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길과 이태원 사이에 자리한 경리단길은 어느 방향에서도 N 서울타워가 보인다. 벚꽃 가득한 남산을 산책하고, 경리단길에서 이국적인 음식 탐험에 나섰다.

이국적인 맛과 빛으로 가득한타이거 마살라의 식탁

이국적인 맛과 빛으로 가득한
타이거 마살라의 식탁

 

1 범상치 않은 까올리 포차나의입구. 2 선명한 원색의 플라스틱식탁과 의자가 태국 길거리식당의 분위기를 그대로재현한다. 3 거대한 새우와 진한향신료가 입맛을 돋우는 톰얌쿵.

1 범상치 않은 까올리 포차나의
입구. 2 선명한 원색의 플라스틱
식탁과 의자가 태국 길거리
식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3 거대한 새우와 진한
향신료가 입맛을 돋우는 톰얌쿵.

1. 까올리 포차나
까올리 포차나의 주인은 의외로 훤칠한 두 한국 젊은이다. 다이빙을 하기 위해 찾은 태국에서 태국 음식의 매력에 빠진 두 남자는 화려한 불상과 묵직한 그릇이 없는 태국 음식점을 차리고 싶었다. 호주에서 요리를 공부한 남자는 치앙마이와 방콕을 오가며 태국 길거리 요리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태국 말을 할 줄 모르니 무작정 요리를 주문해 먹고, ‘이번엔 내가 해보겠다’며 따라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온갖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이태원에 자리해 있지만 바질, 고수 등 중요한 식재료는 안산의 동남아타운에서 가져온다. 얌전한 다른 태국 레스토랑들보다 유독 음식맛이 진하고 강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가 보다. 3월부터는 주말 런치도 시작했다니, 참 부지런하고 성실한 청년들이다.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주말 런치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격 톰얌쿵 1만8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 706 문의 010-9019-1995

1 녹사평길 입구에 자리한 40192 Roll. 2 식탁과 의자는 모두 직접 디자인해맞춘 것이다. 3 접시 위에 사이좋게 놓인 롤과 비스킷 슈.

1 녹사평길 입구에 자리한 40192 Roll. 2 식탁과 의자는 모두 직접 디자인해
맞춘 것이다. 3 접시 위에 사이좋게 놓인 롤과 비스킷 슈.

2. 40192 Roll
곧 일주년을 맞이하는 40192 Roll은 경리단길에서 가장 귀여운 가게 중 하나다. 어느 제과점을 가도 다 비슷한 종류의 커다란 롤케이크만 파는 것이 답답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롤케이크의 종류는 플레인, 캐러멜, 초콜릿, 녹차, 티라미슈의 총 다섯 가지. 입을 꼭 다문 조개처럼 크림을 꽁꽁 감싼 40192 Roll의 롤케이크는 결코 달지 않다. 밀가루와 쌀가루를 적절하게 배합한 롤은 쫀쫀하고 부드럽다. 딱딱한 비스킷 속에 생크림을 가득 품은 비스킷 슈와 둥굴레 푸딩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콤한 메뉴. 제품은 신사동 작업실에서 하루에 두 번,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둘 것! 자칫 빈 쇼케이스를 마주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 40192 Roll을 지키는 두 남녀는 지난 11월 결혼한 신혼부부다. 이래저래 귀엽고 달콤한 곳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격 롤케이크 한 조각 3천원부터, 비스킷 슈 3천5백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675 문의 02-790-4192

1 멕시코 남자 차를리가 활약하는 작은 주방. 2 타코는 직접 만든소스에 찍어 먹는다. 3 작은 실내는 이국적인 장식으로 가득하다.

1 멕시코 남자 차를리가 활약하는 작은 주방. 2 타코는 직접 만든
소스에 찍어 먹는다. 3 작은 실내는 이국적인 장식으로 가득하다.

3. 돈 차를리
경리단길에 커피 가게만큼이나 많은 것이 타코 가게이지만 돈 차를리의 타코는 조금 다르다. 스페인의 요리학교에서 만난 멕시코 남자와 한국 여자가 차린 이 작은 가게는, 진짜 멕시코식 타코를 만들기 때문이다. 스테이크용 소고기와 베이컨, 양파, 피망이 쫀득한 치즈와 어우러지거나, 탱글탱글한 새우와 아보카도가 가득 들어간 타코를 먹다 보면 ‘멕시코 사람들은 원래 인심이 좋은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멕시코 남자 차를리가 직접 만든 살사 소스와 그린 칠리 소스를 번갈아 찍어 먹는 것은 또 다른 재미. 멕시코 인심은 어떤지 몰라도 멕시코 사람들이 술 좋아한다는 것은 안다. 봄바람이 살랑이는 저녁, 타코 한입에 테킬라 한 샷을 들이켜는 즐거움을 만끽해도 좋겠다.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가격 타코 3천원, 테킬라 샷 3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50-12 문의 070-8154-4475

1 유치장처럼 만든 오픈 키친이독특하다. 2 방범포차의 모든 메뉴는술과 잘 어울린다.

1 유치장처럼 만든 오픈 키친이
독특하다. 2 방범포차의 모든 메뉴는
술과 잘 어울린다.

4. 방범포차
‘경리단길에 예약한 사람에게만 근사하게 상을 차려주는 식당이 있대!’ 경리단길의 비밀 장소로 사랑받았던 장진우 식당의 주인공 장진우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가게를 차렸다. 술도 좋아하고, 멋도 좀 아는 남자들이 차린 그곳은 바로 방범포차. ‘술 마시고 취해도 괜찮다’고 등을 두드려주는 가게다. 매일 직접 색연필로 꾹꾹 눌러 쓰는 메뉴는 부산 자갈치시장 고등어, 속초 오징어를 넘나들고, ‘오늘은 화요일이니까 화요가 30% 할인’이라고 할 정도로 멋대로지만 음식은 제대로다. 방범포차의 주방을 책임지는 김신우 셰프는 뉴욕, 시애틀, 런던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일식당에서 기본을 다졌다. 모엣 샹동과 막걸리가 메뉴판에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영업시간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가격 사시미 모둠 3만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60-100 문의 1577-8685

1 경쾌한 남미의 공기가 느껴지는 실내. 2 푸짐하기 그지없는 투칸의 치킨은 맥주보다 칵테일과곁들여 먹을 것.

1 경쾌한 남미의 공기가 느껴지는 실내. 2 푸짐하기 그지없는 투칸의 치킨은 맥주보다 칵테일과
곁들여 먹을 것.

5. 투칸
그림을 그리던 남자는 훌쩍 외국으로 떠났다. 수십 개국을 돌아다녔지만 끈적이는 바닷바람이 부는 캐리비안해의 나라들이 가장 좋았다. 콜롬비아의 하숙집 아주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우고, 브라질에서 바텐더 생활을 하기를 3년. 한국에 돌아와 치킨집을 열었으니 그 이름은 투칸, 남미의 치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자메이카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저크 치킨은 고추만 해도 4종류가 들어가는 매콤한 치킨인 반면 오렌지에 재운 상큼한 오렌지 치킨은 브라질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처럼 저크 치킨 반, 오렌지 치킨 반도 가능하다. 맥주만 찾지 말고 망고와 파인애플, 패션프루츠 등 다양한 열대 과일을 이용해 그가 직접 만든 칵테일도 마셔보길.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가격 반 마리 1만2천원, 칵테일 1만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 658 문의 02-749-9966

1 그래픽 디자이너의 감각이돋보이는 실내. 2 타이거마살라의 상징인 뱅골 호랑이.

1 그래픽 디자이너의 감각이
돋보이는 실내. 2 타이거
마살라의 상징인 뱅골 호랑이.

6. 타이거
마살라 타이거 마살라의 이설희 대표가 오랜 그래픽 디자이너 생활을 그만두고 느닷없이 카레 가게를 차릴 수 있었던 비결은 자신감이다. “카레를 만드는 데 특별한 비법이 있다면 재료를 많이 넣는 거죠!”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혼자 주방을 책임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인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7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의 카레는 아쉽게도 시금치와 치킨이 들어간 팔락 파니르와 치킨과 치즈가 들어간 마크니 두 종류뿐이다. 따뜻하게 구운 치킨과 야채가 함께 나오는 그릴드 치킨 샐러드도 카레만큼 인기다. 점심 식사는 하지 않는다. 영업시간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가격 커리 7천원, 그릴드 치킨 샐러드 8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713 문의 070-7563-1411

1 런던의 빈티지 마켓 같은외관. 2 의류부터 소품까지,빈티지 감각이 가득하다.

1 런던의 빈티지 마켓 같은
외관. 2 의류부터 소품까지,
빈티지 감각이 가득하다.

+ 빈티지 마트
오래된 폴란드 그릇을 파는 가게, 해외 서적을 판매하는 가게 등 모든 게 있는 이 오밀조밀한 거리에 왜 근사한 구제 의상을 파는 곳이 없는지 의아하던 찰나, 빈티지 마트가 등장했다. 이천, 인천 등 지방 곳곳에서 가져온 의류를 판매하는 곳이다. 오랫동안 디자이너, MD로 활약하며 옷에 일가견 있는 대표가 꾸리는 빈티지 마트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템은 바로 가죽 재킷. 가격은 3만원부터 시작한다. 운이 좋으면 MCM, 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가방도 만날 수 있다. 문을 연 지 이제 반년이 조금 더 지났지만 옷이 너무 많아 곧 이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올해 봄옷 장만은 경리단길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가격 1만원부터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문의 02-794-7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