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물건을 넣어 다니는 가방이 아니었다. 10년간 우리의 지갑과 마음을 뒤흔든 10개의 잇백.

1 Hermes Herbag(2009) 켈리백과 닮은 외형에 에르메스 고유의 H코튼 캔버스 소재로 만들어진 에르백은 실용성과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보편적으로 접근 가능한 에르메스 가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플랩과 캔버스 부분이 따로 분리되어 에르백이 여러 개 있을 경우 서로 부속품을 바꿔 끼울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인기에 크게 기여했다.

2 Chloe Paddington(2005) 2005년 출시 당시 네타포르테에 입고된 376개의 가방이 36시간 만에 매진되고 700명의 웨이팅 리스트를 양산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여자들의 첫 번째 명품 백으로 꼽히며 ‘여대생의 첫사랑’ 같은 가방이다.

3 Chanel 2.55 Reissue(2005) 클래식 아이템의 대명사인 샤넬 2.55 백의 출시 50주년을 맞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다. 기존의 CC 로고 버클 대신 사각형의 마드모아젤 버클을 달고 가죽 체인 대신 심플한 메탈 체인으로 보다 모던한 느낌을 주며 새로운 고전이 되었다.

4 Marc Jacobs Stam(2005) 2000년대 중반 런웨이를 휩쓴 모델 제시카 스탐의 이름을 땄지만, 디타 본 티즈, 린제이 로한 등 수많은 패셔니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구하기 어려웠던 ‘페트롤 블루’ 색상은 인터넷을 통한 해외 구매 대행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5 Tod’s D-Styling(2009) 1997년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토즈의 D백이 있었다면 2012년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는 항상 옅은 블루 컬러의 D-스타일링 백을 들고 있었다. 다이애나비의 이니셜을 딴 D백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세대를 넘나든 로열 패밀리의 사랑에 우아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6 Prada Pyramid(2012) 출시 이후로 소재와 색상만 달리한 시리즈로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피라미드 형태의 하드케이스에 시즌마다 다른 프라다 컬렉션의 무드와 디테일을 반영한 디자인으로, 컬렉터스 아이템계의 가장 핫한 가방으로 떠올랐다.

7 YSL Muse(2006) 빅백이 유행하던 2006년 당시 뮤즈 백의 등장은 마치 트렌드의 방점을 찍는 듯했다. 유려한 곡선과 부드러운 가죽, 미니멀한 버클 장식은 다른 빅백들에 비해 훨씬 우아했고 제시카 알바, 하이디 클룸 등 늘씬한 미녀들의 파파라치 샷에 단골로 등장했다.

8 Celine Phantom(2009) 패션 브랜드에 있어 잇백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 보인 가방으로, 2008년 세린느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피비 필로가 임명됨과 동시에 침체된 패션 하우스에 생명을 불어넣어줄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름처럼 유령을 닮은 외형이 패션위크를 찾은 에디터들의 옷차림에 위트를 더하며 한동안 가장 갖고 싶은 백 1위로 꼽혔다.

9 Mulberry Alexa(2010) 패션 아이콘 알렉사 청을 위한 가방으로, 순식간에 올리비아 팔레르모, 소녀시대, 손연재 등 어리고 예쁜 패셔니스타들의 잇백으로 등극했다. 특히 알렉사 본인이 자주 들었던 애니멀 프린트 버전은 과감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매장마다 모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10 Givenchy Pandora(2008) 판도라의 상자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가방은 한동안 지속된 ‘대충 늘어지게 메는 가방’의 시작을 알렸다. 실용적인 사이즈와 자연스러운 모양이 모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고소영의 공항 패션 아이템으로 크게 히트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