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채식 프로그램으로 날씬해질 수 있을까?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적 선진국인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크레이지 섹시 다이어트’를 들여다보며 실행에 옮겼다.

완전 채식을 할 필요는 없지만채소를 더 먹는 건 유익한 일이다.

완전 채식을 할 필요는 없지만
채소를 더 먹는 건 유익한 일이다.

<내 몸 사용 설명서>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메맷 오즈 박사는 <크레이지 섹시 다이어트>에 대해 “저자 크리스 카는 슈퍼마켓을 약국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이 다이어트의 기본 원칙은 신선한 채소를 하루 식사량의 60% 이상 섭취하라는 것이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바로 이것이다. 아삭아삭하고 달콤쌉싸래한 채소를 많이 먹는 건 좋은 일이지만, 달리 말하면 정말 풀이나 먹고 살라는 것이니까.

그런데 왜 녹색 다이어트일까? 섬유질이 포만감을 주어서 든든하게 먹어도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우리의 다이어트 상식은 아마 거기에서 멈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채식 다이어트가 주장하는 바는 좀 더 깊고 복잡한 의미가 있다. 사실 ‘저체중’인 내게는 체중 조절을 위한 다이어트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위염과 알레르기에 계속 시달렸고, 면역력이 낮아 감기도 잘 걸렸다. 채소를 이용한 이 다이어트의 장점이 면역력을 높이고, 몸의 염증을 줄이며, 건강해지는 것이라는 데에 귀가 펄럭였다. 게다가 잘 안 되어도 음식으로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한 셈치면 되니까. 단, 일명 ‘21일 프로그램’을 하기로 결정했다면 준비가 필요하다.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몸 상태를 가다듬는 것이다. 커피를 천천히 줄이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육류와 유제품, 글루텐 섭취를 줄이고, 채소 섭취를 늘리고 녹즙기를 청소해놓는 것이다. 이정도 몸을 풀어놨다면 21일간의 대장정에 나서도 좋다.

Day 1
왜 채소를 먹어야 할까. 이 21일 다이어트의 목적은 채식으로 몸의 pH균형을 맞추는 것에 있다. 중성 물질의 pH는 7.0 이하로 내려갈수록 산성이다. 혈액의 최적 pH는 7.365로 약알칼리성을 띠고, 이때 면역력도 가장 높아진다. 따라서 다양한 식물성 음식을 섭취하면 산성으로 기운 몸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대부분 몸에 나쁘다고 알려진 음식들은 산성을 띤다. 하지만 몸을 산성화시키는 건 음식뿐만이 아니다. 운동 부족, 화, 우울, 약물, 담배, 스트레스도 산성화를 이끄는 원인이다. 스트레스가 심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나마 건강하게 사는 건, 정말 김치 때문인지도 모른다. pH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이용한 소변 검사의 색깔이 변하는 정도로 집에서도 체크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육류와 유제품을 먹지 않았다. 미팅할 때마다 습관처럼 마셨던 커피도 끊고 대신 물이나 허브티를 마셨다. 이 책에서 권장하는 것은 녹즙이지만 그 많은 카페에서 녹즙을 파는 곳은 없었다. 생과일 주스는 시럽을 빼고 마셨다. 매일 섭취량의 60%를 채소로 채우는 건 막상 해보니 아주 어려운 건 아니었다. 김밥에서 햄이나 맛살만 빼도, 육회비빔밥에서 육회만 덜어내도 채소 식단이다. 입이 심심할 때는 견과류를 오독오독 씹어 먹었다. 그런데 여기서 깨닫게 된다. 요즘 신선한 채소는 고기보다 비싸다. 다이어트에는 돈이 든다.

Day 5
만약 육류를 전혀 먹지 않는다면 결핍되고 있는 비타민 B12를 신경 써야 한다. 비타민 B12는 식물에 없고, 체내에서도 합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비타민 B12의 필요량은 아주 적어서, 웬만한 비타민 B군 보충제에는 하루권장섭취량 이상이 들어 있다. 고기를 먹지 않으니 대신 비타민 B 보충제를 하나 샀다. ‘21일 다이어트’는 되도록 익히지 않은 그대로 섭취하는 생식을 권장한다. 사과잼보다 사과가 이롭다. 특히 녹색 채소에 풍부한 클로로필은 염증 치유를 돕고, 면역계를 강화한다. 제철을 맞아 한창 맛있는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익혀 먹거나 시금치, 피망, 케일 등을 그대로 먹어보길. 찌거나, 올리브 오일을 살짝 두르고 볶거나, 데치거나 할 때에는 속은 아삭아삭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 소화력이 약한 편이라면 억지로 생식을 고집하는 것보다 익혀 먹는 게 낫다.

Day 7
채식 위주의 식생활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1주일에 하루 단식을 하는 것이다. 마침 최근에는 ‘1일1식’ 열풍과 ‘간헐적 단식’ 열풍이 불고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단식은 음식물을 전혀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액체 형태로만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고 그 음식을 소화하느라 매일 적어도 삼시세끼 고생하고 있는 위장의 부담을 좀 덜어주자는 의도다. 히포크라테스 연구소장 브라이언 크렐민트 박사는 ‘일주일에 하루 녹즙과 채소주스, 물, 허브티로 독소를 배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경우엔, 그래도 두 끼는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저체중에게는 딱히 단식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이 면죄부가 되어주었다.

Day 10
채소 다이어트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칼로리 계산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칼로리가 얼마야?’라고 일일이 물어보거나 확인할 필요가 없다. 또 배가 고플 때 음식을 참을 이유도 없다. 오후에 출출해질 때면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약간 있는 아보카도나 견과류가 좋다고 한다. 아니면 사과나 떡, 찐 고구마도 좋다. 그래도 간식 생각이 간절하다면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구면, 뇌에게 지금 밥 때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 다이어트에서 ‘글루텐’은 중요한 이슈인데,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 중에는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은 드무니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마다 설사하는 체질이 아니라면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단백질인데, 단백질 식품으로 최고는 콩이나 두부류다. 이쯤 되면 몸이 어떤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 감별은 화장실에서 할 수 있다. 크리스 카에 따르면 약간 변비 기운이 생기거나 그 반대거나 어느 쪽이든 정상이다. 그동안 양껏 먹고 있는 채소가 장을 강하게 트레이닝하는 중이니까. 만약 평소보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었다면 이 프로그램이 잘 먹힌다는 좋은 신호다.

Day 14
또 단식의 날이 도래했다. 소고기 대신 표고버섯을 넣고 미역국을 좀 끓였고, 양배추와 토마토를 넣은 야채수프도 만들었다. 치킨 스톡 대신에 올리브 오일을 좀 넣으면 기름기가 돈다. 어쨌든 불포화 지방을 섭취해야 늙지 않으니까. 이 다이어트에서 ‘단식’은 액체 상태의 음식을 먹는 것인데, 그러므로 채소 음료를 만들 때 찬밥 한 덩이를 넣어서 갈아도 무방하다. 크리스 카의 좌우명이 ‘싸움을 만들지 말고 즙을 만들자’인데, 단식 날에는 꼭 맞는 말이긴 하다.

Day 19
위염으로 인한 헛구역질은 많이 잦아들었다. 위 내시경으로 점처럼 존재하는 위염을 확인했을 때는 매우 울적했다. 게다가 이 위염에 대한 의사의 조언은 항상 같았다.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낙천적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스트레스는 계속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차라리 규칙적이고 바른 식생활일 것이다. 채소를 풍부하게 섭취해 비타민과 무기질의 섭취를 늘리고, 고칼로리 정크 푸드를 줄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레스토랑에서도 자연스럽게 채식 메뉴에 눈이 갔다. 고무적인 것은, 예전에 비해 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팅과 촬영이 쭉쭉 이어지는 중에도 문제가 없었다. 소갈비구이 대신 흑후추두부부침을 스테이크처럼 썰어 먹었으니까.

Day 21
우리는 충분히 바르게 채소를 섭취하고 있을까? 평소에 유기농 음식을 잘 챙겨 먹는다고 해도 매번 간식으로 과자며, 단것이며, 커피를 달고 산다면 그만큼 좋은 영양소를 흡수하지 못하거나, 파괴하는 꼴이 된다. 이 다이어트의 가장 좋은 점은 평소 식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억지로 음식을 끊거나 적게 먹을 이유가 없다. 채소를 충분히 섭취 하면서 피로가 감소하고 위염 증상도 완화되었다. ‘원 푸드 다이어트’의 위험성은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원 푸드 다이어트를 신봉한다. 한 가지만 먹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말이다. 그러니 속는 셈치고 채소 다이어트를 시작해보면 어떤가. 다양한 채소를 실컷 먹으며 몸을 정화할 수 있다. 경험자로서 두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하나는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 둘은 채소 값이 아주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함께 하면 좋은 일>
자기 관리는 음식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크리스 카가 권하는 21일 다이어트와 함께 하면 좋은 일들.
명상과 요가 명상은 마음을 가다듬고 요가는 물리적으로 신체를 정화한다. 요가 클래스를 듣지 않아도, 요가 매트 위에 앉아 천천히 관자놀이를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운동 건강검진을 받을 때 체크하는 문진표에는 1주일 동안의 운동량을 표시하는 게 있다. 1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 30분 동안 심장이 빠르게 뛸 때까지 운동을 해야 한다. 버스 놓칠까 봐 뛰는 것 말고! 한편 숨쉬기 운동도 중요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해보길.
파라벤 프리 화장품 되도록 화학 제품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향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이나 천연향 제품을 고르고, 화학적 방향제 대신 천연 에센셜 오일을 선택하길. 물에 한두 방을 떨어트려 먹을 수 있는 천연 제품이 좋다. 몸에 바르는 제품은 파라벤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고른다.
마사지 마사지는 우리 몸에 쌓여 있는 긴장을 푸는 것이다. 특히 림프 마사지는 불필요한 체액과 독소를 제거해준다. 집에서 쉴 때에도 림프의 순환을 방해하지 않도록 헐렁한 옷이나 편안한 속옷을 입는 것이 좋다. 목욕 목욕이 좋다는 건 고대 로마인들도 알았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던 시절, 식민지마다 목욕탕을 세운 것도 그들이었다. 목욕할 때 목욕물에 천일염을 조금 넣으면 세포와 조직에서 산성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