 김동조에게 ‘경제’는 ‘합리성’이나 다름없다. 그는 경제학의 관점을 ‘제대로 질문하는 방법’에 비유한다. ‘말’보다 ‘행위’에 집중하는 경제학적 관점이야말로 가장 정확하고 합리적인 관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학 프리즘으로 우리 사회와 인생을 들여다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상대의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은 내게 유리하다’, ‘공부는 운명을 개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인가?’ 이쯤 되면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이렇듯 낭만적으로 보이는 연애와 결혼에도 경제학은 긴밀하게 움직인다. 직장을 구하는 일, 성공하는 일, 살아가는 일이 대부분 그렇다. 우리는 늘 기‘ 회비용’을 지불하고, ‘리스크’를 줄이고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저자는 말한다. “통념 중에서 지혜를 골라내고, 상식 중에서 오해를 걷어내는 일에 경제학만큼 힘이 센 것은 없다. 전략적일 수 없다면 철학적이기라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