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의‘ 골드’는 자신의 정통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택했다.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동시에 어떤 컬러보다 예쁠 수 있는 황금빛 매력을!



제정 러시아의 사치스러움이 담겨 있는 파베르제 달걀에서 영감을 받은 발맹의 화려하고 장식적인 의상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톰 페슈가 지휘했다는 메이크업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데 순간 깨달았다. 메이크업이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 아니라 메이크업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톰 페슈는 설명했다. 골드 장식으로 번쩍거리는 의상을 입었으니 편안한 소녀 얼굴을 유지하고 싶었고 그래서 브론저와 블러셔 단계를 빼버리고 갈색의 마스카라만 발랐다고. 그리고 멋지게 명명했다. “저는 이것을 ‘날것의 쿠튀르’라고 불러요!”

1. 나스의 골드 멤버 크림 블러쉬 5.5g 3만9천원. 2. 샤넬의 일뤼지옹동브르 89호 비젼 4g 4만5천원. 3, 8. 입생로랑의 데생 뒤 르갸르워터프루프 아이펜슬 8호 1.2g 3만원. 4, 10. 이니스프리의 에코 네일컬러 77호 황금빛 대지 10ml 2천5백원. 5. 코스메 데코르테의 AQMW아이섀도우 019호 5.4g 8만7천원. 6. 캐슬듀의 오버세팅 글로스크리스탈 글리터 6호 리얼젬 스파클 샤인 4.35g 1만원대. 7. 메이크업포에버의 아쿠아 아이즈 9L 1.2g 2만6천원. 9. 에스티 로더의 퓨어칼라 젤리 파우더 아이섀도우 사이버 골드 3.5g 3만1천원대.

맞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패션도 쿠튀르, 여기에 매치하는 메이크업도 쿠튀르가 아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날것의 쿠튀르’인데 그렇다고 제정 러시아풍의 패션만 추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인지 아티스트들과 코스메틱 브랜드들은 메이크업으로 골드를 뽐낼 수 있도록 다양하고 새로운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늘 패션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다운 색상의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는 디올은 카키와 브라운만으로 사파리 룩을 구성했던 기존의 색조합에 대등한 비율의 골드 섀도를 섞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파티 메이크업으로나 여겨졌던 ‘골드’는 이제 일상적인 컬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동안 백스테이지에서 마주한 골드의 존재감은 계속 상승하더니 이번 가을/겨울 시즌에 정점을 찍은 듯했다. 그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생각은 좀 달랐다.“골드는 클래식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정말 오랫동안 매 시즌 사용되고 있죠.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이나 레드 립처럼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세드릭 샬리에 쇼의 메이크업을 맡은 카린 라만은 골드의 존재감을 ‘클래식’이라 칭할 정도였다. 디올 쇼의 메이크업을 연출한 팻 맥그라스는‘ 미니멀한 럭셔리’ 로 표현했다. “골드로 하이라이트를 주었죠. 골드 하이라이트는 이번 시즌 디올을 위한 다소 미니멀하고 럭셔리한 마무리예요”

이번 시즌 골드는자주빛 같은 다른강렬한 컬러들과공존한다. 눈 밑라인을 따라 과감하게골드 아이섀도를 발라럭셔리함을 강조한메이크업.11. 바비 브라운의 쉬머브릭 컴팩트베이지 10.3g 6만8천원.12. 입생로랑의 퓨어 크로마틱스 5g7만2천원대. 13. 메이크업 포에버의다이아몬드 파우더 16호 2g3만6천원. 14. 베네피트의 크리즈크림 섀도우/라이너 패런하이트패브 4.5g 3만원. 15. 슈에무라의아이팔레트 민트 앤 바닐라 팔레트6g 7만9천원. 16. 조르지오 아르마니의아이즈 투 킬 아쿠아 컬렉션 캐럿 골드4g 4만4천원. 17. 보브의 글램 아트아이즈 4색 일루미라이트 팝골드 2g1만3천원대. 18. 디올의 베르니듀오 골든 정글 중 148호 10ml×23만9천원.

몇몇 아티스트는 이번 시즌에 연출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 눈 안쪽에 골드를 칠하는 게 좋아요. 눈 안쪽의 섬세한 부분이 메이크업 전체에 화려함을 불어넣기 때문이지요. 입술에도 같은 색상을 사용했는데 어때요? 메이블린의 플레져 미 레드로 입술 가장자리를 표현하고 턱에도 조금 사용했어요.” 아미나카 윌몬트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샤론 도우셋의 말이다.

이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들, 즉 ‘은은함과 세련됨’이라는 목적으로 태어난 베이지인지 골드인지 모호하거나 펄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골드 섀도로는 부족하다. 골드인지 골드 기운이 있는 실버인지 그 중간이어도 안 된다. 심지어 노란색이 도는 순금에 가까운 골드 컬러와 누가 봐도 반짝거리는 펄을 지녀야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눈가나 입술에 포인트를 주더라도 좀 더 고급스런 이미지를 주기 위한 골드 메이크업 아이템들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컬러와 믹스되는 골드’도 트렌드인데, 오히려 이런 노골적인 컬러감이 다른 컬러와 믹스될 때 과감하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때문에 신개념의 피그먼트로 완성된 아이섀도가 전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이즈 투 킬 아쿠아 컬렉션은 마치 구슬처럼 컬러를 깊이감 있고 반짝이는 효과를 선사한다. 샤넬의 레 에쌍시엘 드 샤넬의 에끌레어와 디올의 꿀뢰르 골드 스팟라이트는 환한 시어 골드색이라 단색 골드만이 아니라 베이지나 블루, 푸시아 등의 컬러 섀도와 함께 섞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융통성이 있다. 광대에 반짝이는 골드빛의 광채를 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나스의 ‘베르사유’라는 이름의 샴페인 골드 컬러 네일 폴리쉬, 골드 멤버 크림 블러쉬는 각각 손톱과 얼굴에 여러 번 겹쳐 바르면 깊이감 있는 골드 레이어링까지 가능하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여성에게 내재된 힘은 그 여성의 눈에서 감지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고귀하고 클래식하며 조금은 럭셔리해 보이는 황금빛 눈매는 의기소침해지기 쉬운 당신에게 어쩌면 힘을 불어넣어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