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연애’의 관점에서 다시 본 4편의 영화. 그들이 싸우고 헤어지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연애를 할때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교훈들을 모았다.

궁금하면 지는 거다 | 클로저(Closer, 2004)

줄거리 우연히 마주친 엘리스(나탈리 포트먼) 와 운명적인 사랑을 시작한 댄(주드 로)은 유부녀인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를 보자 마자 한눈에 반하고 매달리는 엘리스를 뒤로 한 채 떠난다. 그들은 만났다 헤어졌다 매달렸다 버리기를 반복하며 각자의 사랑을 찾아간다.

교훈 연애를 할 때 과거사 고백은 금물이다. 당신이 과거를 말하는 순간, 또는 남친의 과거를 듣는 순간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고 보면 된다. 남자가 여자의 과거를 궁금해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더 심각해진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무언가를 캐내야겠다는 의지로부터 추궁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여자의 과거를 알고 난 후에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댄은 남편까지 있는 안나를 꾀어낸 주제에 그녀의 행적에 대해 캐묻고, 엘리스에게는 헤어져 있는 동안 어떤 남자를 만났냐고 다그친다(찌질한 남자의 전형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스가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하자 댄은 “난 과거에 집착하니까. 루나틱이니까”라고 대답한다. 상대방의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과의 연애는 하루라도 일찍 끝내는 것이 맞다. 그들은 현재에 충실할 수 없고, 미래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과거는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어떠한 경우에도 발설해서는 안 된다. 남녀 사이에서는 ‘부러우면’ 지는 게 아니라 ‘궁금하면’ 지는 거다.

비극을 부르는 남자의 자격지심 |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2010)

줄거리 촉망받는 의대생 신디(미셸 윌리엄스)는 로맨틱하고 자상하고 재미있고 잘생긴, 그러나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딘(라이언 고슬링)과 결혼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간다.

교훈 딘과 신디는 서로의 처지가 다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서로를 운명이라 생각했기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치른다. 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바로 딘의 ‘자격지심’ 때문이다. 신디는 최선을 다한다. 아이를 키우고,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딘이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그를 이해하고 배려한다. 그러나 딘은 언제나 운명을 운운하며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고, 끝없는 불만만을 이야기할 뿐이다. 직업과 가정환경에 차이가 있어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나갈 수 있지만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과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관계를 이어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대화’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놓은 세상 안에서 끝없이 자신을, 나아가 상대방을 가학한다. 능력 없는 남자는 용서할 수 있지만 자격지심이 있는 남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용기 있는 말 한마디가 역사를 바꾼다 | 건축학개론(2012)

줄거리 숫기 없는 스무 살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에게 반하지만 어떤 말도 전하지 못한 채 그녀를 오해한다. 15년 후의 어느 날, 서연은 건축가가 된 승민을 찾아가고 자신의 집을 설계해줄 것을 부탁한다.

교훈 연애를 못하는 남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공통점이 있다. 좀처럼 들이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바람둥이에게 여자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는 그들이 잘생겨서도, 잘나서도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온힘을 다해 들이대는 뚝심이 있기 때문이다. 연애 경험이 별로없는 여자라면 100% 넘어갈 수밖에 없다. 반면 용기 없는 남자는 고백할 대사를 연습하며 허송세월을 보낸다. <건축학개론>의 승민이 딱 그렇다. 그런 남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면 서연 역시 좀 더 적극적이었어야 한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면 15년 후에 이혼녀와 약혼남으로 만나는 일 없이 함께 살 집을 설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용기 있는 말 한마디가 역사를 바꾼다. 남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유부단한 남자는 위험하다 | 섹스 앤 더 시티1(Sex And The City, 2008)

줄거리 뉴욕의 ‘골든 걸’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사만다(킴 캐트럴),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 그리고 미란다(신시아 닉슨)! 남 부러울 것 없는 직업에 화려한 외모와 스타일로 무장했지만 그들 역시 언제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다.

교훈 드라마까지 포함해서 무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캐리와 미스터 빅(크리스 노스)은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100% 확신이 안 선다는 이유로 캐리를 완전히 밀어낸 빅은 다른 여자와 만난지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고는 다시 캐리와 만나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하고, 캐리에게 돌아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우유부단의 지존인 빅은 결혼식 날 증발해버리고 며칠 뒤 캐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다 망친 거 알아. 하지만 널 영원히 사랑할게”.

망신과 상처를 원폭급으로 받은 캐리는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빅은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캐리의 뒤통수를 쳤다. 혼자 멋진 척은 다하지만 우유부단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철저히 이기적이었다. 다 줄 것처럼 덤비다가도 한순간 돌아서는 남자보다는 조금 덜 열정적이어도 한결같은 남자가 낫다. 불안한 마음으로는 행복할 수 없고 내가 행복해야만 사랑도 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