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세는 여성 솔로들, 여성 솔로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아이돌과 아이유로 나눠지던 가요계에 여자 솔로 바람이 불고 있다. 에일리, 주니엘, 이하이가 그 주인공으로 갓 데뷔한 신인으로서 전에 없는 이슈를 만들어냈다. 에일리는 지난해 상반기에 싱글 ‘헤븐’을 발표했는데, 그녀의 진가는 KBS <불후의 명곡 – 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드러났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라이브 실력은 물론 여유로운 무대 매너, 노래에 따라 180도 변신하는 팔색조 같은 매력을 선보인 것이다. 지난 10월 발표한 미니앨범에서는 가창력을 제대로 뽐낼 수 있는 ‘보여줄게’를 타이틀곡으로 골랐다. 그리고 그 노래는 KBS <뮤직 뱅크>에서 10주 연속 1위의 기록을 세우고 있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끌어내렸다.

주니엘은 실력보다 얼굴이 먼저 알려졌다.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외모만 봐서는 신인 여배우인지, 모델인지, 가수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순간, 알쏭달쏭한 그녀의 존재감은 확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데뷔곡 ‘일라일라’는 20주 이상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고, 새롭게 발표한 앨범 ‘원앤원’의 타이틀곡 ‘나쁜 사람’ 역시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주니엘은 지난해 데뷔한 신인 중 유일한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았다. 미니 앨범에 자작곡 세 곡을 수록한 것에 이어, 새 앨범에도 자작곡을 네 곡이나 넣었다. 19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시상식에서 신인가수상을 수상하며 에일리와 연말 신인상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다.

에일리와 주니엘의 활약이 돋보인 건 사실이지만, 최고의 여자 신인 가수를 꼽는다면 단연 이하이다. 상반기 가요계의 새로운 이슈를 만든 가수가 버스커버스커라면 하반기 음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가수는 이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K팝 스타> 시즌 1에서 양현석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그녀는 Y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지난 10월 데뷔곡 ‘1 ,2, 3, 4’를 발표했다. 2년째 연습생 신분인 <슈퍼스타K 2>의 강승윤을 밀어내고 소속사와 계약한 지 몇 달 만에 데뷔에 성공한 것이다. 요즘 제일 잘나가는, 틀린 예감이란 없어 보이는 양현석의 감은 역시 적중했다. 이하이는 데뷔곡 발표 이후 23일 연속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걸그룹 잡는 신인’으로 등극했다. 11월 둘째 주 주간 다운로드 차트에서는 66만 7549건의 다운로드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67만 건의 빅뱅, 싸이 열풍에 밀리지 않는 수치다.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트리플크라운을 수상했다. 이미 <K팝 스타>에서 증명했듯이 무대매너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여고생처럼 수줍게 웃다가도 노래를 시작하면 소울풀한 중저음 보이스와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했다. 미국 언론에서도 이하이를 주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온라인판은 이하이의 가창력을 아델에 비유하며 이하이가 데뷔곡 ‘1, 2, 3, 4’로 한국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고 전했고, <빌보드>도 이하이를 ‘괴물 신인’이라 부르며 이하이의 데뷔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어 발표한 디지털 싱글 ‘허수아비’도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하며 인기를 이어갔다.

기존 걸그룹에서 빠져나온 가인과 현아도 선전했다. 두 번째 솔로 앨범 <Talk about S>를 발표한 가인은 ‘피어나’를 선보이며 주요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가인’, ‘가인 피어나’ 등을 실시간 검색어로 등극시켰다. 사랑의 벅찬 감정을 표현한 노래와 무대는 가인의 성숙한 면모를 드러내는 데 적합했다. 두 번째 솔로 미니음반을 발매한 현아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정식 앨범을 발매하고 음원을 공개하기도 전에 공개된 현아의 타이틀곡 ‘아이스크림’ 티저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100만 뷰를, 공개 10일 만에 한국 가수 중 신기록을 수립하며 유튜브 최단 기간 2천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가인과 현아 둘 다 노래 자체보다는 뮤직 비디오와 안무의 선정성이 훨씬 더 주목받았지만 각
그룹의 ‘얼굴’답게 자존심을 지켰다.

소리 없이 활동했지만 묻혀버리기에는 안타까운 이름도 있다. 강아솔은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지난해 첫 번째 정규 앨범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발매했다. 관조적인 가사와 멜로디, 어떤 계절에 들어도 그때의 시간에 들어맞는 오묘한 강아솔의 목소리는 이 음반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여기에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만드는 이랑이 빠지면 섭섭하겠다. 그녀는 집에서 기타 치며 노트북으로 녹음해 발매한 1집 <욘욘슨>에서 이랑이기에 가능한 것들을 보여주고 들려줬다.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 있는 노래로 패션과 영화계의 꾸준한 러브콜까지 받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그 많던 남자 솔로 가수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