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잡지를 만드는 발행인이자 편집장이자 편집자인 이들을 만났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보여주고 싶은 사진만 담는다는 자유로움에는 분명 그들만이 제시할 수 있는 ‘환기’가 있었다.

의 김아람

블링크

<블링크>의 시작 방송, 영화, 광고, 잡지 쪽에서 두루 일했다. 가장 최근 사진잡지사에서 일하면서 예술을 존중하지 않고 이익만 추구하는 경영 방침에 질려서 퇴사했다. 인도 여행을 계획 중이었는데, 작가들은 내게 포트폴리오를 보내왔고, 갤러리스트들은 전시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그 작업들이 무척 재미있었고 결국 내 회사, 내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
<블링크>의 콘셉트 세계의 사진 작가, 회화 작가, 설치 작가 등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들을 인터뷰한다. 한마디로 <블링크>는 ‘A4 사이즈의 갤러리’다.
<블링크>를 대표하는 칼럼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인간적으로 많이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인터뷰라는 것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 그리고 인터뷰이만의 단어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과 허물없이 지내면서 가족사와 연애사 등 별별 이야기를 다 하는 편이다. 인터뷰이에게서 드러나야 하는 점, 그가 드러내고 싶은 점을 파악해서 담는다. 성의 없는 답이나 욕설이라도 그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면 그대로 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획하고 싶은 칼럼 예전에 한 잡지사에 ‘Welcome to My Week’라는 주제로 칼럼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일주일 동안의 생활을 작가가 직접 사진으로 담아내는 비주얼 다이어리 형식의 칼럼이었다. 아직도 그 잡지사에서는 내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블링크>에서 언젠가 다시 이어나갈 생각이다.
<블링크>의 시행착오 초반에는 시행착오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업했었는데 독자들이 많아지면서 혼자 관리하기 힘든 부분이 생겨나고 있다. 22호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욕심도 많이 부리게 되고, 내 취향뿐 아니라 대중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해서 점점 더 고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재미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독립 잡지의 매력 ‘사람’이 만드는 잡지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독자들도 나를 편집장이 아닌 동생이나, 언니로 대하는 것 같다. 가장 큰 매력은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 돈 내고 내가 발행하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정기구독자들은 좋은 자극제이지만 어느 정도 선을 그으려고 한다. 지향하는 바나 목표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나 자신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 최서윤

월간잉여

<월간잉여>의 시작 언론사에 들어가기 위해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에 실패했다. 토익 점수는 만료되고, 뮤지션을 따라다니며 방황하는 와중에 스스로 ‘상잉여’임을 실감하게 되었고, ‘내가 직접 언론사를 차리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잉여전문잡지를 만들자!’ 라고 결심했다. 제목에서부터 ‘잉여’를 언급한 건 ‘그래 나 잉여다. 세상에 잉여 많거든? 자본주의의 탓도 크거든?’과 같은 일종의 반항심도 작용했다.
기획하고 싶은 칼럼 ‘트잉여 특집’을 통해 트위터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치고 싶다. 화제의 트잉여들도 만나보고 트위터 세계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들도 되짚어보며 사회적 의미를 찾고 싶다.
독립 잡지의 매력 시작부터 끝까지 내 손이 닿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떤 글을 어떤 순서로 실을지 결정한 후 내지를 편집하고, 적절한 삽화도 그리고, 가내수공업으로 포장한 후 직접 우체국에 가서 발송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혼자 한다. 지칠 때도 있지만 독자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기쁨이 크다.
독립 잡지의 어려움 역시 돈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전 재산이라는 29만원도 없어 다음 호를 못 낼 판국이다. 상업성이 옅고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독립 잡지가 나오는 건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런 잡지들이 계속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문화정책이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주로 몇몇 매체를 선정해 제작비용을 지원하는 식인데, 공공 도서관에서 독립매체를 지금보다 많이 구매하는 것은 어떨까? 같은 예산으로 많은 콘텐츠 생산자가 두루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도서관 이용객들도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으니 좋은 대안이라 생각한다.
<월간잉여>의 지향점 잉여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작은 위안을 줄 수 있는 동시에 분통을 터뜨릴 해방구가 되는 잡지이고 싶다. 정책입안자들에게는 청년문제 해결에 단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잡지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정치 및 사회를 감시하고, 문제점은 고발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사회가 ‘친잉여적’ 사회가 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월간잉여>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보다 적합한 수식어는 없다.

의 이현정, 최보리, 남현지, 최도리

디어 매거진

<디어 매거진>의 시작 ‘셀프 퍼블리싱’을 통해 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밥도 먹고 술도 마시다가 뜻을 모아 만들게 되었다. 창간 계기는 <지콜론>의 2011년 11월호에 실리게 되면서부터다. 디자인 기부 프로젝트 ‘Love+Graphy’에 참여했고, 한국제지에서 후원을 받았다. 지금보다 판형이 작고 얇은 잡지였다.
<디어 매거진>의 콘셉트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잡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패션에 국한하지 않고 아티스트의 작업실, 카메라 수리점 등 다양한 곳을 찾아가 현장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2호를 발간하면서, 잡지의 방향성을 모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옷’에 관련된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 우리 책은 한마디로 ‘패션의 제작업’을 다룬다.
<디어 매거진>을 대표하는 칼럼 3호에서 기획한, 조선소의 작업복을 만드는 공장 취재가 기억난다. 직접 거제도까지 내려가 조선소 앞에서 실제로 작업복을 입고 있는 분들을 촬영하기도 하고, 조선소 구경도 하면서 즐겁게 작업했다. 3호의 제목인 ‘지역 특정적 패션’에 가장 적합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기획하고 싶은 칼럼 취재하는 곳들의 현장감을 살려서 영상 작업을 하고 싶다. 지금도 짧은 영상물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지만, 조금 더 욕심을 부려서 내러티브가 있는 영상 작업을 하고 싶다. 작업현장이나 과정이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꽤 많은 제약이 있다. 더욱 다양하고 생생한 제작현장을 담고 싶다.
즐겨 보는 잡지 <Hunger Magazine>은 심플하고 힘있는 편집 디자인의 장점이 잘 드러난 잡지다. 인터뷰 마지막에 ‘What Are You Hungry For?’라고 묻는 것도 재미있다.
독립 잡지의 매력 혼자서는 ‘하고 싶어서 하는 작업’이라도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팀원이 있어 완결성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잡지를 만들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디어 매거진>의 지향점 너무 심각해지지 않는 잡지. 재미있게 만들고 볼 수 있는 잡지.
<디어 매거진>에만 있는 것 광고도, 수직적인 관계도 없다 보니 편집 방향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꾸미려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화두를 던지되, 정해진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같은 주제라도 얼마든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지도에 따라 편집을 다르게 하지 않는다. 한 권 안에서 모든 인터뷰이가 동등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어 매거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패션에 있어 브랜드 이름이나 유명 디자이너뿐 아니라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과 수많은 과정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의 책을 통해 이 모든 과정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디어 매거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 ‘A Magazine about the Forgotten’.

의 박경식

<ㅎ>의 시작 국내 타이포그래피 간행물에 대한 필요는 꽤 오랫동안 있어왔다. 단지, 그 방향이나 내용이 항상 고민이었다. <ㅎ>은 타이포그래피뿐 아니라 한글을 우리 고유의 전통이 아닌 서체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측면에서 정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ㅎ>을 만드는 사람들 발행인 겸 편집장인 이용제 선생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교정을 보는 강영규, 디자인을 하는 정재완, 그리고 만능 어시스턴트이자 원더우먼 강미연 씨가 도움을 주고 있다.
기획하고 싶은 칼럼 해마다 포괄적인 주제가 있다. 지난해는 원도(활자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그림)였고, 올해는 편집디자인이다. 확실히 지난해보다 올해의 주제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 서체뿐 아니라 중동, 동남아, 러시아 등 세계의 서체를 정리한 칼럼을 기획하고 있다. 또 한 칸 만화 형식의 연재로 타이포그래피와 서체 디자인을 쉽게, 그리고 해학적으로 알리고 싶다.
독립 잡지의 어려움 원고가 완성되고 디자인이 잡히면 그때부터 토론과 논쟁이 시작된다. 기획이 바뀌고, 배열표 역시 바뀌고, 그에 따라 전체 분량이 늘거나 줄어든다. 적게는 열흘, 길게는 주3동안 진행되는 기나긴 마감이 가장 힘들다. 여느 잡지가 다 그렇겠지만 잡지가 나오고 나면 그만큼의 보람을 느낀다.
즐겨 보는 잡지 영국의 과 일본의 는 빠뜨리지 않고 챙겨 본다.
<ㅎ>의 지향점 영문 서체가 워낙 많이 쓰이니 오히려 해외에서 한글 서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해외 디자인 회사의 정기구독률이 증가하고 있다. 읽고 버리는 내용이 아니라 서재에 꽂아두고 때마다 꺼내 읽는 잡지였으면 한다.
<ㅎ>에만 있는 것 한글, 타이포그래피, 심도 있는 내용.
<ㅎ>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 한글과 한글 디자인, 타이포그래피의 기록과 정리이다. 한마디로 한글 서체에 대한 총체적인 아카이브라 할 수 있다.
<ㅎ>의 독자들 글자, 읽기, 인쇄, 편집, 텍스트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의 전지민, 장혜영, 김현정

그린 마인드

<그린 마인드>의 시작 환경과 사람에 관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 환경의 범주는 산과 들, 바다와 같은 자연만이 아니다. 인간이 딛고 선 모든 무대와 사람의 신념까지도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면 마음의 환경부터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결과 건강한 사람들이 가꾸는 환경, 환경을 생각하는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린 마인드>를 창간하게 되었다.
<그린 마인드>를 대표하는 칼럼 UN 기후변화협약 현장을 취재한 기사와 ‘재생지가 과연 친환경적일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한 재생지 공장 취재 기사다. 기후변화협약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는데, 종이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모든 문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직접 경험한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세 살 버릇’이라는, 세상을 살리는 버릇에 관한 기고를 받는 칼럼도 빠뜨릴 수 없다. 특별한 사람들, 혹은 환경운동가들만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환경에 마음을 기울이고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고를 받고 있다. 우리의 취지가 생활 속에서 친환경적인 삶을 실천하고 소소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응원하는 것인 만큼 가장 <그린 마인드>다운 칼럼이라 생각한다.
독립 잡지의 매력 스스로 시작한 일이고,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할 분야이며, 그 과정에서 독자들의 반응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직접 기획, 취재, 편집, 디자인, 인쇄, 운송, 판매, 부록 제작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 나 배워가는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린 마인드>의 시행착오 잡지를 처음 만드는 만큼, 가격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발행 부수가 많지 않고, 재생 종이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니 생산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맞는 인쇄소를 찾는 것도 난관이었다. 보통의 인쇄소에서는 콩기름 잉크를 잘 사용하지도 않고,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려면 기존에 쓰던 잉크를 닦아내고 바꾸어야 해서 우리를 반기지 않았다. 잡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실제적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것을 통해 큰 경험을 얻었다.
<그린 마인드>에만 있는 것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없고, 월급이 없고, 상업광고가 없다. 만약 냉철한 상업적 경영 마인드가 있었다면 매호 손으로 만든 부록을 책과 함께 배포하지 못했을 거다. 재활용 원단을 수거해 만든 매듭팔찌, 재활용 벽지로 만든 노트,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휴대폰 고리, 블라인드를 재활용한 책갈피 등 환경과 사람의 마음을 담은 정성은 <그린 마인드>에만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린 마인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 말하기보다 보여주는 책을 만들고 싶다. ‘환경을 보호합시다’라는 말도 중요하지만 환경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은 더러워진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이고, 보호운동이 불필
요해지려면 사람의 마음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독려하기보다 버리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것, 그것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그린 마인드>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 재능과 꿈을 가진 사람들을 소개하고, 신념을 가지고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격려하며, ‘당신은 결코 작지 않다’고 응원하고 싶다. 그래서 <그린 마인드> 앞에 ‘당신’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의 그린 마인드’가 아닌 ‘당신의 그린 마인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