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머문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친환경 라이프를 전하는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에게는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여전히 착한 라이프스타일이 가장 멋지다고.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는 ‘한국의마사 스튜어트’로 불린다. 그러나그녀는 모든 것이 수고로움이아닌, 마음에 이끌려 하게 된것이라고 한다. 억지로 노력하는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하는일이 더 많다고. 작은 옹기를보자기로 동여매 장식하는 일,정원을 손질하는 일, 손님에게 차한 잔을 내미는 일도 모두 마음이동해서 하는 일이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는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로 불린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이 수고로움이
아닌, 마음에 이끌려 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일이 더 많다고. 작은 옹기를
보자기로 동여매 장식하는 일,
정원을 손질하는 일, 손님에게 차
한 잔을 내미는 일도 모두 마음이
동해서 하는 일이다.

| 마 음 이 동 해 야 한 다 |

이효재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의 성북동 집 ‘효재’를 찾았다. 1층에서는 매장을 운영하고, 2층에서는 작업과 생활을 누리는 공간이다. 손님이 오면 도착하는 시간에 미리 나와 정원을 손질하며 밖을 내다본다. 찾아온 사람에게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조금 더 마음 쓰기. 마음이 동하는대로 하기. 올해로 쉰여섯이 된 ‘살림의 여왕’이 들려준 이야기는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답이 아닌,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효재식 자연주의 살림법’에 열광한 사람은 살림하는 여자들이었다. 아직 자기 살림이 없는 젊은 여자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자기 방을 예쁘게 꾸미고, 샤워할 때 머리카락 정리하고, 아침에 침구 정리하고. 사실은 그게 어린 여인들의 살림이다.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모습이 바로 결혼하고 내 집을 가졌을 때 모습이 되니까.

당신을 멘토로 여기고 찾는 사람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누가 잘한다고 하면 그걸 질투하지 말고 배워야 한다는 것. 하지만 또 대충 한 걸 칭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멋진 것과 그냥 그러는 것은 다른 거니까.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른 행동을 할 때, 그걸 수다로 끝내면 그건 아줌마다. 무엇을 배울까, 저런 행동을 할까. 그걸 관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은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루에 버리는 시간을 5시간 정도라고 한다면,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모두 우리에게 달렸다. 나는 수돗물도 세게 틀지 않고 설거지를 한다. 사람들이 내 집에 와서 나누는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렇게 물을 약하게 하고 가만가만 설거지를 하니까, 결과적으로 물도 아끼게 되었다.

자연에서 자란 적이 없이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사는 우리가 진심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걱정할 수 있을까?
일상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느끼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 그게 일상의 행복인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비를 좀 맞아봤음 좋겠다. 요즘 사람들은 산성비라서 맞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데, 그 비도 한번 맞아봐야 그 행복을 안다. 장마 끝자락 비에 얼굴을 다 내놓고 맞아보라. 사람이 지구에 태어나서 그런 경험쯤은 한번 누리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그 비를 맞고 자라는 잔디 생각도 한번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청춘들을 보며 가장 안타까운 건 뭔가?
맨발로 잔디밭을 걸어본 적이 없는 것.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푯말을 보고 자란 게 안쓰럽다. 그렇다고 구둣발로 잔디밭을 밟아봤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 구두는 가방에 넣고 운동화나 납작신발을 신고 다니면 좋겠다. 그래야 자연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돌볼 수 있게 된다. 요즘 발 예쁜 여자를 보기가 힘들다. 높은 구두를 너무 많이신고 다니다 보니 발이 뒤틀리고 뼈가 튀어나온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당신도 종종 환경과 편안함에 대한 딜레마를 겪을 것 같다.
우리는 태어나기를 환경에 해가 되게 태어났다. 도리가 없다. 결국 편리함에 길들여지게 된다. 안 쓸 수 없다면 되도록 적게 쓰고, 쓰더라도 한번 더 쓴다. 그럼 환경 피해가 좀 더 더뎌지지 않을까? 난 늘 행주를 빨아쓰고, 물티슈를 쓰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쓴다. 대신 쓴 걸 모아두었다가 문틀을 닦는 등 한 번 더 사용한다.

사람들이 낭비하는 것 중 가장 아까운 건 무엇인가?
적어도 포장지라도 아꼈으면. 그래서 보자기를 하게 되었다.

해외에서도 보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얼마 전 <마사 스튜어트>에서도 보자기를 활용한 정리법이 나왔다.
독립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보자기를 다루니 이곳저곳에서 관심을 가져줬다. 마음속으로는 모두 그런 포장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던 거다. 환경은 세계 공통 주제다. 환경을 이야기하면 지구인들이 관심을 갖는다. 선물을 하려거든 돈 주고 포장하지 말고, 좋아하는 천으로, 손수건으로 싸라.

환경에 대한 실천을 심리적으로 미뤄두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나중에 잘하겠다는 마음속 다짐 같은 것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영화 주인공처럼 살 수 있을까? 아니다. 어린 사람들이 엄마보다 나이 많은 내 살림대로 살 필요도 없고, 그렇게 살 수 도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하고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게 참 어리석은 질문이다. 힘든 걸 왜 하나. 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인생. 우리는 얼마나 가져야 할까? 당신은 어떤 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3천원짜리 화분을 키우다 죽이고, 키우다 죽이고 그렇게 지내다 나이가 들어야 풀꽃이 예쁜 걸 안다. 난 ‘샤넬백’ 드는 아가씨들 타박하지 않는다. 그건 문화를 사는 거니까. 귀한 날 하나를 얻어서 아끼고, 가보로 넘기는 게 차라리 낫다. 운동화는 그날 기분이나 옷차림에 따라서 끈만 바꿔서 신고, 신발이나 옷이 낡고 해지면 거기에 스팽글이나 다른 옷감을 덧대어 자신만의 멋을 부리며 살면 좋겠다. 그렇게 자기 것을 하나씩 돌보다 보면 사람이 창조적으로 바뀐다.

일상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추천해준다면?
아파트에 베란다만 있어도 축복이다. 요즘은 베란다 없는 집도 없으니까. 지금의 최선을 최고로 만들어라. 지금 당장 몽골을 초원지대로 만들 수 있을까? 아파트를 다 없앨 수 있을까? 베란다에서 상추라도 키우고, 좀 더 잘 키우고 싶으면 신문지 태워서 거름이라도 주면 된다. 어렵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실에 만족해야 하는 게 먼저다.

올해 또 멋진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문화의 꽃은 호텔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성안에 절이 있는 곳이 전등사다.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 세 채의 호텔을 짓고 있다. 모두 꼭 하룻밤 머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멋진 호텔이 될 테니까. ‘전등’이라는, 빛을 전한다는 이름도 참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