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세계에 혁명이 불고 있다. 재료의 원산지와 치즈의 종류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한 줄에 1만원이 넘기도 한다. 새로운 김밥의 역사를 쓰고 있는 6곳의 김밥 전문점에서 찾은 의외의 맛.

1 공수간
왕김밥음식을 만드는 공간인 공수간. 정성스러운 공수간의 왕김밥은 덩치 큰 모범생 같다. 수수한 흰색 쌀밥을 가득 품고, 기본 재료를 담은 생김새가 순하기 그지없다. 맛도 그렇다. 맛살과 햄, 계란, 잘게 썬 채소가 밥과 함께 부드럽게 씹힌다. 눈에 띄는 점은 그냥 썬 채소가 아닌 ‘오복지’를 넣었다는 것. 오복지는 오이와 당근, 우엉, 무 등 다섯 가지 야채를 간장과 식초, 물엿 등으로 절인 것을 뜻한다. 초생강처럼 은근히 입맛을 돋우는 오복지의 오묘한 맛을 음미하면서 꼭꼭 씹어 먹기를.
가격 4천원 영업시간 오후 3시부터 오전 3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889-75 문의 02-567-8611

2 고봉민김밥인
떡갈비김밥 2009년 부산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타며 확장을 거듭한 부산의 고봉민 김밥이 드디어 서울에도 진출했다. 길에서 천원짜리 한 줄 김밥을 팔던 고봉민 사장의 노하우는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좋은 재료를 쓸 것. 둘째, 김밥은 주문을 받은 뒤에 만들 것. 매일 아침마다 재료를 준비하는데, 천연 재료로 육수를 내고, 남은 김밥 재료는 버렸다. 그 결과 엄마가 싸준 것 같은 정성스러운 김밥이 탄생한 것! 새로 선보인 떡갈비김밥은 달착지근한 떡갈비 양념과 담백한 우엉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
가격 3천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936-4 문의 02-566-3113

3 리김밥
파프리카 에담치즈리김밥의 ‘럭셔리’ 김밥이다. 아삭한 식감과 선명한 붉은색을 자랑하는 파프리카를 보면 왜 김밥에 파프리카를 진작 넣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리김밥은 치즈의 매력을 아는 가게다. 특유의 고린내가 매력적인 고다치즈, 쫄깃하고 새콤한 에담치즈를 김밥에 추가할 수 있다. 버섯과 파프리카만 들어갔다면 심심했을지도 모르는 이 김밥의 풍미를 살려주는 것도 다름아닌 치즈다. 그냥 돈까스보다 치즈돈까스가 좀 더 맛있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치즈, 버섯처럼 민감한 재료가 많은 만큼 만들고 4시간이 지난 김밥은 전량 폐기한다.
가격 5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10 문의 02-548-5552

4 김선생
매운제육쌈김밥 바른 사람이 바른 식재료로 만든 김밥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 ‘바르다 김선생’은 가게 이름부터 강직하다. 김선생은 바른 재료만을 고집하여 바른 김밥을 만든다. 지난 7월, 이촌동에 낸 첫 번째 매장은 벌써부터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무항생제계란과 저염햄을, 노란 단무지 대신 백단무지를 넣었다. 더 좋은 건 이 믿음직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다는 사실. 고기가 김밥의 절반을 차지하는 매운제육쌈김밥은 마치 고기쌈을 먹는 기분이 든다.
가격 4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1-10 로얄상가 106호 문의 02-3785-1525

5 킴팝
스페셜모둠김밥 리김밥과 함께 일명 ‘강남김밥’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곳이 바로 킴팝이다. 1만5천원짜리 김밥을 판매한다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4천원부터 8천원대의 김밥이 주를 이룬다. 4천원짜리 김밥과 1만원이 넘는 스페셜 김밥의 공통점이 있다면 김밥이 말리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재료가 듬뿍 들어간다는 거다. 홍천, 무안 등 원산지를 밝힌 채소와 유기농 쌀, ‘우리 장모님’에게서 받아온 참기름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도 같다. 온갖 재료가 들어가는 스페셜모둠김밥은 한입에 겨우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 때문에 서너 개만 먹어도 배가 불러올 정도. ‘김밥은 밥이 아닌 간식’이라는 남자친구도 배를 두드릴 만하다.
가격 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65-3 문의 02-541-8899

6 김선생
크림치즈 김밥 참치김밥, 매운제육쌈김밥, 불고기 김밥 등 밥상 위 반찬 같은 재료가 들어간 이름들이 주를 이루는 김선생의 김밥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메뉴는 바로 크림치즈김밥이다. 채 썰 듯 얇게 썬 당근과 오이의 빛깔이 고운 김밥은 김선생의 인기 메뉴. 가운데에 콕 박힌 고소한 호두 맛과 입에 넣는 순간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견과류 특유의 고소함을 좋아하는 이라면 특히나 좋아할 맛이다.
가격 4천5백원

7 찰스숯불김밥
숯불김밥 ‘숯불 고기’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인다. 찰스숯불김밥의 숯불김밥은 이름 그대로 숯불돼지고기가 들어간 김밥이다. 도톰하게 썰어 간장에 재운 돼지 목살을 숯불에 노릇하게 구웠다. 기존 김밥의 고기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숯의 향기가 느껴진다. 숯불돼지고기만 있는 게 아니다. 청양고추와 돼지고기 김밥, 고추장소스가 들어간 김밥 등 우리가 고기에 곁들여 먹고 싶은 모든 걸 김밥에 돌돌 말았다. 고기 마니아라면 특히나 좋아할 곳이다.
가격 4천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201-6 문의 02-334-1692

8 김피라
치킨가슴살김밥 김밥, 피자, 라면의 앞 글자를 따서 가게 이름이 ‘김피라’가 됐다. 레스토랑과 분식집을 합친 것 같은 김피라의 김밥은 폭이 좁고 높다. 특제 소스인 화이트롤 소스를 바른 보라색 양배추와 닭가슴살을 돌돌 만 치킨가슴살김밥은 함께 나오는 와사비마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을 때 가장 맛있다. 스팸과 로메인, 새우와 날치알 등 다른 조합의 김피라 김밥들에도 도전해보자.
가격 5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11-12 101호 문의 02-337-0860

9 리김밥
매콤한 견과류 스무 개가 훌쩍 넘는 김밥 이름이 칠판에 가득 적힌 리김밥의 김밥에는 몸에 좋은 것들만 들어간다. 대표메뉴인 매콤한 견과류 김밥은 상큼한 오이와 멸치볶음, 그리고 고소한 견과류가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는 김밥. 밥의 양이 적기 때문에 재료의 맛이 더 감칠맛 난다. 그리고 보기보다 맵다. 김밥 이름이 ‘매콤한 견과류’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격 3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