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 되면 가을은 한층 깊어진다. 추억을 자꾸만 되새김질하게 되는 이 계절‘, 함박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추억의 음식, 햄버그스테이크를 먹으러 떠났다. 차가운 바람에 지지 않을 만큼 든든한 맛이었다.

함바그야또 카레야

햄버그스테이크 전문점을 찾기 어렵던 시절, ‘짠’하고 나타난 곳이 한남동의 함바그또 카레야다. 어느덧 문을 연지 4년이 된 이곳의 대표,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문정이 만들고 싶은 것은 몸에 좋은 햄버그스테이크다. 그래서 흰쌀밥 대신 흑미밥을 내고, 고기는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다. 민감한 아토피 환자도 문제 없이 먹을 수 있기에 고기만 따로 사가는 동네 손님이 있을 정도. 다진 고기의 울퉁불퉁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씹는 맛’에도 신경 썼다. 숙주 역시 올리브오일과 소금 외에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으며, 고소한 흑미밥은 씹으면 씹을수록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함바그또 카레야의 메뉴는 딱 세 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인 것은 역시 햄버그스테이크에 카레를 곁들여 나오는 ‘함바그또 카레’. ‘데미글라스 소스도 있는데, 굳이 카레까지?’ 싶겠지만 함바그또 카레야의 카레는 조금 다르다. 파와 마늘 등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료를 넣은 카레는 자칫 느끼한 데미글라스 소스와 상반되는 개운한 맛으로, 배부른데도 도무지 숟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카레는 매운 맛, 순한 맛 두 가지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가격 함바그또 카레 1만2천원, 달걀프라이 추가 1천5백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63-15 문의 02-793-8582

그릴 데미그라스

증권회사에 근무했던 김재우 대표가 레스토랑을 차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파는 식당을 만들고 싶어서.” 어린 시절 맛본 음식들의 기억과 일본의 경양식집을 다니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곳이 바로 그릴 데미그라스다. 햄버그스테이크는 본디 격식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테이블마다 흰 테이블보가 깔린 그릴 데미그라스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번잡한 삼청동에서 조금 떨어진 팔판동에 위치한 실내는 고요하고, 테이블 간격마저 널찍하니 데이트 장소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완벽한 데이트에는 완벽한 음식이 있어야 하는 법! 다행히 그릴 데미그라스는 분위기만 좋은 레스토랑이 아니다. 직접 만든 감자와 계란 ‘사라다’의 맛은 반가움을 넘어 감동스러울 정도고, 주문과 동시에 반죽을 치대는 스테이크의 두께도 감탄할 만하다. 오랫동안 끓여낸 데미그라스 소스와 어우러지는 스테이크는 고기를 잘게 간 덕에 부드럽게 씹힌다. 여기에 로메인, 루콜라 등의 채소를 가득 담은 제철 샐러드와 따뜻한 모닝빵, 그리고 밥까지 곁들여져 나오니 남자친구가 아무리 대식가라 해도 만족할 수 밖에 없을거다. 바삭한 비후까스와 새우프라이도 인기 메뉴. 더 좋은 건 생맥주부터 와인, 그리고 스파클링까지, 술 종류도 다양하다는 거다. 역시 연인들을 위한 곳인 게 맞다.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햄버그스테이크 2만원, 비후까스 2만5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28 문의 02-723-1233

만텐보시

1978년 문을 연 이래, 도쿄에서 오랫동안 오피스 레이디들의 사랑을 받아온 경양식집이 있으니 바로 만텐보시다. 무려 150년 전, 다이쇼 시대 유명 레스토랑의 조리법대로 햄버그스테이크부터 카레, 오므라이스, 돈까스 등 대표적인 일본 정통 양식을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레스토랑의 인기 비결. 그 맛을 고스란히 가져온 만텐보시의 햄버그스테이크 맛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만텐보시표 햄버그스테이크의 맛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데미글라스 소스다. 뼈와 고기에서 우러난 진한 육수에 야채 등을 넣어 졸여내는 데미글라스 소스는 햄버그스테이크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만텐보시는 소스를 우려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름기를 걷어내고 다시 새로운 재료를 넣는 과정을 무려 일주일 동안 반복한다. 부드럽게 씹히는 두툼한 스테이크 속으로 스며드는 소스의 깊고 오묘한 맛을 천천히 음미해보도록. 좋은 쌀을 사용해 특별히 주문한 기계로 지은 쌀밥도 놀랍도록 맛있다. 평일 점심시간에 방문하면 커스터드 푸딩, 셔벗 등의 디저트까지 함께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햄버그스테이크 1만6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수하동 66번지 페럼타워 지하1층 문의 02-6353-8943

낭만식당

“오늘 점심은 어디에서 먹지?”라는 고민을 매번 해본 사람이라면 가까운 곳에 자주 갈 수 있는 식당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알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동네 손님들과 근처 회사원들이 매일 점심마다 줄을 서는 낭만식당은 참 고마운 존재다. 낭만식당은 직접 고기를 갈거나 며칠씩 걸려 수제 소스를 만들지는 않지만 대신, 누구라도 흡족해할 만한 한 끼를 만든다. 식전에 나오는 수프, 치즈와 베이컨, 계란 프라이가 한 장씩 올라간 스테이크, 사이드로 곁들인 프렌치 프라이와 구운 야채 등, 특별한 재료는 아니지만익 숙하고 때때로 그리운 음식들을 세심하게 차려낼 줄 안다는 뜻이다. 때로는 유명 요리사가 만든 코스 요리보다 내 입맛을 아는 친구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한 끼 식사가 더 고맙고 맛있을 때도 있는 법. 낭만식당은 바로 그런 곳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가격 햄버그스테이크 8천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42-46 문의 02-517-7471

구슬함박

실내는 액자에 걸린 그림과 조각품으로 가득하고, 앤티크 오디오에서는 하루 종일 에디트 피아프나 1930년대 재즈가 흘러나온다. 이쯤되면 가게를 찾아온 노부부가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는 말이 과장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은 육즙 가득한 햄버그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는 사실! 조각을 전공한 이후,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기른 감각과 미각을 구슬함박의 문을 여는 데 쏟아낸 김영복 대표가 햄버그스테이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고기다. 직접 지방과 불순물을 제거해 다진 고기를 손으로 일일이 빚는데, 덕분에 고기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햄버그스테이크가 탄생했다. 아삭하니 고기와 잘 어울리는 숙주는 동남아시아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직접 만드는 데미글라스 소스 맛의 비결은 다름 아닌 태국 고추다. 매콤하면서도 개운한 태국 고추를 더해서인지 아무리 고기를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구슬함박의 햄버그스테이크는 소스의 색깔에 따라 브라운, 옐로, 레드 세 종류로 나뉘니 모두 도전해볼 것! 단 식사 시간이라면 줄 서서 기다릴 각오는 해야 한다.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오리지널 햄버그스테이크 8천원, 치즈 토핑 추가 1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16-12 문의 02-323-6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