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말을 한다. 미팅, 프레젠테이션, 식사 자리에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도, 얼굴조차 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말, 어떻게 해야 할까?


말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프레젠테이션이나 회의를 할 때 화려한 수식어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주어와 서술어가 너무나 멀어진 나머지 요점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실생활에서 잘 쓰지도 않는 단어와 영어가 어쩌면 그리 자주 튀어나오는지, 사전까지 펴야 할 참이다. 그는 자신의 뛰어난 어휘력을 자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의도는 ‘저 사람 유식하다’보다 ‘국어 공부 좀 더 해야겠네?”로 받아들여지고 만다. 글이나 영상은 기록되어 다시 꺼내 볼 수 있지만 말이란 한번 뱉으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때문에 더욱 자신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명료하게 말하는 것이 관건인데, 명료한 말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실생활에서 충분한 연습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머릿속에서 자신의 말을 한 번 정리한 뒤에 말하는 연습을 하는 거다. 그 다음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먼저 주어와 서술어를 멀리 떨어뜨리지 않고,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두 번 이상 반복하지 않고 핵심이 되는 단어를 중심으로 살을 붙여나가는 것이 좋다.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다 보면 본인조차 말의 목적을 잊어버리게 된다. 설명이 길어질 것 같으면 “이 논점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라는 식으로 미리 언질을 주는 것이 좋다. 말은 간결하고 정확할수록 좋은 것,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친절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탁구 치듯 대화하기

혼자 연구하는 일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회사에서의 말하기는 조직원들과의 대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친하지않은 상사나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화가 끊이지 않는, 마치 탁구를 치듯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법을 알게 된다면 그 시간에 대한 부담감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대화를 할 때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말을 끝내지 않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그 프로그램은 정말 재미없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이 불만스러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이러한 부분은 이렇게 표현하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기는 대화>의 이서정 저자에 따르면 “절대로”, “정말”, “확실히” 등 극단적인 단어의 사용 또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팅에 참석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하기보다는 어떠한 이유 때문에 나가지 못하지만 “다음에는 제가 주선해볼게요”라며 ‘여운’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대화의 여운을 남겨두면 상대방이 그 말에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대화는 끝말잇기와 같다.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대화를 할 때 탁구 게임을 하듯 즐거울 수 있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화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극히 사적인 질문, 정치처럼 기호가 나뉠 수 있는 질문, 심문하는 듯한 집요한 질문, ‘그렇다’, ‘아니다’로 대답이 끝날 수 있는 질문을 피하는 것도 탁구처럼 대화하기의 요령이다.


목소리와 손에도 표정이 있다

손에 지문이 있듯 목소리에도 성문이 있다. 아나운서와 성우들 중에는 타고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러니까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목소리란 일종의 연습의 산물인 것이다. 보통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목소리를 위해, 7음계의 ‘솔’ 정도에 톤을 맞추고 복부에서 소리를 끌어올리라고 말한다. ‘솔’ 음도 못 찾겠고 배에서 소리를 끌어올리지도 못하겠다면? 자신의 목소리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말하는 속도 역시 음색에 영향을 미친다. 말의 속도가 빠르면 극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다. 목소리가 저음이라면 좀 더 빨리, 고음이라면 좀 더 느리게 말하는 게 도움이 된다. 말하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하다. <끌리는 말에는 스토리가 있다>의 이서영 저자에 따르면 말하는 자세에는 열린 자세와 닫힌 자세가 있다고 한다. 듣는 사람을 향하는 자세를 ‘열린 자세’, 비스듬하게 향하거나 팔짱을 끼는 자세를 ‘닫힌 자세’라 하는데, 두말할 것도 없이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대화를 할 때에는 듣는 사람을 향해 서세요. 손을 허리와 명치 사이에서 움직이고 제스처를 할 때는 안에서 밖으로 펼치듯이 하는 게 좋아요.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제스처는 자신감이 없어 보이거든요.” 이때, 팔 동작은 넓게 그리고 천천히 해야 말의 무게감이 더해진다.


납득은 설득의 첫 번째 조건

성공적인 대화란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바람직한 상황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을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모으려 할 때는 설득의 조건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납득 없이는 설득의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상대방을 납득시키려면 우선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로부터 시작한다. 이를테면 “과장님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겠어요”라는 칭찬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설득하려 할 때는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런 칭찬 한마디는 긴장을 풀어주고 상대방이 책임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내용을 전달할 때는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가 아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말은 입으로 나오는 순간, 제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 한 번 밖으로 나온 말은 곧 나 자신이 된다. 설득하는 말하기의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말하기’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말하기란? 한마디로 ‘저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하기다. 상대가 당신과의 대화에서 무료함을 느끼지 않도록 중간 중간 유머와 정보를 곁들이는 것도 잊지 말 것.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들어야 한다

제대로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듣는 거다. 대개 듣는 것에 대해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쯤이라 여기곤 하지만, 어떠한 면에서 ‘듣기’는 ‘말하기’보다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진지한 자세로 상대방의 말을 듣다 보면 그의 생각의 전후 배경이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며, 자신의 주장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보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서정은 말한다. “선진국의 기업 관리자들은 일하는 시간의 60~70%를 회의, 전화, 토론 등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써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렴해 보다 나은 정책과 업무를 구성하기 위해서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신중하게 듣고 관찰하되, 무조건 수용해서도, 의심을 가지고 접근해서도 안 된다. 가장 피해야 하는 건 그 이야기를 근거로 쉽게 그 사람과 상황에 대해 판단하려는 행동이다. 판단은 마지막으로 미뤄야 하며, 설사 말 중간에 판단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듣기에 있어 또 하나 하기 쉬운 실수는 상대방의 말을 끊고 끼어드는 것이다. 그 행동은 상대방에게 있어 그의 의견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물론 “아, 그랬군요”, “잘됐네요”와 같은 적절한 추임새를 넣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과, 얼굴조차 마주하기 싫은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기는 말하기를 하는 사람들
조엘 오스틴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으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 목사. 그의 설교는 전 세계 100개가 넘는 나라로 방송되며, 매주 미국에서만 700만 명이 그의 설교를 시청한다. 그의 설교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핵심 메시지를 뼈대로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목소리의 높낮이, 말하는 기법의 변화를 의미하는 톤 앤 매너 역시 훌륭하다. 경쾌한 속도감이 느껴지며 명확한 발음과 적절한 고저장단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에게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는 ‘말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었다. 오바마는 연설을 할 때 “Yes, We Can!”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자신의 승리를 우‘ 리’, 즉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돌렸다. 반면 힐러리는 ‘나의 말을 들어라, 나를 따르라, 당신들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언어를 자주 사용했다.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일방적인 스피치였던 셈이다. 지시하고 통제하려는 말하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절제되어 있었다. 그는 단어 한 개, 또는 그림 한 장을 슬라이드에 띄우곤 했는데, 그가 제시한 하나의 단어와 그림은 그의 핵심 메시지를 정확히 관통했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먼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새로운 기술력에 대해 소개했고, 세부적인 설명을 덧붙여나갔다.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중요한 개념을 반복해서 말하도록 유도했다. 단상 위에서조차 그는 영리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루스벨트의 주특기는 바로 연설이었다. 세계대공황 당시 루스벨트의 노변 담화(난롯가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상황 설계에 따라 말의 효과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연설을, 난롯가 옆에서 마치 대화를 나누듯 할 수 있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친근한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건네듯 자신의 새로운 정책에 대해 동의를 구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재석 그는 어떠한 순간에도 겸손하고 사람들을 배려한다. 어디서든 반장역을 맡지만 권위를 내세워 누군가를 기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언어로 웃음을 주는 쪽을 택한다. 누구 하나 소외받지 않도록 관심을 두고 그의 캐릭터를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한다. 김태호 PD는 유재석을 두고 스포츠 팀에서 선수이자 코치인 ‘플레잉 코치’에 비유하며 “그의 화술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건 유재석이 영원한 일인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 잘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다르다!
모든 일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본다. 아주 익숙한 것일수록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토론 자체를 즐긴다.
자신감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는 하나라도 배우려고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상대방이 대화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질문을 건넨다.
대화 중간에 침묵이 흐르는 것에 대해 당황하지 않는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급히 농담을 건네거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여, 실수로 이어지는 일이 없다. 대화 도중 발생하는 침묵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대처할 줄 안다.
얼굴 표정이 살아 있고, 적절한 제스처를 사용하며 적재적소에 유머를 던질 줄 안다. 재치있는 말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준다. 유머감각을 적절하게 발휘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어투가 있고 특별한 경험이 있지만 그것을 말 속에 잘 녹여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때, 발언의 효과는 배가되기 마련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언제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