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셰프는 빳빳한 조리복의 깃처럼 경직되어 있거나 사시미 칼날처럼 단호한 줄만 알았다. 그 예측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두 오너셰프의 레스토랑.

가격 런치코스 2만2천원부터, 디너코스 7만7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94-10 문의 02-595-4700

스시고
가게 한가운데의 커다란 조리대를 둘러싼 의자 15개. 그리고 조리대 맞은편에는 4인용 테이블 두 개가 놓여 있다. 총 좌석이 스무 개 남짓한 스시고는 분명 작은 식당이다. 그런데도 무려 6명이나 되는 건장한 남자가 조리복을 입고 움직인다. 츠키지를 비롯해 여러 일식당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오승원 오너셰프는 혼자 하는 요리는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스시고의 요리사들은 그야말로 한 팀이 되어 움직인다. 모두가 눈앞의 손님을 책임져야 하다 보니 즉석에서 재미있는 요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공기놀이하듯 익숙하게 스시를 손에 쥐면서도 시소 소스에 찍어 먹는 은어구이,무화과튀김 등 낯선 요리가 함께 나올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 요리만선보이는 스시고는 코스 종류도 다채롭다. 2만2천원짜리 런치코스에는 7~8가지 요리가 나가고, 7만7천원인 디너코스는 모두 나오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릴 정도다. 물론 군더더기 없이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 셰프의 손놀림을 보고 있자면 두 시간은 눈 깜짝할 새 가버린다.


가격 사카나 카르파초 2만원, 로랑정식 2만5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190-4문의 02-333-1379

로랑
프랑스어 같기도 하고, 일본 청춘 영화의 제목 같기도 한 ‘로랑’은 ‘길 로’에 ‘밝을 랑’을 써서 ‘로랑(路良)’이 되면 한글로도, 한자로도 읽힌다. 일식집이 주는 전형적인 느낌을 피하고 싶어 일부러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는 김영운 오너셰프는 쉐라톤 호텔 출신이다. 호텔 주방을 떠난 직후에는 인사동의 작은 한옥을 개조해 ‘하꼬방’이라는 일식집을 운영했다. 아니 대체, 한옥과 일식이라니! 로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트색으로 칠한 벽에는 그가 좋아하는 <은하철도 999>의 메텔 포스터를 걸고, 테이블은 파인다이닝만큼이나 띄엄띄엄 뒀다. 그런 이곳이 일식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반전이다. 심지어 회덮밥과 우동, 스키야키 등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에 좋은 메뉴부터 코스 요리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꿍꿍이가 많은 로랑은 오는 9월, 테스트 키친 기간을 마치고 진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섬세하고 화려한 연회 요리인 가이세키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내는 ‘세미 가이세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어떤 모습일지는, 9월이 되어야 알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