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세트 3천5백원’의 유혹에 넘어가기에는 세상에 맛있는 버거가 너무나 많다. 버거를 사랑한 나머지 본고장의 버거를 맛보기 위해 직접 미국까지 간 남자, 앤더슨이 지금 서울에서 최고의 버거를 만드는 4곳을 골랐다.

1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햄버거와 라임 모히토 2 천장까지 탁 트인 실내


세컨드키친


지금 가장 뜨겁다는 한남동에서도 세컨드키친의 독주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문을 열었지만 평일 저녁에도 예약손님으로 만석이 될 정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두 셰프가 주방을 맡은 세컨드키친은 근사한 뉴 아메리칸 다이닝이다. 넘치는 양과 투박함의 대명사였던 미국 요리가 얼마나 풍부하고 세련돼졌는지 그 현주소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세컨드키친의 두 셰프, 에릭과 크리스틴의 각오다. 과감하게 맥주를 없애고, 와인과 칵테일을 메뉴판에 올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세컨드 키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있었으니, 바로 버거다. 점심에만 만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햄버거와 프라이즈는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 코울슬로가 함께 나온다. 오븐에서 직접 반건조한 토마토와 슬라이스한 아보카도는 싱싱하고, 참깨와 흑깨를 뿌린 빵은 고소하게 씹힌다. 추천 음료는 라임 모히토. 스피아민트, 페퍼민트 등 총 세 종류의 민트가 들어가 유독 상큼한 이 모히토는 알코올 도수 5~10%로 주문했을 때 버거와 가장 잘 어울린다니 기억해둘 것.

Anderson’s Comment
버거의 플레이팅과 공간은 최고다. 특히 프렌치 프라이가 담겨 나오는 종이 봉투는 모든 것이 용서된다.
가격 샌프란시스코 스타일 버거와 프라이즈 1만9천원, 라임 모히토 1만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63-2 문의 02-794-7435

1 이태원에 이어 압구정에 문을 연 자코비 버거 2 마블코믹스의 캐릭터가 그려진 벽 3 두툼한 더블치즈베이컨버거와 생맥주


자코비 버거


자코비 버거는 국내 수제 버거 시대의 개국공신 중 하나다. 이태원에서도 외국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해방촌길을 오래도록 지키고 있는 자코비 버거가 드디어 압구정에 도착했다. 2000kcal라는 무시무시한 열량의 ‘내장파괴 버거’에서도 짐작 가능하겠지만, 자코비 버거는 그 양과 맛이 만만치 않다. 버거 중에서도상 ‘ 남자’라고나 할까? 기본 패티 사이즈만 210g에 달하며, 패티는 육즙이 풍부하고 마블링이 훌륭한 와규를 사용한다. 복잡한 설문지 같은 주문서는 원하는 치즈와 추가 토핑은 기본이요, 고기는 얼마나 구울지, 양파는 날것 그대로 먹을지 구워서 먹을지, 빵은 흰빵이 좋은지 호밀빵이 좋은지, 패티는 로즈메리와 마늘을 넣은 것 중 어떤것을 원하는지 등을 집요하게 묻는다. 기름진 자코비의 버거들은 맥주와 잘 어울리는데, 특히 갈색 맥주 앨리캣의 쌉쌀한 끝맛은 방금 베어 먹은 버거의 느끼함을 단숨에 날려버린다. 예거와 보드카 같은 독한 술도 판매하며, 심지어 레드불도 있다. 과연 상남자는 다르다.

Anderson’s Comment
수백 가지 다른 조합의 버거를 맛볼 수 있는 곳. 슈트뿐 아니라 버거에도 ‘맞춤’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가격 더블치즈베이컨버거 1만4천원, 앨리캣 8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3-28 문의 02-548-0433

1 클래식 버거와 아이올리 소스, 로즈메리 프렌치 프라이와 레모네이드 2 버거가 만들어지는 오픈 키친


솔트 앤 버터


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버거는 접시에 담겨 나오는 ‘요리’가 된 지 오래다. 솔트 앤 버터는 바로 그 ‘요리’를 훌륭하게 서울의 식탁에 재현하는 곳이다. 김솔 대표를 비롯해 직원의 절반이 재미교포 출신이기도 하지만, 솔트 앤 버터의 가장 큰 미덕은 재‘ 료가 좋으면 맛도 좋다’는 요리의 기본 원칙을 버거에도 적용한다는 거다. 빵과 각종 소스는 물론 음료에 들어가는 시럽까지 매일 굽고 졸이고 만들며, 패티는 최고등급의 목심을 사용한다. 그걸로도 모자라 옥상에서 바질을 가꾸고, 강화도에 훈연장을 차려 베이컨을 직접 만든다니! ‘신선하다’는 말이 버거를 위한 묘사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재료 하나하나에 집중한 솔트 앤 버터의 버거는 그야말로 싱싱 그 자체다. 탄산이 약하고 허브 향이 도드라지는 에이드와 잘 어울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로즈메리, 트러플 오일, 베이컨 체다 칠리치즈 등 다양한 종류의 감자 튀김도 잊지 말고 시도해 볼 것. 커다란 수제버거가 도통 부담스럽다면 클래식 버거의 맛을 고스란히 재현한 미니버거인 슬라이더를 주문하면 된다.

Anderson’s Comment
압구정동의 정통 아메리칸 다이닝. 이태원의 자유로움과 청담동의 세심함, 그 중간쯤에 자리한 곳.
가격 클래식 버거 1만1천원, 프레시 바질 레모네이드 7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3 문의 02-512-2667

1 뉴욕 최고의 버거로 꼽힌더블치즈 버거와 딸기셰이크 2 버거 조인트의 네온사인을 따라갈 것


버거 조인트


미국의 음식평가 사이트 이터닷컴(www.eater.com)이 주최한 버거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바로 버거 조인트의 더블치즈 버거다. 뉴욕의 고급 호텔, 르 파커 메르디앙에 자리한 버거 조인트는 테이크아웃 버거집이다. 호텔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선 테이크아웃 줄은 명동의 고로케나 삼청동의 유명 떡볶이집을 떠오르게 할 정도! 삼성동과 홍대에 연달아 상륙한 버거 조인트 삼성점의 주방은 버거 조인트의 창시자인 에밀 카스틸로 셰프의 제자, 김정 애셰프가 맡았다. 버거 조인트의 버거는 버거의 원형에 가깝다. 몸에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자꾸 먹고 싶어지는 버거 말이다. 아이스크림을 직접 갈아서 만든 셰이크까지 함께 먹으면 화룡점정이다. 뉴욕의 고전이 된 이 버거를 온전히 맛보고 싶다면 주문대에서 ‘웍스!’를 외칠 것. ‘토핑을 빼지 말고 모두 넣어주세요’를 뜻한다.

Anderson’s Comment
한국의 수제 버거 마니아라면 다소 실망스러운 맛이지만, 뉴욕을 흔들어놓은 브랜드의 입성 자체가 의미가 있다. 더 좋은 건 미국 현지 가격인 8.6달러보다 저렴한 6천3백원에 맛볼 수 있다는 것.
가격 치즈버거 6천3백원, 딸기셰이크 5천8백원, 감자튀김 2천8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 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지하 1층 문의 02-3467-6663




Burger in NY


앤더슨이 꼽은 뉴욕 최고의 버거

1. Du Mont
버거의 기본 재료라고 여겨온 양상추와 토마토조차 사이드로 나온다. 오로지 나오는 것은 빵과 고기. 한입 먹고 처음 든 생각은 ‘천상의 버거란 이런 거구나’였다.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가 뉴욕에서 가장 핫한 거리가 되기 전부터 이곳을 지켜온 가게로, 현지의 젊은이들이 직접 추천한 곳이다. 가장 트렌디한 곳에서, 가장 맛있는 버거를 만났다.
문의 www.dumontrestaurant.com

2. La Piscine
럭셔리 부티크 호텔인 호텔 아메리카노(Hotel Americano)는 지금 맨해튼의 멋쟁이들이 몰려드는 곳 중 하나. 호텔의 자랑인 레스토랑 라 피신(La Piscine)은 루프톱에 자리해 있다. 미슐랭 스타 셰프가 주방을 책임지는 이곳의 치즈 버거는 가격에 걸맞게 건강하고 고급스럽다. 맛만큼 멋도 중시한다면 특히나 더 마음에 들 것이다.
문의 www.hotel-americano.com

3. Reynard’s Restaurant
브루클린에 자리 잡은 부티크 호텔 와이트 호텔(Wythe Hotel) 1층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돼지, 소고기, 닭 등 다양한 육류는 물론 야채와 과일까지 인근의 농가에서 공급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1901년도 지어진 빨간 벽돌의 공장 건물을 개조한 공간도 근사하다.
문의 www.reynardsny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