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하지만 때로 일상에 지쳐 삶의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여기,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15명의 프로페셔널이 삶을 더 풍요롭고 스타일리시하게 만드는 자신의 취미 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Camping 이천희 | 영화배우
캠핑의 시작 본격적으로 캠핑을 즐긴 건 이제 한 3년쯤 되었어요. 원래 혼자 여행하는 걸 즐겼는데, 그러던 중 우연찮게 캠핑하는 사람들을 보고 캠핑 장비를 사 모으기 시작했어요. 처음 마련한 장비가 아마 랜턴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사 모은 장비들을 자동차 여행 중에 하나 둘씩 쓰기 시작했고, 텐트를 마련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캠핑을 다니게 된 것 같네요. 최근 XTM에서 방영된 <아드레날린>도 제작진이 제가 캠핑을 즐겨 한다는 얘기를 듣고 기획한 프로그램이에요. 겨울 캠핑의 묘미 요즘은 3주에 한 번씩 캠핑을 떠나는데, 캠핑은 날씨나 계절과 상관없이 늘 매력적이에요. 여름캠핑도 좋지만 어떨 때에는 겨울캠핑이 더 좋을 때가 있죠. 불편할 수는 있어도 즐기는 묘미가 가득하거든요. 예를 들어 텐트 안에서 난로를 켜놓고 극한의 추위에 도전하는 그 자체가 스릴이자 모험이에요. 또 가끔은 첫눈을 캠핑장에서 맞이하는 해도 있는데, 그것 또한 황홀 그 자체예요. 마치 이글루에 있는 것처럼,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텐트는 멋질 뿐만 아니라 따뜻하기까지 하죠. 캠핑이 주는 정신적인 위안에 대해 캠핑이 주는 힐링 효과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답답한 도시에서 탈출하는 느낌, 자연과 교감하는 등 숲 속에서 집(텐트)을 짓고 불을 피우는 그 아날로그적인 생활이 무척 매력적이거든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좋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는 것 또한 물론이에요. 장비를 모으는 즐거움 캠핑 장비는 생존과 직결된 물건들이기 때문에 하나를 장만하더라도 많이 고민한 후에 구매해요.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기도 하고, 시간을 들여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죠. 그렇게 신중히 골라 모은 장비들은 때로 집이나 촬영장에서 더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접이식 의자나 테이블 같은 건 집에서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쓰고 있고, 리액터 같은 건 야외 촬영장에서 커피를 끓일 때 좋아요. 또 얼마 전 해외 봉사 활동을 갔을 때에는 전기가 아예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서 캠핑용 헤드랜턴이 제 몫을 해냈고요. 취미로 단단해진 삶 캠핑에 익숙해지고 나니 남자로서 생존 능력이 향상된 기분이에요. 왠지 비상시에도 캠핑 장비만 있으면 든든하게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고요. 현실에 쫓기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취미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인 것 같아요.



Tennis 박지혁 | 사진가
생활의 일부가 된 테니스 아주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쳤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아파트단지에서 열심히 치시는 걸 보고 따라 배우기 시작했죠. 이후 바쁘게 살다 보니 잠깐 소홀해진 적도 있었지만 최근 10~12년 동안은 계절에 상관없이 1주일에 한 번은 꼭 코트에 나가죠. 러브/40 테니스를 치는 사촌 동생과 그의 친구들을 포함해 한 12명 정도의 멤버가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모임 이름은 ‘Love/40(러브 포티)’예요. 테니스 점수에서 제가 러브(0점)고, 상대방이 40점이면 저로서는 가장 불리한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판을 뒤엎고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담고 있어요. 클럽 활동에 대하여 때로 다른 테니스 클럽 멤버들과 시합을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클럽이 있는데, 그 친구들과는 정기적으로 교류전을 열죠. 이런 사교적인 경기들은 취미를 단련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해요. 또 매년 열리는 용산구청장배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어요. 테니스가 주는 위안 테니스는 일종의 탈출구예요. 몸이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테니스 한 게임으로 그게 다 없어진다고 할까요? US 오픈, 윔블던, 프렌치 오픈 같은 메이저급 대회가 열리면 친구들끼리 모여서 그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소망이 있다면 막연한 바람이 있다면 테니스 클럽을 만드는 거예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치고 싶어서요. 잔디 코트는 국내 환경에 안 맞을 것 같고, 제대로 된 클레이 코트를 갖춘 클럽이면 좋을 것 같아요.

장우철이 직접 연출하고 찍은 정물 사진

Photography 장우철 | [GQ] 피처 디렉터
사진을 찍게 된 계기 직업상 사진을 늘 다루는 것도 있고, 또 많은 작가의 사진을 접하다 보니 그냥 제가 찍고 싶은 것과 찍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정의가 생기면서 하나 둘씩 ‘찍어봐야지’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사진은 비싼 취미라는 편견에 대해 제 유일한 촬영 도구는 늘 곁에 있는 카메라와 흰색 아크릴 판이에요. 사진을 위해 특별히 시간을 할애한다거나 투자를 하지는 않아요. 정물 사진 온 집안이 물건들로 가득해요. 쇼핑도 좋아하고, 물건을 잘 주워오기도 하죠. 한 번은 어느 편집 매장에서 본 고가의 대리석 재떨이가 너무 탐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담배를 안피우거든요. 주변에서 말렸지만 차가운 대리석에 새빨간 앵두를 으깨놓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에 덜컥 그 재떨이를 사버렸어요. 또 남들이 쓸데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돌멩이나 조개껍데기, 오래된 책 같은 물건도 제가 좋으면 일단 수집해요. 왜냐하면 그 물건들은 언젠가 제 사진 속에 담길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정물 사진은 물건을 모으는 제 자신을 위한 일종의 면죄부예요. ‘정확하게’ 찍는다 ‘예쁘게’ 찍는 것에는 관심 없어요. 대신 ‘예쁜 것’을 찍죠. 그렇게 제 눈에 좋은 것을 찾기 때문에 점점 ‘정확도’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딱 필요한 것을 골라서 제 의도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건 에디터로 일하는 데에도 도움이 돼요. 내 눈으로 보는 세상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게 중요해요. 제가 원하는 걸 찾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스티브 J가 그린 요니 P(왼쪽)와 스티브 J(오른쪽).

Illustration 스티브 J | 패션 디자이너
그림을 배우지 않는 이유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훨씬 전에는 미대에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림을 굳이 배울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자신만의 개성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으면 이렇게 안 그렸겠죠. 대신, 늘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기회만 닿으면 국내외의 좋은 전시를 찾아다녀요. 결국 많이 보는 게 배우는 거더라고요. 일과 취미의 교집합 다행히 ‘스티브 J & 요니 P’는 자유분방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그림이 옷에 녹아들어도 어색하지 않아요. 디자인 작업을 하다 보니 저만의 색깔이 더욱 뚜렷해져서 옷과 일러스트레이션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고 있죠. 그래서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같아요. 그림을 주문한 고객 한번은 어떤 일본 바이어가 옷을 사러 왔다가 그림을 사겠다고 주문한 적이 있어요. 몇 년 동안 그려도 몇 점 되지 않는다고, 다 하나밖에 없는 그림들이라 정중히 거절했죠. 저는 어차피 패션 디자이너이니까요. 지금처럼 차근차근 그리다가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자연스럽게 전시를 할 수 있겠죠. 부부의 꿈에 대하여 아내 요니와 항상 얘기하는 건, 나중에 제주도로 내려가서 그림 그리며 사는 건 어떨까 하는 거예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요니는 큐레이팅을 배워서 좋은 작품들을 내걸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거죠. 또 다른 취미 생활 가장 최근에 시작한 취미는 롱보드예요. 탄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아주 푹 빠져 있죠. 일러스트레이션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에요. 그림은 정적이잖아요. 예쁜 색감이 나와서 눈이 즐거울 때 희열을 느끼는 반면, 롱보드는 몸으로 나타내고 싶었던 움직임, 상상했던 움직임이 실현됐을 때 느끼는 희열이 커요. 디자이너의 삶을 반영하는 컬렉션 취미를 유지하고, 새로운 것에 계속 관심을 두는 건 아주 중요해요. 재미있는 걸 발견하고 빠져들면 그게 곧 우리 컬렉션에 적용되기에, 스스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될 수 있죠. 저희 컬렉션은 우리 부부가 어떤 취미 생활에 빠져 있는지 볼 수 있는 바로미터와도 같아요. 컬렉션의 영감을 실제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리가 빠져 있는 문화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건 결국 저희 브랜드의 에너지로 고스란히 되돌아와요.

박형준이 만드는 향초 ‘JD’.

Scentology 박형준 | 스타일리스트
향초를 만들게 된 계기 몇 년 전 어느 날, 패션계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가로수길에서 하는 비누 만들기 클래스에 같이 가자는 거예요. 얼떨결에 가서 만들어봤는데 그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늘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까 향을 접목해 나만의 방식으로 응용하고 싶어졌어요. 워낙 어려서부터 향에 예민했거든요. 패션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다 보니 예쁜 오브제에도 관심이 많고요. 향초를 만든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던 것 같아요. 취미를 사업으로 발전시키기까지 대단한 야심을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잡지사에서 여는 바자회, 지인들의 부티크 오프닝 같은 소규모 행사에서 제 향초에 스티커를 붙여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스타일리스트 박형준이 만든 향초라더라’ 하면 사람들이 믿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용기를 얻었어요. 센톨로지(Scentology)라는, 향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리빙 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향초는 그 시작이고요, 앞으로 비누, 방향제, 침구까지 확장하고 싶어요. ‘JD’ 향초에 대한 자가평가 때론 사람들의 반응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20년간 패션계에서 일해온 날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으레 제가 최고급만을 겨냥할 거라고 생각하죠. 딥티크나 조 말론 등 그들이 아는 고급 브랜드와 비교를 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오랜역사의 브랜드와 경쟁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저는 정직한 재료로 인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들 뿐이에요. 향은 기억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향을 맡았을 때, 그때 느꼈던 것들을 기억해내며 감정이 되살아나는 거죠. 사람들이 제가 만든 제품의 향을 맡고, 좋은 기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향초가 삶에 미친 영향 향초를 만들면서 제 자신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할 때에는 제게 오는 일을 하고, 또 그 일에만 집중하면 그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죠. 향초 제작에 필요한 모든 단계, 그리고 그 단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해요.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눈과 태도 등 모든 게 달라졌어요. 제게 일을 주던 사람들의 입장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생겼고요. 향기로운 노후 대책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만, 향초는 어쩌면 제 인생의 두 번째 막을 위한 첫걸음인지도 몰라요. 요즘은 향초를 만들면서 나이 드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고, 또 향기로운 것과 함께하는 노후를 상상하면 행복해져요.



Restaurant Planning 황수경 | 패션 광고 프로듀서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 항상 요리하는 것을 즐겼어요. 음식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거니까요. 원래는 취미로 시작했던 게 작년부터는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FCI(French Culinary Institute)라는 요리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레스토랑을 구상하는 일에 대하여 요리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건 사실 근사한 레스토랑을 하나 차리고 싶어서예요. 뉴욕에서 10년 이상 살다 보니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죠. 특히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어딜 가나 똑같은 메뉴 일색인 코리아타운의 한국 식당들을 보며 위치와 메뉴, 인테리어의 콘셉트가 확실한 레스토랑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셰프가 신선한 로컬재료로 현대적인 식문화를 창조해내는 그런 레스토랑 말이에요. 힘들고 바빠도 매달리는 이유 처음에는 무리해서 덤벼든 것 같아요.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일을 필요한 만큼만 줄이고 학업과 병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어도 이렇게 안하면 안 되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또 본업에만 매달렸을 때는 매너리즘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음식을 접하면서 기존에 하던 일도 더 새롭게 다가왔고, 또 더 즐길 수 있게 됐죠. 한마디로 안정감이 생겼어요. 요리와 패션의 상관관계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구상하다 보면 패션 광고를 만들 때 쓰이는 키워드들이 똑같이 적용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무래도 요리든 패션이든 모두 사람의 생활을 반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삶의 다음단계 40대 초반이다 보니 인생의 후반부를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7~8년간은 광고 프로듀서 황수경에서 레스토라터 황수경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과도기가 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취미였지만, 이제 음식은 저의 새로운 꿈이 되어버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