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열심히 일한 만큼 충분한 대우를 받고 있을까? 많은 연구결과가‘ 아니요’라고 말하는 이유는 당신이 특별히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그건 어쩌면 여자들이 흔히 붙잡혀 있는 직장 신드롬과 콤플렉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자들의 커리어에 관한 탁월한 지침서인 셰릴 샌드버그의 <린인(Lean In)>과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성공 스토리보다 여자들이 일하는 습관, 여자들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신드롬과 콤플렉스였다. ‘여성의 지배가 시작된다’는 표제로 앞으로의 세상이 여자들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남자의 종말>과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세상에서 여자, 직장인, 어머니 등의 역할을 감수해야 하는 여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은 <린인>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이들은 단지 주변 사례를 수집하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논문과 연구결과, 인터뷰, 저서를 참고하고 꼼꼼하게 인용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비교적 수월하게 스스로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여자들의 성공을 방해하는 심리, 행동적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무작정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무도 왕관을 씌워주지 않는다 | 왕관 신드롬
페이스북의 COO인 셰릴 린드버그는 작년 <포춘>에서 선정한 최고 연봉 여성 3위에 오른 여성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세계은행, 매킨지, 미 재무부 수석보좌관, 구글 온라인 판매 부회장 등으로 일하며 소위 성공한 길을 걸어온 그녀는 문득 주변을 돌아보며 의문을 던진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자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나? 그리고 자신과 주변 여성들의 사례를 수집해가며
여자들이 직장과 집에서 부딪히는 상황들을 정리해나간다. 그중 하나는 여자들은 마땅한 승진이나 대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은 업무 성과가 좋으면 당연히 보상을 받으리라고 믿으면서도, 승진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남성보다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왕관 증후군(Tiara Syndrome)’이라고 부른다. “여성은 자신이 직무를 충실히, 제대로 수행하고 있으면 언젠가 누군가가 알아보고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물론 완벽한 능력 위주의 사회라면 때맞춰 왕관을 쓸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가? 자신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결과를 회사나 상사가 알아서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뛰어야 한다. 착하게 살면 언젠가 복이 올 거라고 믿는 동화처럼, 왕관 콤플렉스는 일종의 직장인 신데렐라 병인 셈이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합리적인 근거와 성과가 있다면 승진과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길. 특히 연봉협상을 앞두고 있다면 협상전문가인 린다 뱁콕이 쓴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밑줄 그으며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은 ‘왜 남자와 같은 직급을 가진 여자들의 소득이 남자보다 적은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다. 이 책 역시 여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직장에서의 불이익과 그 이유를 설명하고, 협상의 방법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데 한 권을 할애하고 있다. 무엇보다 용기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린다 뱁콕의 이 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것은 협상을 시작하는 가장 필수적인 첫 단계다. 만약 당신이 협상 기회를 놓친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협상 전략도 당신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늘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 가면증후군
셰릴 린드버그는 대학교 4학년 시절 들은 웰즐리 여성 연구소의 페기 매킨토시 박사의 강연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박사의 강연 내용은 여자들은 타인의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며, 마치 부정직한 방법으로 성취한 것처럼 느끼며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여자조차 자신이 부족하고, 언젠가 자신의 참모습이 밝혀질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능한 사람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며 회의감을 느끼는 ‘가면증후군’이다. 가면증후군은 여자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지만, 여자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여자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남자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여배우 티나 페이의 말은 ‘가면증후군’ 속 내적 갈등을 그대로 설명한다. “가면증후군은 극도의 자기우월주의와 ‘나는 사기꾼이야’라는 생각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오늘 입은 옷 예쁘다”라는 칭찬을 받을 때 “이거 싼 거예요!”라면서 허둥지둥하지는 않나. “오늘 예쁘다”라는 칭찬에도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답을 하지는 않나. 성공한 프로젝트에 대한 칭찬을 받을 때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탓하는 건 왜일까? 이런 ‘가면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칭찬에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먼저 하는 습관을 들여보길. 셰릴 린드버그 역시 타인과 또 언론으로부터 평생을 ‘운이 좋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그녀가 쓴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자기 의심은 떨쳐버리기 힘들었지만 거기에는 왜곡된 시선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대학에서 한 과목도 낙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착한 여자는 늘 양보해야 한다 | 굿걸 콤플렉스
가끔 ‘마녀’가 되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평상 착한 여자아이’가 되도록 교육받으며 자라온 셈이다. 문제는 성공한 여자는 착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른바 성공한 여자에게 종종 덧씌워지는 수식어를 생각해보길. ‘ 똑똑한’, ‘유능한’, ‘열정적인’, ‘진취적인’ 이라는 가치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뉘앙스의 수식어 대신 ‘센’, ‘지독한’, ‘일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탐욕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여성스럽게 행동하는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기회를 잡기 어렵고, 남성과 동일하게 기회를 잡으려는 여자는 이기적인 인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여성은 이런 심리적인 이중 속박을 헤쳐나가기가 만만치 않고, 성 편견 때문에 일을 더 많이 하면서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린인>은 ‘여성은 원래 공동체 작업을 좋아하고 남을 돕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자는 늘 양보하고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은연중에 강요받는다는 것을 ‘성 에누리(Gender Discount)’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의 부당한 기대 탓에 여성들은 종종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처지에 놓인다”라는 셰릴 린드버그의 말은 속이 다 시원하다. 그녀가 페이스북으로 이직을 준비하며 마크 저커버그가 제시한 연봉 협상을 순순히 받아들이려고 할 때, 그녀의 매제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젠장, 처형! 대체 일을 똑같이 하면서 남자보다 돈을 덜받으려는 이유가 뭐예요? 처형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남자는 절대로 회사에서 처음 제시하는 조건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그녀는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고, 계약기간을 1년 연장함은 물론 주식도 받았다. 그렇다. 다른 것도 아닌 페이스북 주식이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가족 같은 회사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회사는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무턱대고 양보하고 일을 떠맡은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자신의 능력과 성취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 또한 ‘프로’ 월급생활자가 아닐까. 다음은 <남자의 종말>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례다. 카네기멜론대학교 석사 과정을 졸업한 사람들의 초봉을 분석한 결과, 남자의 57%는 초봉 협상을 했지만 여자는 단 7%에 불과했다. 여자는 자신의 가족, 친구, 회사를 대신한 협상은 아주 잘하지만, 스스로를 위해서 협상하지는 못한다. 연봉을 협상할 깜냥이 부족하다면 미소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해보라. “건물 내 주차공간을 받을 수 있나요?” 여자들이 손해 보는 것은 비단 연봉뿐만 아니라 회사 건물 내의 주차공간, 법인카드, 회원권, 재택근무나 휴가, 스톡 옵션 등 모든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셰릴 린드버그에게서 빌린 협상의 기술은 이렇다. “여성은 협상할 때 ‘나’보다 ‘우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 “올해 저희가 올린 실적이 좋았습니다”라고 말하면 요구를 관철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여성이 이러한 구시대의 낡은 규칙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자주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당신은 원더우먼이 아니다 | 슈퍼맘 콤플렉스
슈퍼맘 콤플렉스는 슈퍼맨 콤플렉스의 ‘워킹맘’ 버전이다. <린인>의 출간을 기념하며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강연회의 질의응답 시간에 절박하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워킹맘이었다. 과연, 일과 주부, 엄마의 역할을 어떻게 조화해야 할까? <남자의 종말>은 ‘정상에 선 여성들’이라는 장에서 성공한 여자거나 성공하지 않은 여자거나 엄마이며 직장인인 이상은 겪어야 할 상황과 대처법을 증언한다. 페이스북의 한 여성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이란 없죠. 이건 일과 가정의 통합이라니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똑똑하고 유능한 여자들은 왜 사라졌을까?’의 질문을 생각해보자. 똑똑하고 유능한 여자들의 많은 수가 ‘혹시 결혼하지 못할까 봐’ 미리 회사를 그만두거나 좋은 기회를놓친다. 또 결혼한 후 ‘혹시 결혼생활이 불행해질까 봐’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아이가 생기지 않을까 봐’ 회사를 그만둔다. 여자들은 직접적으로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걱정하며 퇴사하거나, 승진이나 진취적인 기회를 지레 포기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지나 최후의 사람들이 회사에 남게 된다. 직장인과 엄마를 병행해온 사람들의 마지막 무릎을 꺾는 것은 역시 아이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그녀들을 집으로 향하게 한다. 또 다른 것은 회사, 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진행한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의 68%가 직장생활과 함께 집안살림 및 육아 등 가정생활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른바 ‘슈퍼맘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직장과 가정생활 둘 중 하나만 소홀해도 초조해진다’(68.7%)는 것이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저널리스트 겸 영화 감독인 노라 에프런이 직장 여성에게 한 조언을 귀담아듣길. “지저분하겠지만 지저분한 환경을 받아들이세요. 복잡하겠지만 복잡함을 즐기세요. 생각한 것과 다르겠지만 겁내지 마세요. 제 말을 믿으세요. 직업을 네 번이나 바꾸었고, 남편도 세 명이나 겪어봐서 잘 알아요.”

어떻게 바꿔야 할까? 요즘 실리콘밸리의 숙제는 워킹맘들이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구글의 부사장이 된 마리사 메이어는 여성 상무인 케이티가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것을 눈치 채고, ‘자율퇴근제’를 허락 했다. 구글의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이 주최한 회의 중간이라도 케이티는 퇴근했다. 트위터에서 일하는 또 다른 케이티는 매일 5시에 퇴근한 뒤 밤에 이메일로 업무를 마저 하는 것으로 회사와 협상을 했다. 회사는 숙련된 직원을 그만두게 하는 대신, 타협하는 것을 택했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에는 요원한 이야기지만, 만약 당신의 회사가 작고 융통성이 있으며 당신을 놓치기 싫다면 타협점을 찾아낼 것이다. 또 만약 결혼 후 남자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그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봉지 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나가더라도 정색하면서 바른 방법을 알려주지 말 것. 그러면 그 일은 영원히 당신 것이 된다고 하니. 남자에게 가사를 분담시키려면 그들이 설사 잘못된 방법을 쓰더라도 옳은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훌륭한 사회과학자들이 연구 끝에 알아낸 것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 여왕벌 신드롬
<나쁜 그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직장의 악마로부터 살아남는 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나쁜 여자들의 유형을 왕따시키는 여자, 거짓말하는 여자, 소리지르는 여자, 불안한 여자 등 8가지로 정리한다. 다행스러운 건 지금까지 모두 다섯 곳의 직장을 다녔지만 이 책에 나오는 것만큼 ‘나쁜 여자’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나와 다른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곳이기 때문에 힘들고 짜증날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지 못할 정도로 나쁜 여자는 본 적이 없다. (사실 이 책의 사례만 보면 ‘나쁜 여자’는 ‘미친 여자’에 가깝다. 회의 시간이 바뀐 걸 일부러 전달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기획안을 훔치고, 자기보다 아는 게 많은 직원을 쫓아내려고 한다니…). 하지만 이런 책을 볼 때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태의연한 말이 떠올라서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과거에는 그랬다고 한다. 성차별이 강했던 1970년대에는 여자를 위한 자리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고, 여자는 서로를 경쟁자로 보았다. ‘여왕벌 신드롬’은 바로 이때 생겨났다. 여왕벌은 조직에서 아주 특별한 여성이 되기 위해 다른 여성을 승진시키지 않고 남성하고만 손을 잡았다. 메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은 “다른 여성을 돕지 않는 여성에게는 지옥에서도 특별한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내 성차별에 대한 조항이 훨씬 엄격한 미국과 유럽보다 조금 뒤처진 우리나라에는 아직이 여왕벌 신드롬이 받아들여지는지도 모르지만, 사실 ‘여자의 적은 여자’는 물론이고 여자는 아군, 남자는 적군’ 같은 것도 모두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성공한 여자들이 ‘여왕벌’로 군림한다는 건 역시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다. 지난달 <얼루어>가 만난 10명의 성공한 여성은 모두 자신의 성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2012년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즈니스 분야의 ‘핵심 여성 인재’ 중 73%가 다른 여성이 재능을 개발하거나 성공하도록 돕고 있었다. <린인>에 소개된 메릴린치 여성 임원들의 이야기는 미소를 짓게 한다. 2004년, 네 명의 여성 임원이 매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서로 업무 성과를 축하하고, 좌절한 경험을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는다. 한 달에 한 번 점심 약속이 다가올 때마다 이들은 서로의 성과를 조사하느라 바쁘다. 자신의 성과는 쉽게 자랑할 수 없지만, 동료의 성과는 마구 자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전히 메릴린치에 있지만 그사이 계속 승진했다. 만약 직장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찾지 못했다면, 같은 업계에서, 또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지지모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