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횟수를 줄이고 암벽에 매달리기로 했다. 팔에 힘이 붙고 배가 납작해지기 시작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더자스 클라이밍 짐’

지난 6월, 신사동에 문을 연 ‘더자스 클라이밍 짐’ 안으로 들어서니 짐의 대표이자 강사이며 암벽 선수이기도 한 김자하, 자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힙합 음악이 흘러나오고 집숍까지 갖춘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유난히 젊은 회원이 주 눈에 띄었다. 김자비 강사는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랍장 안에서 매트 하나를 꺼냈다. 클라이밍을 할 때 가장 많이 이는 근육이 복근인 만큼 시작하기 전 복근 운동은 필수였다. 러나 5세트의 복근 운동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특히 누워서 허리와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는 4번 세트는 클라이밍을 시작하기도 전에 땀을 꽤 흘리게 했다. 복근 운동이 끝난 후에는 스트레칭이 이어졌다. 강사를 따라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뭉친 근육이 하나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클라이밍 전용 신발로 갈아신고 드디어 암벽 앞에 섰다. 먼저 클라이밍의 기본 자세인, 삼지점 자세를 익혀야 했다. 손을 모으고 두 다리를 벌려 삼각형 자세를 만든 후 왼쪽 손을 옮겨 왼쪽에 있는 홀드를 잡았다. 왼발과 오른발을 순서대로 이동한 후, 다시 오른손을 왼손과 같은 홀드에 위치시키며 정확한 삼지점을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발이 꼬이거나 손이 꼬이는 걸 몇 번이나 경험한 끝에 강사의 구호 없이도 이동이 가능해졌다. 첫날 수업은 그것으로 끝. 마무리는 다시 복근 운동이었다.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클라이밍 수업이 시작되었다. 홀드에는 번호가 적힌 다양한 컬러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파란 스티커의 번호를 따라 암벽을탔다. 삼지점을 만드는 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했거늘, 막상 벽에 오르니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바닥으로 내려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올랐다. “팔에만 힘을 주면 안 돼요. 배에 힘을 주고 손을 당기면서 다리로는 벽을 밀어야 합니다.” 강사의 말을 새기며 배에 힘을 실었다. 14번 스티커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8번 코스에서 자꾸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그만큼 근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7번에서 8번, 8번에서 9번 코스로 옮기는 연습을 몇번이나 반복한 후에야 다음 코스로 넘어갈 수 있었다. 10분을 타면 10분을 쉬었다. 운동량이 상당해 매달린 만큼 쉬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클라이밍은 인공으로 만든 벽을 올라타며 즐기는 레저 스포츠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섬세한 근육을 만드는 데 탁월하다. 단순 반복의 수동적인 운동이 아니라 벽을 옮겨 다니며 새로운 코스를 다양한 방법으로 정복하는 운동이라 희열과 성취감을 느끼기에도 좋다. 꾸준히 달리기와 사이클을 하고 있고 등산 역시 즐기는 편이라 클라이밍도 빨리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무참히 빗나갔다. 온몸의 근육을 고루 써야 하는 클라이밍을 통해 그동안 하체에 치중된 운동만 해온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암벽을 타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온몸을 두드려 맞은 것 같은 통증을 느낀 것 역시 치중된 운동 습관의 결과였다. 암벽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다음 날 어깨와 등, 배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줄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만 사용하던 어깨와 팔, 운동화 끈을 묶을 때만 사용하던 배 근육에 탄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전체적인 몸의 균형이 맞춰지는 게 느껴졌다. 달리는 횟수를 줄이고 암벽에 매달리기 시작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