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주제로 한 세 권의 책.

침대를 주제로 한 세 가지 이야기에는 사랑의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

본래 ‘베드 타임 스토리’는 어머니가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동화책이나 옛날이야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침대 속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고, 이윽고 침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되는데…. 여기 본격 ‘ 베드 타임’을 표방 하는 세 권의 책이 있다. 과연 ‘침대의 목적’은 무엇인가? 마치 공항의 출입국 심사처럼 단도직입적으로 침대의 목적을 묻는 <침대의 목적>. 일본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 와다 아카리의 집에는 ‘주문 제작한 더블 침대’가 놓여 있다. 하지만 그녀는 매일 밤 외로움과 함께 잠을 청한다. “저기 말이야 와다 씨. 아무 생각 없이, 포근하게, 스리슬쩍, 깔끔하게, 싹싹하게, 거침없이 자지 않을래? ”그녀의 주변에는 불장난남과 계륵남과 품절남과 근육남이 있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마음을 차지하지는 못한다. 그녀는 대신 월급날이면 여자친구들과 고급 가이세키 요리에 사케를 마신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냥 그런 연애소설 같다. 하지만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이기도 한 다나베 세이코는 결혼을 꿈꾸는 올드 미스라는 아주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지금까지 거듭 새로운 쇄를 찍으며 엄마와 딸이 함께 읽는 책이 되었다고 한다. 또 작년 <필로우 토크>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 <어느 날 우리는 돌아눕기 시작했다>는 침대에 관한,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이 침대는 차게 식었다. 괴짜 다큐멘터리 감독이 수백 명의 이혼남녀를 만나 한 인터뷰를 정리한 ‘이혼’에 대한 보고서이지만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이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토록 따뜻했던 사랑은 왜 끝났을까. 너무 다른 두 자아의 충돌, 섹스, 의사소통. 이혼의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크게 이 세 가지였다. 이혼녀, 이혼남인 인터뷰이들은 그들의 과거와 침대의 풍경, 몰락을 때로는 홀가분하게, 때로는 후회와 회한과 함께 솔직하게 답한다. 어느 페이지든 귀 기울여야 할 충고 몇 가지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동안 결혼 전 읽어야 할 책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얼마 전 열린 김조광수 감독의 동성 결혼식에는 다음과 같은 위트 있는 현수막이 걸렸다. “주여! 동성커플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 한국기혼자협회.” 세 번째 책 <낯선 침대 위에 부는 바람>은 한 여자가 여행한 ‘야하고 이상한’ 침대의 기록이다. 경미라는 문신을 거꾸로 본 사람들이 우연히 붙여준 이름 김얀. 칼럼니스트 김얀은 문득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13개의 다른 나라에서 13명의 남자들을 만난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무용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잠시 마주쳤던 이야기다. 그녀가 일본에서 한국음식을 파는 선술집에서 잠깐 일하던 시절과 광둥어를 하는 남자를 따라 홍콩으로 건너간 이야기의 여운은 유독 길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이야기 어딘가에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상처투성이의 내가 보였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살짝, 이것은 ‘만나고, 듣고 상상했던 나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알 수 없다. 그 어떤 침대에 그녀가 정말 누웠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