텁텁하다 못해 답답한 색을 벗어나고 싶은 입술에 필요한, 2013년 봄/여름을 접수할 립글로스의 조건.

지난겨울, 립스틱의 선명한 발색과 립밤의 촉촉한 윤기를 하나로 합친 립래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가볍게 발리고, 바르고 문지르는 것으로 색의 농도를 조절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입술이 번들거려 보이는 게 아니라 우아해 보였다. 여기에 입술 안쪽만 물들이듯 바르는 방법이 보편화되면서 입술 전체를 꽉 채워야만 무언가를 바른 것 같았던 여자들까지 립래커에 열광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홀로 꾸준히 성장했던 립 메이크업 시장의 영향도 있었다. “작년 초 까지만 해도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과 페일 톤의 립 메이크업이 트렌드였는데, 올해는 라인만 강조하는 아이 메이크업에 채도가 높은 컬러의 립 메이크업을 매치하는 게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컬러풀한 메이크업을 립스틱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죠. 포인트 립 메이크업이 중요해지면서 립 메이크업에 필요한 립크레용, 립펜슬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대중에게 잠시 잊혀졌던 립글로스가 새로운 포뮬러로 탈바꿈하여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죠.” 겔랑의 메이크업 & 프래그런스의 프로덕트 매니저 김지애는 말한다. 그렇다면 칼바람이 산들바람으로 바뀌고, 봄 꽃이 만연하게 피는 봄날에도 립래커의 인기가, 광택이 나는 제형과 파스텔 톤 컬러의 인기가 지속될까?

“이번 봄과 여름에는 지나치게 글로시한 제형보다는 립밤처럼 건강하게 촉촉해 보이는 제형의 립글로스가 인기를 끌 것 같아요. 발색이 뛰어나면서도 맑은 느낌을 선사하는 텍스처로, 립글로스를 발라도 립밤처럼 자연스럽고 생기 있어 보이게 하는 게 지금의 립 메이크업 트렌드라고 할 수 있죠.” 맥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변명숙의 말이다. 봄에는 으레 상큼한 파스텔 톤의 컬러가 여자들의 입술을 물들였다. 올해 역시 맑고 청량해서 생기 있어 보이는 컬러의 강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건 지난달과 이번 달에 새롭게 선보이는 립글로스의 주력 컬러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겨울 쉽게 지워지지 않고, 묻어나지 않아 수정 메이크업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립래커의 장점에 길들여진 덕분에 파스텔 톤의 컬러들조차 진하게 발색되는 제품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입술이 탁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슈에무라의 엘리트 아티스트 김민우는 “색 자체는 비비드한 핑크나 오렌지, 레드 등 강렬한 컬러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계절에 맞춰 텍스처는 점점 산뜻하고 투명해질 거예요. 펄 입자가 눈에 띄게 커서 은하수를 연상시키는 텍스처보다는 유리알처럼 투명한 윤기를 주는 제품이 더 인기를 끌게 되는 거죠.” 라고 예상한다. 최근 피부 트렌드가 광피부에서 보들보들한 꽃잎 같은, 얼핏 보면 매트해 보일 수도 있는 피부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피부에는 반대로 윤기 있는 입술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는 이유도 함께 내놓으면서 말이다. 결국 남은 봄과 곧 다가올 여름까지는 입술의 볼륨을 높이고, 생기를 더하면서 색을 잃지 않는 글로스가 대세라는 이야기이다. 물놀이를 하기 위해 다이어트에 몰입하기 전까지 얼굴에 생기를 주기 위해 다크 서클을 가리는 것만큼 입술의 광택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짙은 컬러의 입술을 원한다면
1 로레알파리의 샤인 카레스 글로스 틴트 801호 프린세스. 25% 이상의 수분 베이스로 촉촉함이 오래가고, 색이 입술에 자연스럽게 스민다. 6ml 1만6천원대.
2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틴트 인 글로스 – 플래쉬 라커 400호 레드카펫. 선명하게 발색되고 부드럽게 발리면서 광택이 오래 지속된다. 6.5ml 가격미정.
3 겔랑의 맥시샤인 글로스 461호 핑크. 끈적임 없이 가볍게 발리고 아주 미세한 펄 입자가 입술을 생기 있어 보이게 한다. 7.5ml 3만8천원.
4 파우더 포 룸의 센슈얼 컬러 핏 마카롱 휩 무스 립 피치 핑크. 무스 타입의 텍스처가 입술에 닿으면 사르르 녹으면서 선명하게 발색된다. 5ml 1만2천원.
5 입생로랑의 베르니 아레브르 리퀴드 루쥬 N 31호 코랄 알라 프리마. 틴트처럼 가볍게 발리면서 입술을 선명하게 물들이고 촉촉하게 마무리된다. 6ml 3만9천원대.

촉촉하고 생기 있는 입술을 원한다면
6 베네피트의 울트라 플러쉬 립글로스 키그 유. 매끄럽게 발려 입술이 도톰해 보일 정도의 윤기가 난다. 15ml 2만6천원.
7 클리오의 립스틸러 글로스 4호 인디 핑크. 로즈 워터와 오렌지 워터를 함유해 부드럽게 펴 발린다. 5.5ml 8천원.
8 네이처리퍼블릭의 프로방스 블라썸 립글로스 1호 글램 핑크. 파스텔 톤의 컬러가 입술 본래의 색이 살짝 비칠 정도로 발색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5.2g 7천7백원.
9 보브의 글램 디자이닝 풀 틴티드 루즈 3호 푸시아 핑크. 각질이 두드러지거나 건조하지 않고 입술을 촉촉하게 한다. 7g 1만4천원대.
10 시세이도의 마끼아쥬 에센스 글래머러스 루즈 PK397호 헬시 핑크. 히알루론산과 수용성 콜라겐, 글리세린 등의 보습 성분을 함유해 촉촉함이 오래 지속된다. 6g 3만6천원.

은은한 광택으로 볼륨을 더하고 싶다면
11 더바디샵의 플레이버드 립글로스 40호 핑크 그레이프후룻. 코코넛 오일이 입술을 촉촉하게 하고, 자몽향이 첨가돼 산뜻하게 바를 수 있다. 12ml 1만5천원.
12 샤넬의 레떼 빠필리옹 드 샤넬 레브르 쌩띠양뜨 앙보레 427호. 나비에서 영감 받은 컬렉션으로, 그중 오렌지와 골드의 조합으로 입술을 생기 있게 한다.. 55g 3만7천원.
13 슈에무라의 글로스 언리미티드 PK30S호. 입술에 매끈하게 발려 빛을 받을 때마다 은은한 펄이 고르게 반짝인다. 5.4ml 3만3천원대.
14 바닐라 코의 베리키시 립 플럼프 프리미어 엔비. 인스타플럼프 성분과 멘톨 성분이 즉각적으로 입술의 볼륨을 높인다. 6ml 9천6백원.
15 맥의 올 어바웃 오렌지 크림쉰 글라스 라이징 선. 부드러운 광택이 나고 끈적이지 않아 립스틱 위에 덧발라도 뭉치지 않고 매끄럽게 마무리된다. 2.7g 2만9천원.

선명한 발색에 광택까지 더하고 싶다면
16 디올의 어딕트 글로스 553호 프린세스. 반짝임이 강화된 미러 샤인 복합체가 입술에 생기를 더해 도톰해 보이게 한다. 6.5ml 3만9천원.
17 랑콤의 글로스 인 러브 222호 로즈 버블. 색 입자와 펄 입자가 입술 표면 위에서 섞여 광택을 내 입술이 또렷해 보인다. 6ml 가격미정.
18 코레스의 체리 립글로즈 52호 레드. 반짝이는 펄이 천연 체리 오일과 섞여 입술 위에서 오랫동안 반짝인다. 6ml 2만5천원.
19 버츠비의 립글로스 3호 로지 던. 100% 천연 성분으로 만든 제품으로, 진주 펄과 식물성 오일, 비즈 왁스가 입술에 생기를 더한다. 6ml 2만7천원.
20 홀리카 홀리카의 허니부케 샤인 글로스 SCR301호 쥬시 코랄. 로열젤리 성분을 함유해 입술을 촉촉하게 하고, 달콤한 향이 난다. 5g 6천원.

Show me the tip

립글로스 팁 모양에 따른 효과적인 사용법. 미묘하지만 알고 나면 효과적인 팁이다.

1. 입술 전체에 컬러를 균일하고 매끈하게 바르기 좋다. 가장 무난한 팁 모양으로, 팁에 탄력이 있어야 굴곡진 부분까지 밀착해 바르기 쉽다.

2. 글로스 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양 조절이 쉽다. 입술선에 맞춰 정교하게 바를 수 있고, 펄을 고르게 분산시키기 좋다. 색의 농도를 조절하거나 덧발라서 볼륨이 있어 보이게 하는 것보다 고르고 매끈하게 바르기에 더 적합하다.

3. 도넛처럼 가운데가 뚫려 있어 한 번에 입술 전체에 바를 수 있는 양의 글로스 액이 묻어난다. 입술 중앙 부분의 입체감을 살릴 때 유용하고, 세워 바르면 입가를 얇게 바를 수 있다.

4. 입술에 닿는 면의 넓이를 조절하기 쉽다. 비스듬하게 꺾인 부분을 활용해서 색의 농도를 조절하거나 립스틱 위에 덧바르면서 블렌딩할 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