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은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다. 후끈후끈한 한낮의 공기가 따뜻한 바람으로 바뀌고, 한적했던 거리가 노점으로 가득 차는 마법 같은 순간. 방콕을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면 그 밤을 보내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

55층에 자리한 루프톱 바, 레드 스카이에서 바라본 방콕의 밤.

1 러시아워와 함께 방콕의밤이 시작된다. 2 로맨틱한아시아티크의 밤. 3 방콕의밤을 내려다볼 수 있는센터라 호텔의 루프톱 바,레드 스카이. 4 태국의대표적인 교통수단, 툭툭.

방콕의 밤은 아름답다. 화려한 것은 서울의 밤도 못지않지만, 방콕의 밤은 태국 사람들의 나긋나긋한 인사말 ‘사와디카’만큼이나 한결 느긋하게 흘러간다. 낮에는 호텔과 쇼핑몰로 피신해 있던 여행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바로 이때다. 방콕의 다채로운 밤의 풍경을 목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실롬(Silom)으로 향하는 것이다. 방콕의 지상철인 BTS 살라댕(Sala-Dang) 역에서부터 시작되는 실롬은 쇼핑몰과 호텔, 작은 바와 가게가 밀집된 지역이다. 물론 센트럴 월드 등 거대한 쇼핑몰이 들어 서있는 시암(Siam)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펍과 레스토랑, 게이바 등 즐길 거리가 넘친다. ‘방콕에 왔으면 마사지는 꼭 받아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실롬은 좋은 선택이다. 살라댕 역 3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모습을 드러내는 보디 튠(Body Tune)을 비롯해 다이아나(Diana), 다하라(Dahara) 등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사지숍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릴 것만 같은 마사지 숍이나 어디를 가도 비슷한 호텔 스파에 질렸다면 루엔 누아드 스파(Ruen Nuad Spa)에 꼭 들를 것을 권한다. 현지에서 만난 포시즌스 호텔과 W 호텔의 홍보 담당자가 한입을 모아 추천한 이 스파는 실롬의 컨벤션 로드(Convention Rd) 끝에 자리 잡고 있다. 700바트(한화 약 2만8천원)의 가격에 개인 샤워룸에서 몸을 씻고, 별실에 누워 한 시간 동안 아로마오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루엔 누아드는 오후 10시면 문을 닫지만, 실롬의 스파 대부분은 자정까지 운영해 늦은 시각에도 정성스러운 손길을 누릴 수 있다. 방콕 하면 야시장이 가장 먼저 떠오르던 때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방콕의 대표 야시장이었던 수안룸 야시장(Suanlum Night Bazzar)은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방콕 최대의 시장으로 꼽히는 짜뚜짝 시장(Zattuzak Market)은 오히려 낮에 진면목을 드러내는 곳이다. 빈티지 물건을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한 탈라드 롯 파이 야시장(Talad Rot Fai Night Bazzar)도 있지만, 지금 방콕의 청춘들이 밤을 보내기 위해 모여드는 곳은 아시아티크(Asiatique)다. 차오 프라야 강의 오래된 선착장에 만들어진 아시아티크는 실롬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걸리는 시내 외곽에 자리해 있다. TBS 탁신(Thaksin) 역의 선착장에서 무료로 셔틀 보트를 운영하지만 그보다는 툭툭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역부터 아시아티크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길을 달리기만 하면 되는 데다가 시내만큼 공기 오염이 심하지 않아 툭툭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과 대관람차가 있고, 조명이 강을 따라 반짝이는 아시아티크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야시장이다. 오후 다섯 시쯤 하나둘 문을 여는 아시아티크의 상점들은 하나같이 또렷한 취향을 자랑하는 데다가 가격도 시내 쇼핑몰보다 훨씬 저렴하다. 수준 높은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펍과 레스토랑에서는 이탈리아,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시아티크의 가게 대부분은 카드를 받지 않으니 현금을 준비해 갈 것. 행복한 연인들, 크루즈 위의 사람들, 빙글빙글 돌아가는 대관람차를 바라보면 절로 비틀스의 ‘오블라디 오블라다(Ob La Di, Ob La Da)’를 흥얼거리게 된다. 정말이지 인생은 강물처럼 흐른다!

5 W 호텔 방콕의 시그니처칵테일. 6 ‘크레이지’한방콕의 밤, 카오산 로드.7 비밀스러운 주택같은 실롬의 마사지숍.루엔 누아드. 8 방콕의‘하이소’들이 드나드는클럽, 펑키 빌라.

정지된 로맨틱 무비의 한 장면 같은 아시아티크보다 활기찬 방콕의 밤을 엿보고 싶다 면 당연히 카오산 로드(Kaosan Rd)로 향할 일이다.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저렴한 숙소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별종들로 가득한 카오산 로드의 밤은 그야말로 ‘크레이지’하다. 온갖 노점상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술에 흠뻑 취한 여행자들이 휘청대며 거리를 걷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곤충 튀김 판매상이 ‘사진 촬영 20바트’라고 쓰인 푯말을 목에 걸고 활보하기도 한다. 마치 멸망 하루 직전의 지구를 보는 것 같은 카오산 로드의 메인 로드를 피해 왓 차나 쏭크람(Wat Chana Songkhram) 사원 쪽으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형형색색의 랜턴을 내건 아기자기한 거리가 등장한다. 카오산 로드의 활기는 그대로지만 한층 차분한 테라스 바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 이 거리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현지 사람들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가게들은 새벽 2시면 문 닫을 준비를 하지만 24시간 문을 여는 곳도 있다. 방콕의 밤이 아름답다면, 그 이유는 전적으로 야경 덕분일 거다. 수많은 연인과 여행자들이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 위해 루프톱 바에 오르는 이유다. 밀레니엄힐튼의 36, 반얀트리의 버티고 앤 문 바(Vertigo & Moon Bar) 등 방콕의 수많은 호텔은 루프톱 바를 하나쯤 가지고 있을 정도다. 부의 격차가 명확한 방콕에서 ‘하이소(High-Society의 줄임말)’들이 드나드는 호텔 루프톱 바의 높은 콧대가 다소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레드 스카이(Red Sky)는 훌륭한 대안이다. 센트럴월드와 이어지는 센터라 그랜드 호텔(Centara Grand Hotel) 55층에 자리한 레드 스카이는 5성급 호텔의 루프톱 바임에도 불구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탓인지 누구나 쉽게 들를 수 있는 분위기다. 호텔의 55층과 56층을 차지한 레드 스카이는 360도의 파노라믹 뷰와 넉넉한 좌석, 250바트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음료의 가격이 매력적인 곳으로 방콕의 밤을 목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굳이 루프톱 바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최근 방콕의 트렌드세터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우바(Woo Bar)로 향하자. 지난해 12월 문을 연 W 호텔 방콕의 시그니처 바인 우바는 빠르게 방콕의 힙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니까. 오로지 W 호텔 방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가득하고, 방콕 최고의 DJ들이 직접 선곡한 곡들은 보라색과 은색이 반짝이는 라운지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새벽까지 밤을 불태우고 싶다면 클럽을 찾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통로(Thonglo)와 에까마이(Ekamai) 지역은 방콕의 클러버들이 모여드는 곳. 단, 홍대의 클럽 거리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새벽까지 음악이 울려 퍼지고 클럽 주변에는 술집과 카페가 즐비한 한국의 클럽 거리와 달리 각각의 개성으로 클러버를 불러 들이는 방콕의 클럽들은 여기 하나 저기 하나 흩어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수준 높은 인테리어와 분위기, 음악을 선보이는 펑키 빌라(Funky Villa)와 낭렌(Nang Ren)은 지금 방콕의 로컬 클러버들이 가장 즐겨 찾는 클럽이다. 몸매가 드러나는 미니드레스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치장한 방콕 하이소들의 취향이 궁금하다면 방콕에서 가장 트렌디한 클럽인 펑키 빌라를 체크할 것. 클럽 근처의 카페와 일본라멘집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해도 좋겠다. 방콕의 밤은 기니까.


Travel Tips!


태국의 돈
태국의 화폐인 바트(THB)는 100바트에 4천원으로 계산하는 것이 편리하다. 쇼핑몰에 입접한 숍이라도 500바트 미만은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방콕 여행을 떠날 때는 환전을 넉넉히 해갈 것. 다행히 시내에서 ATM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환전수수료도 150바트로 해외수수료치고 저렴한 편이다.

택시와의 실랑이
툭툭이나 택시 기사와의 실랑이를 즐기게 될 때, 비로소 방콕 여행이 즐거워진다. 여행자들에게는 무조건 ‘200바트!’를 외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툭툭은 미리 가격을 협상한 후 타도록 하고, 택시는 미터기가 켜졌는지 확인하고, 기사가 미터기를 켜지 않는다면 내리거나 미터기를 켤 것을 요구해야 한다. 현지인들의 툭툭 요금은 20바트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행자인 이상 조금은 너그러워지도록 하자. 때로는 느긋한 태도를 갖는 것이 더 즐거운 여행을 만들기도 하니까.

러시아워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방콕 시내는 차로 가득 찬다. 러시아워 때만큼은 택시기사와 타협하는 것이 좋다. 승차하는 순간 ‘Traffic Jam!’을 핑계로 미터기 켤 것을 한사코 거부할 테니까. 이때 방콕의 지상철인 BTS는 훌륭한 대안이다. ‘스카이트레인’이라고도 불리는 BTS는 방콕의 시내를 관통한다.

팁은 필수!
호텔에서 짐을 옮겨주는 포터와 레스토랑 종업원, 미터기를 켜는 양심적인 택시기사 등은 모두 팁을 받을 자격이 있다. 20바트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룸 메이드, 마사지사 등에게는 1백 바트 이상을 줘도 좋다. 10%의 봉사비를 더해 계산하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팁을 주지 않아도 괜찮다.

1, 4, 6 센트럴 월드에 들어선 로컬브랜드숍. 2, 9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다면방콕으로! 3 방콕의 에르메스라 불리는짐 톰슨 매장. 5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쇼핑몰, 센트럴 월드. 7 방콕에 갔다면 속옷쇼핑을 잊지 말 것. 로컬 브랜드 보르두아바이 디자야의 쇼룸. 8 다양한 아로마와 스파브랜드도 만날 수 있다.

쇼핑몰을 규모로만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방콕의 심장부에 자리한 센트럴 월드(Central World)는 자랑 거리가 많다. 500여 개의 숍과 100개가 넘는 레스토랑, 방콕 최대 규모의 푸드코트와 서점, 15개의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등이 들어서 있는 최고의 쇼핑몰이니까. 센트럴 월드는 단순한 쇼핑몰이기에 앞서 방콕 사람들의 문화 그 자체이기도 하다. 널찍한 야외광장에는 매년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기 위해 몰려들고, 명절과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마다 센트럴 월드를 찾는다. 한마디로 방콕의 타임스퀘어인 셈! 뉴욕, 서울, 도쿄,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빠질 데 없는 깔끔한 쇼핑이 가능한 이 공간에서 태국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있다면 바로 건물 한 귀퉁이에 자리한 가네샤(Ganesha) 상이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알려진 금색 코끼리 신인 가네샤 상 옆에는 삼위일체신 트리무르티(Trimurti)가 세워져 있다. 밸런타인데이 시즌, 사랑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사람들은 트리무르티 상에 모여든다.불교와 힌두교가 혼재한 방콕의 종교적 특징을 엿봄과 동시에 지역 사회의 문화 공간으로서 센트럴 월드의 역할을 느낄 수 있다.

센트럴 월드가 누구와 찾아도 좋은 ‘몰’이라면 센트럴 월드와 바로 이어지는 쇼핑몰 젠(Zen)은 꽤 까다로운 취향의 여자친구와 함께 찾기에 좋은 곳이다. ‘젠’이라는 단어의 뜻 그대로 마음의 휴식처를 자청하는 이 쇼핑몰은 20~30대 취향에 꼭 들어맞는 브랜드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3월, 20여 개월에 걸친 재단장을 마치고 새로이 문을 열며 레드 발렌티노, 러브 모스키노, 피에르 발맹 등 명품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하지만 젠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의외로 태국 로컬 브랜드다. 10년 전 거리를 강타한 커다란 리본 장식의 나라야(Naraya) 가방의 이미지를 지워버릴 만큼 세련된 로컬 브랜드가 가득하다. 특히 여름에 어울리는 화려한 색감과 패턴의 구두를 장만하고 싶다면 마담 플라밍고(Madame Flamingo)를 잊지 말 것. 독특한 매장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끄는 플라이 나우(Fly Now)는 방콕의 20~30대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니 한 번쯤 둘러보자. 뉴욕에 진출한 타이 브랜드인 디자야(Disaya)는 소녀풍의 액세서리와 의상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얼마 전에는 란제리 브랜드인 보르두아 바이 디자야(Bordoir by Disaya)를 론칭하기도 했다. 사실 방콕에서 속옷 쇼핑은 가이드북에서도 권장하는 사항이다. 우리나라보다 사이즈가 훨씬 다양할 뿐 아니라 와코루와 캘빈 클라인 등 브랜드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콕에서 쇼핑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방콕의 툭툭과 택시를 몇 번만 타보면 안다. 그 작은 공간을 어찌나 아기자기 꾸며놨는지! 온갖 장식품이 매달린 백미러와 창틀, 뒷유리창을 보고 있자면 방콕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일가견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방콕의 쇼핑몰이 인테리어와 가구 코너에 엄청난 공간을 할애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센트럴 월드에 자리한 SB 퍼니처(SB Furniture)를 비롯해 젠은 7층 전체를 ‘No Better Place Like Home’이라는 이름 아래 홈 데코와 가구 쇼룸으로 꾸몄다. 빈티지 가구부터 빨강, 노랑의 강렬한 원색을 입은 동자상, 태국의 자랑인 실크를 이용한 각종 쿠션과 베개 등, 허락만 한다면 컨테이너 하나를 빌려 통째로 배에 실어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쇼핑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몰보다 격식 있는‘백 화점’ 쇼핑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택시로 10분 거리에 ‘센트럴 칫롬(Central Chidlom)’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1973년에 문을 연 이래 방콕 하이소들의 끝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백화점은 한마디로 명품 브랜드들의 집합소다. 재단장을 거쳐 2010년 문을 연 센트럴 칫롬에는 보테가 베네타, 버버리, 구찌, 살바토레 페라가모 등 무게 있는 브랜드와 국내에 선보이지 않은 망고의 액세서리 라인 망고 터치(Mango Touch), 세포라에 입점한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일마스쿠아(Illmasqua) 등 젊은 브랜드들이 섞여 있다. 심지어 올가을, 센트럴은 또 하나의 몰을 준비 중이다. 300여 개의 스타일리시한 숍과 영화관이 들어설 센트럴 그랜드 라마 9(Central Grand Rama 9)은 센트럴 칫롬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공간이 될 예정. 방콕의 쇼핑은 끝나지 않는다. 긴긴 방콕의 밤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