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것이 궁극의 미식이라면, 그 목적에 가장 충실하게 부합하는 것은 다름아닌 디저트다.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아름다운 디저트를 향한 궁금증을 모아 정리했다. 2013년 현재, 서울의 디저트를 둘러싼 모든 것.

‘릴리블랑’의 애프터눈티 3단 트레이

‘릴리블랑’의 애프터눈티 3단 트레이

 

오후의 홍차

빈티지 티세트에 담긴 차 한 잔을 마시는 여유를 권하는 애프터눈티 카페 ‘릴리 블랑’에서 영국식 애프터눈티에 대해 들었다.

1 18세기 영국 귀족들은 하루에 두끼만 먹되 만찬으로 즐겼다고 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끼니 사이의 간격이 크다 보니 오후에 먹을거리가 필요했고, 애프터눈티 문화가 탄생했죠.
2 애프터눈 트레이의 1단에는 스콘과 샌드위치, 2단에는 케이크류, 3단에는 쿠키와 미니 타르트를 올리는 것이 기본이에요. 1단부터 한 층씩 올라가며 순서대로 맛보세요.
3 영국의 디저트 문화는 프랑스처럼 화려하지 않죠. 애프터눈티 문화도 초창기에는 케이크보다는 빵과 버터 위주였답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스콘이 지금도 애프터눈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그 때문이죠. 영국의 애프터눈티 샌드위치는 주로 콜드 샌드위치를 내는 경우가 많지만 ‘릴리 블랑’에서는 따뜻한 파니니 샌드위치를 내놓고 있어요.
4 런던은 지금도 캐주얼한 애프터눈티부터 귀부인들이 즐기는 애프터눈티까지 다양한 애프터눈티 문화를 갖고 있어요. 최근 호텔의 애프터눈티 세트는 현대적으로 변해가는 추세예요. 2012년과 2013년의 올해의 런던 애프터눈티에서 1위를 거머쥔 ‘더 아테네움 (The Athenaeum)호텔’은 케이크를 매우 조그맣게 만들고, 모던한 식기를 사용하죠. ‘리츠 칼튼’처럼 여전히 정석에 가까운 애프터눈티를 선보이는 곳도 존재하지만요.
5 영국은 빈티지 식기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예요. 사교계의 파티를 위해 빈티지 찻잔만 전문으로 대여하는 곳이 있을 정도죠. ‘릴리 블랑’도 앤티크 시장에서 구매한 1930년대부터 60년대까지의 빈티지 식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6 가장 유명한 식기 브랜드는 여전히 웨지우드와 로열 우스터, 포트메리온이에요. 노리다케, 파라곤도 상류층이 선호하는 브랜드고요.
7 가장 맛있는 차를 맛보고 싶다면 우려내는 데 3분을 넘기지 말아야 해요. 차는 몇 잔이고 원하는 대로 마셔도 괜찮답니다.
8 그냥 차를 즐기기보다는 함께 나오는 설탕과 우유를 이용해 나만의 밀크티 배합을 찾아보기를 권해요. 단, 실론티처럼 흐릿한 홍차보다는 아삼이나 다즐링처럼 진한 홍차를 택해야 밀크티의 제대로 된 풍미를 느낄 수 있겠죠.
9 애프터눈티를 즐길 때 필요한 건 바로 여유죠. 3단 트레이를 다 비우려면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스콘의 냄새, 식기의 아름다움, 오래된 찻잔을 손으로 만지는 촉각적 경험까지. 애프터눈티를 즐기는 동안은 유럽을 잠시 여행한다고 생각하세요. 그것도 아주 길고 우아한 여행을 말이에요.

FINE DESSERT

화려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파인다이닝의 디저트를 한자리에 모았다.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눈으로만 봐도 안다.

1 까사 안토니오 | 카놀리 알라 시실리아나 시칠리아 지방의 디저트로 등굣길 아이들이 핫도그 같은 간식처럼 먹는 달콤한 디저트를 고급스럽게 변형했다. 코코아파우더와 마르살라 와인을 넣어 만들어 반죽한 도우를 튀긴 후, 리코타 치즈와 초콜릿 쿠키, 체리 맛이 나는 리큐어럼을 넣어 풍미를 더했다.
2 파씨오네 | 밀푀유 1000개의 이파리라는 이름 뜻 그대로, 얇은 페이스트리를 겹겹이 쌓은 밀푀유는 섬세하기 그지없는 페이스트리다. 바로 그 밀푀유에 요거트 아이스크림, 시럽에 졸인 복숭아를 함께 올렸다. 고소한 밀푀유와 새콤달콤한 요거트, 복숭아조림이 잘 어울린다. 꽃잎과 허브잎 장식이 눈과 혀를 한층 자극한다.
3 보나세라 | 바바 바바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의 디저트다. 투박한 모양의 빵을 럼과 과일시럽 등에 찍어 먹는 것이 기본인데, 보나세라의 바바는 빵을 처음부터 럼에 절인 후 오렌지 제스트와 시럽 등을 추가했다. 여기에 망고, 베리, 유자 시럽 등의 과일향을 풍부하게 더해 달디달다.
4 라벳 | 초콜릿과 소금캐러멜 아이스크림 라 벳은 코스에 디저트를 두 번 내놓는다. 과일 디저트 뒤에 진득한 마무리를 해주는 초콜릿 디저트는 가나슈와 크럼블, 그리고 소금캐러멜 아이스크림이 주를 이룬다. 마치 비가 내리고 난 뒤의 정원처럼 갈색빛 흙 같은 크럼블 위에 보랏빛 헬리오트로프와 민트를 흩뿌렸다.
5 올리비아 | 판나코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로는 티라미슈, 크렘브륄레, 그리고 판나코타를 꼽는다. 아이스크림과 푸딩의 중간쯤인 판나코타의 주재료는 우유. 올리비아의 판나코타는 순수하게 우유만 사용해 만들었다. 우유와 형제쯤 되는 연유 시럽으로 장식한 게 재미있다.

셰프의 책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파티세리 셰프가 자신의 이름을 달고 펴낸 바로 그 책.

1 <Desserts> 고든 램지
<헬스 키친>의 악마 셰프, 고든 램지는 사실은 쉽고 빠르게 요리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꽤나 친절한 남자다. 선데이 런치, 홈쿠킹, 건강한 전채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펴낸 그는 디저트에 관한 책도 펴냈다. 책의 처음 부분을 과일과 얼음, 크림, 무스, 수플레 등 디저트의 기본 요소를 다루는 법에 대해 할애해 후반부의 레시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계절에 맞는 과일을 사용한 디저트가 특히 눈에 띈다.
2 <Bouchon Bakery> 토마스 켈러
‘프렌치 론드리’, ‘퍼 세’ 등 최고의 레스토랑 그룹을 운영하는 토마스 켈러의 베이커리 & 카페, ‘부숑’에 관한 책이다. 미국과 프랑스 스타일의 디저트를 적절히 혼합한 부숑 스타일의 디저트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부숑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디저트를 상세히 기술했을 뿐 아니라 메뉴에 관한 이야기까지 덧붙인 이 책은 2013년 국제요리연맹이 선정한 ‘Food Photography & Styling’ 분야의 책으로 선정됐다.
3 <Macaron> 피에르 에르메
톰 포드가 구찌를 일으켜 세웠다면 피에르 에르메는 다 쓰러져가는 전통의 디저트 명가 라 뒤레와 포숑을 일으켜 세웠다. 피에르 에르메는 프랑스 파티세리계의 이단아이기도 하다. 지방의 디저트는 해당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협회의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지방의 다양한 디저트를 세련되게 변형해 파리로 진출시켰다. 수많은 디저트 관련 도서를 펴낸 그 역시 마카롱에 대한 애정을 책으로 표현했는데 압도적인 비주얼의 다양한 마카롱을 감상할 수 있다.
4 <Sensations> 필립 콩티치니
포숑의 피에르 에르메와 함께 프랑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필립 콩티치니. 현재 파리 디저트를 선도하는 ‘라 파티세리 데 레브(La Patisserie des Reves)’의 수장인 그는 여느 스타 셰프들과 달리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묵묵한 성격이다. 가스트로에서 근무했던 만큼, 디저트 재료뿐만이 아닌 다양한 식재료를 가미한 디저트를 만든다. 기초부터 고급과정 디저트, 그리고 Q&A까지 꼼꼼히 기술한 이 책은 초보자와 숙련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5 <Ladurée> 라 뒤레
1862년 스위스 제네바에 첫 상점을 오픈한 이래 아름답고 세심한 마카롱으로 끝없이 사랑받아온 라 뒤레는 지금은 파리에만 4개의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민트색 피스타치오와 오렌지꽃과 바이올렛꽃 등 우아하고 섬세한 라 뒤레의 마카롱과 레시피를 모은 책이다. 디저트의 질감에 집중한 다른 책과 달리 소품 하나하나 세심하게 연출해 보는 재미가 굉장하다.
6 <Patisserie! > 크리스토프 페더
2백여 개의 레시피를 3천 장이 넘는 사진으로 설명한 그야말로 궁극의 파티세리 책이다. 백과사전식 요리책의 대부분이 현대적인 감각에 뒤처지는 것에 비해 트렌드와 기본기, 양쪽을 모두 충실히 반영했다. 섹션을 나눠 이상적인 반죽과 온도, 파티세리 장식법, 클래식 초콜릿 만드는 법 등 프랑스 디저트의 모든 것을 모았다. 상세한 과정 컷까지 표현한 친절한 책.
7 <I Love Macarons> 히사코 오기타
깜찍하고 간결한 비주얼의 페이스트리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파티시에 히사코 오기타가 온전히 마카롱을 위한 책을 펴냈다. 2009년 영어로 번역된 이후 전 세계의 홈베이킹 마니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80페이지에 불과한 얇은 책이지만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해 초보자들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을 것.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귀엽고 알록달록한 다양한 마카롱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인 3 코스 디저트.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인 3 코스 디저트.

 

Dessert Land

처음부터 끝까지, 디저트로만 만든 코스요리가 있다. 르 코르동 블루에서 디저트를 공부하고, 오직 디저트를 위한 공간, ‘디저트리’를 차린 이현희 오너셰프와 디저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코스를 구성할 때 고려하는 디저트의 특성이 있나?
메인 디저트가 중심이다. 메인 디저트가 초콜릿이나 유제품처럼 진한 맛이라면, 판나코타나 요거트 같은 유제품은 그 다음 코스로 피하고, 시원하게 입을 헹궈줄 과일 디저트를 사용한다. 디저트라고 모두 단 것은 아니다. 소금 캐러멜, 쌉쌀한 자몽 셔벗, 매운 맛의 후추와 시나몬 등 다양한 맛을 고려해 배치한다.
디저트리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디저트를 코스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해외에는 이런 가게가 많은지?
디저트리가 디저트 바(Bar)에 가깝다면, 유럽은 즉석에서 구운 페이스트리와 디저트를 차와 함께 즐기는 살롱드테(Salon de The)가 대부분이다. 뉴욕의 ‘치카리셔스 클럽’은 디저트와 와인 페어링을 선보이고, 도쿄의 ‘토시 요로이즈카’는 메인 디저트 전에 버섯수프 요리를 어뮤즈로 내놓는 정도로 디저트리의 디저트 코스와는 조금 다르다.
차 외에 디저트와 잘 어울리는 음료가 있는지?
디저트는 의외로 도수가 있는 주류와 매우 잘 어울린다. 초콜릿이 많이 들어간 디저트를 곁들여 위스키나 진한 레드와인을 마시면 한층 관능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과일디저트는 가벼운 식전주나 샴페인과 잘 어울린다.
디저트 술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프랑스에서는 식전주를 ‘키르’라고 한다. 이때 주로 마시는 것이 스파클링 와인이다. 아르마나, 셰리, 그랑마니에 등 40도쯤 되는 증류주도 인기다. 알코올을 사용한 도수 있는 디저트를 프티 푸나 어뮤즈에 섞어 내는데, 그랑마니에가 들어간 디저트를 먹은 손님이 그랑마니에를 샷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제대로 먹을 줄 아는 분이었다.
한국에서 디저트를 만들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랑스 셰프들이 ‘새롭다’고 생각하는 특이한 식자재가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재료인 경우가 있다.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감을 납작하게 말린 반시를 내는 것처럼. 고구마와 유자, 귤처럼 현지에서 매우 독특하게 여기는 재료를 정작 한국에서는 성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식재료가 주는 특유의 맛이 있는 건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We Love Macaron!

알록달록한 색깔,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한 생김새, 그리고 중독되는 W 달콤함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카롱을 제대로 만드는 곳을 찾았다.

1 마카롱 아뜰리에 카롱카롱
마카롱 아뜰리에 카롱카롱의 두 대표는 전문적으로 파티세리를 공부한 경험이 없다. 다양한 요리서적과 디저트 순례를 통해 맛을 창조해낸 마카롱 아뜰리에 카롱카롱의 마카롱은 규격에 얽매이지 않은 홈메이드 느낌이 강하다. 산딸기를 이용한 후람보아즈 마카롱, 연두색을 띤 피스타치오 마카롱, 초록색 와사비 마카롱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2 팔팔레뜨서울
팔레뜨서울의 마카롱은 재료의 맛을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오렌지 쇼콜라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오렌지콩피를 다크초콜릿과 함께 필링으로 넣은 오렌지 쇼콜라 마카롱, 각기 다른 두 가지 프랄리네를 버터크림과 섞어 만든 프랄린 마카롱처럼 말이다. 검은깨의 진한 고소함이 입안 가득 남는 블랙세사미 마카롱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3 오뗄두스
이탈리아의 마카롱보다 제조 과정이 까다로운 프랑스 스타일의 마카롱을 만든다. 마카롱 셸과 크림의 경계를 알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오뗄두스의 마카롱은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바닐라 마카롱에 일반 바닐라빈 가격의 10배에 달하는 타히티 바닐라빈을 사용한다거나, 지방 함량이 높아 쉽게 산화되는데도 불구하고 값비싼 견과류 파우더를 고집하는 것이 그 예다. 자몽 와사비 마카롱과, 바닐라 마카롱이 특히 인기다. 조금 덜 달고 래식한 마카롱을 맛보고 싶다면 오뗄두스로 향할 것.
4 엠꼼마카롱
엠꼼마카롱의 마카롱은 큼직한 셸과 풍부한 필링으로 이름 높다. 버터보다 초콜릿을 베이스로 한 마카롱을 주로 선보이는데, 인기 메뉴인 얼그레이 마카롱과 산딸기 마카롱 역시 초콜릿을 베이스로 해 달콤함을 더했다.
5 기욤
페이스트리 셰프 기욤 데이프반스가 이끄는 기욤의 마카롱은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상으로 이름 높다. 순백색의 바닐라 마카롱과 오묘한 남색의 블루베리 마카롱은 보기 드문 빛깔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믹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든 재료를 100%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입안에 넣었을 때 허물어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6 마카롱 By 루벤 젠 아드리안
피에르 에르메의 숍을 거쳐 안국동 ‘아몬디에’의 파티시에로도 활약한 루벤 셰프가 홍대의 ‘마카롱’에 자리를 틀었다. 쫀득한 식감이 특징으로 진짜 올리브유를 넣어 올리브유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올리브 오일 마카롱이 인기다.

마카롱 전문가들이 말하는 좋은 마카롱의 조건
쫀득한 게 좋은지, 아니면 부드럽게 부서져야 하는지, 입맛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어쨌든 셸과 필링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바로 혀에 닿는 마카롱의 셸은 식감을 정하는 관건인데 매끈하고, 가장자리의 프릴이 일정해야 하며, 겉은 살짝 쫀득해야 한다. 셸의 쫀득한 식감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반죽할 때 얻어지는 마카롱만의 특징이니까. 촉촉하고 부드러운 필링은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