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제모기를 달고 사는 그녀들에게 물었다. 집에서 제모할 때 덜 아프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 무어냐고. 그리고 제모를 왜 집에서 하느냐고.

필립스의 사티넬 아이스 프리미엄 제모기. 촘촘하게 박힌 집게가 털을 확실하게 잡아 제모율이 높고, 아이스 쿨러를 부착해 자극을 최소화했다. 10만3천원.

필립스의 사티넬 아이스 프리미엄 제모기. 촘촘하게 박힌 집게가 털을 확실하게 잡아 제모율이 높고, 아이스 쿨러를 부착해 자극을 최소화했다. 10만3천원.

 

1 빈틈없이 확실하게 뽑아주는 전기 제모기

제모를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족집게를 썼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털이 가늘어서 레이저 시술을 받기에는 돈이 아까웠고, 굳이 면도기나 크림 같은 것을 쓰지 않고 뽑는 것으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털이 족집게만 가져가면 어딘가에서 튀어나왔다. 뽑자니 귀찮고, 내버려두자니 찝찝한 정도의 두께와 양을 가진 몸이 원망스러웠다. 직업의 특성상 한겨울에도 민소매의 드레스를 입을 일이 많다 보니 1년 내내 제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일이 족집게로 뽑는 것에도 한계를 느끼게 됐을 때쯤 전기 제모기를 접하게 됐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작은 집게들이 미세한 털까지 뽑아주는 게 신기했다. 인터넷 후기로 접했을 때에는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걱정이 됐었는데 털이 얇아서인지 족집게로 하나씩 뽑을 때보다 훨씬 덜 아팠다. 시간이 절약된 건 말할 것도 없고, 털이 중간에 끊기는 일도 적었다. 제모기의 집게에 털이 제대로 들어가야 확실하게 뽑히고 덜 아프기 때문에 노하우라고 하면 털을 올곧고 힘있게 세우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제모를 하기 전 제모 부위를 찰싹찰싹 때려서 약간의 자극을 준 다음(그래야 털이 뽑힐 때 덜 아프다) 정전기가 잘 일어나는 소재의 옷으로 살짝 문지른다. 이렇게 하면 전기 제모기를 사용했을 때 사이사이에 털이 남는 일이 줄어든다. – 김보경(첼리스트)

토니모리의 클리어 제모 크림. 알로에베라로 피부 자극을 줄였다. 80g 6천5백원.

토니모리의 클리어 제모 크림. 알로에베라로 피부 자극을 줄였다. 80g 6천5백원.

 

 

2 차갑게 식힐수록 자극이 줄어드는 제모 크림

사실 제모를 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순전히 남들 눈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몸에 털이 많다고 해서 그리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팔 전체에 고르게 나 있는 털은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질 때부터 나를 귀찮게 한다. 물론 매끈한 팔뚝이 보기 좋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게 게으름 피우지 않고 꾸준히 제모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팔뚝과 다리의 털을 제거할 때에는 제모 크림을 사용한다. 제모 크림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서 혼자, 간단하고, 쉽고, 빠르게, 넓은 면적을 한번에 제거할 수 있다는 것. 대부분의 제모 크림이 털을 녹이는 방법이다 보니 제모를 한 다음 피부가 벌겋게 되기도 하지만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더 안전하더라. 면도기로 제모를 하면 각질이 생기기도 했는데 크림은 그런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크림을 여러 해 사용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는데 크림을 바르기 전 피부를 최대한 차갑게 유지하는 게 좋다. 얼굴에 스크럽을 사용하기 전 따뜻한 물로 모공을 열어주면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의 역발상으로 피부가 차가우면 모공이 좁아져 피부 자극이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는데 벌겋게 올라오는 현상이 줄어든다. 게다가 털이 깎이는 것에는 변함이 없이 잘 깎인다. 제모 크림은 비싼 걸 써도 벌겋게 올라오는 건 똑같더라. 자주 쓰는 만큼 잘 깎이고 저렴한 제품을 좋아한다. – 김현아(패션 디자이너)

러쉬의 프린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나는 쉐이빙 크림. 100g 1만8천2백원.

러쉬의 프린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나는 쉐이빙 크림. 100g 1만8천2백원.

 

 

3 날면도기의 효과를 높여주는 셰이빙 크림

감수성이 풍부할 때에는 영화 속에서 거울 앞에 선 남자 배우가 면도를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설레었다. 내가 그 모습 그대로 크림을 다리 위에 바르고 열심히 제모를 할 거라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결단코 그 모습에 반해 날면도기로 제모를 하는 건 아니다. 날면도기의 장점은 무엇보다 간편하고,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이때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셰이빙 크림을 사용한다. 셰이빙 폼보다 시간과 공을 더 들여야 하지만, 그만큼 제모 후에도 피부가 건조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샴푸를 할 때 두피가 유효 성분을 흡수할 시간을 두고 헹궈내는 것처럼 셰이빙 크림을 바른 다음에도 30초 정도의 시간을 두고 제모를 하면 털도 부드럽게 밀리고 피부가 충분히 촉촉해져서 자극도 덜 받는다. 그리고 제모 후에 크림을 바르면 겨드랑이처럼 땀샘이 발달한 부위는 금세 끈적여서 답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크림으로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나중에는 흡수가 빠른 젤 타입의 제품으로 피부를 진정시키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 김지현(메이크업 아티스트)

쉬크의 인튜이션 내추럴. 천연 알로에와 비타민E를 함유해 피부를 진정시키는 모이스처라이징 바가 달려 있다. 물에 살짝 녹으면서 윤활제 역할을 해 부드러운 제모가 가능하다. 1만9백원.

쉬크의 인튜이션 내추럴. 천연 알로에와 비타민E를 함유해 피부를 진정시키는 모이스처라이징 바가 달려 있다. 물에 살짝 녹으면서 윤활제 역할을 해 부드러운 제모가 가능하다. 1만9백원.

 

4 적당한 간격 유지가 생명인 면도기

어쩌다 제모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혼 후 처음 남편과 제모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면도기로 제모를 한다고 하니까 정말 깜짝 놀라더라. 요즘에는 다 레이저 시술을 받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드라마에서처럼 테이프(왁싱 스트랩을 이야기하는 거겠지)를 붙였다 떼는 거 아니냐면서. 남자가 턱에 난 수염을 면도기로 미는 것과 여자가 몸에 난 털을 면도기로 미는 게 뭐가 다른 걸까? 지금껏 몇 년 동안 면도기를 써온 나로서는 차이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남편은 위험하지 않냐고, 깎고 나면 털이 더 굵어지지 않냐고, 피는 안 나냐고 묻기도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매일 면도를 하는 남편의 턱수염은 하나당 지름이 몇 mm는 됐어야 할 거다. 개인적으로는 면도기만큼 편한 게 없다. 안전하게 깎는 기술과 제품 선택만 잘하면 말이다. 털의 뿌리까지 바짝 깎기 위해 밀착력을 높이면 피부가 상할 수 있고, 그렇다고 밀착력이 너무 떨어지면 깨끗하게 깎이지 않으니 이 둘의 간격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에는 셰이빙 크림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되도록 윤활제 역할을 하는 모이스처라이징 바가 부착돼 나오는 제모용 면도기가 많은데 쓰기 편한 장점 외에도, 모이스처라이징 바가 피부와 면도기 사이의 간격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해서 피부에 주는 자극이 덜하다. 사용하기 직전에 미지근한 물을 묻혀 바를 살짝 부드럽게 녹이는 게 좋다. 잘 미끄러진다고 해서 면도날이 털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으니까 제모 걱정은 안 해도 된다. – 홍정미(코스메틱 PR)

(왼쪽) 트리아의 플러스 제모기. 레이저가 체모의 검은 색소에 열을 가해 모낭에서 털이 나는 것을 막는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 59만9천원. (오른쪽) 실큰의 센스필. 병원 제모 장비의 IPL 기술을 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출력으로 개발해 안전하게 제모할 수 있다. 69만원.

(왼쪽) 트리아의 플러스 제모기. 레이저가 체모의 검은 색소에 열을 가해 모낭에서 털이 나는 것을 막는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 59만9천원. (오른쪽) 실큰의 센스필. 병원 제모 장비의 IPL 기술을 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출력으로 개발해 안전하게 제모할 수 있다. 69만원.

 

5 강도 조절로 통증을 줄이는 레이저 제모기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이저 제모기가 나왔다고 했을 때 신기한 건 둘째 치고 ‘과연 제모 경험이 전무한 남자가 쓰기에도 무리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소 남자는 털이 없는 게 많은 것보다 더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털이 난 부분 전체에 사용하지는 못하고, 넓게 퍼진 부위를 조금 좁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권장 사용법에 충실하게 원하는 부위의 털을 짧게 깎고 정확하게 이틀 뒤(털이 살짝 자란 다음에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 기계를 갖다 댔다. 처음 사용했을 때에는 레이저 강도를 가장 낮게 했는데도 족집게로 뽑을 때만큼의 통증이 왔다. 다행히 두세 번 연속으로 하니 그새 적응이 됐는지 덜 따끔거렸다. 그래서 바로 최고로 강한 5단계 강도로 올렸다. 체모가 굵은 탓도 있었지만, 정말 ‘악’ 소리 나게 따끔거렸다. 전신이 흠칫 놀랄 정도로. 곧바로 1단계로 줄여서 제모를 했더니 좀 전의 통증 때문인지 확실히 덜 아프게 느껴졌다. 이것도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레이저를 강하게 한 번 쏘고, 바로 약하게 바꾸면 고통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가장 덜 아픈 방법은 약한 강도로 조금 더 꾸준히, 오래 하는 것밖에 없다. 냉찜질을 먼저 해보기도 하고, 털을 더 바짝 깎아도 봤지만 이게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그리고 집에서 스스로 하는 레이저 제모기는 어떻게 쓰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꾸준히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를 보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 그래서 혼자 쓰기보다는 제품을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과 돌려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기 차례에 쓰지 않으면 다음 차례로 넘어가게 되니까 이렇게 동기를 부여하는 거다. – 황민영(<얼루어> 뷰티 에디터)

래디언스의 노노헤어. 광열기술과 열파장 전달 기술로 모근의 성장을 억제한다. 30만원.

래디언스의 노노헤어. 광열기술과 열파장 전달 기술로 모근의 성장을 억제한다. 30만원.

 

6 마른 피부에 더 효과적인 열파장 제모기

피부가 예민해서 제모 크림을 사용하면 피부가 울긋불긋해지고 약간 오톨도톨하게 부어 오른 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왁싱 스트립도 마찬가지. 그래서 가장 즐겨 쓰는 방법이 면도기였다. 면도기로 밀고 나면 피부가 살짝 건조해지기는 했지만, 알로에베라 젤을 바르면 해결이 됐다. 그러다 접한 게 열파장으로 체모를 태우는 방식의 제모기였다. 피부과에서 쓰이는 광열기술에 열파장 전달 기술을 합친 제품으로, 피부 겉에서는 미세하게 열이 느껴지지만 피부 속의 체모까지 열이 전달돼 일주일에 3번씩 두 달 정도 사용하면 체모가 점점 얇아지면서 모근의 성장을 억제한다고 했다. 사용을 하면서 얻은 팁은 열로 작용하는 방법이다 보니 제모기를 사용할 때 피부가 확실히 마른 상태에서 할 때 효과가 더 좋다는 거다. 그러니 샤워를 한 다음 바로 하는 것보다는 샤워를 하기 전에, 털이 자란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는 깎은 다음 2~3일 지난 뒤에 사용하는 게 좋다. 열을 전달하는 팁으로는 굵은 체모가 잘 깎이는 편은 아니라서 털이 많은 부위에 사용할 때에는 제품을 사용하기 2~3일 전에 면도기로 밀어두는 게 좋다. – 방혜원(첼코스메틱 PR)

비트의 애프터 쉐이빙 보디 모이스춰라이저. 알로에 베라 성분이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천연 허브 성분이 털을 부드럽게 한다. 250g 1만5백원.

비트의 애프터 쉐이빙 보디 모이스춰라이저. 알로에 베라 성분이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천연 허브 성분이 털을 부드럽게 한다. 250g 1만5백원.

 

7 제모 후 피부를 다독이는 모이스처라이저

집에서 제모를 할 때 특별히 즐겨 쓰는 방법은 없다. 긴박한 상황일 때에는 편의점에서 면도기를 사서 하기도 하고, 새로 나왔다는 제모 크림을 쓸 때도 있고, 자극이 적어졌다는 왁싱 스트립을 쓸 때도 있다(하지만 아직까지 아프지 않은 왁싱 스트립은 못 써봤다). 어떤 방법으로 제모를 하느냐보다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 진정시키느냐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는 건 매한가지라서 어떻게든 빨리 진정시키는 게 뒤탈이 없다. 먼저 얼음 2개를 키친타월에 싸서 갖다 댄다. 물이 흐른다고 수건으로 싸면 시원해지는 데 오래 걸리고, 얼음을 바로 대면 녹아서 물이 흐르는 것도 귀찮고 살갗이 차갑다 못해 따가워서 오래 대지를 못한다. 그렇게 식힌 피부에 지난여름 쓰다 남은 애프터 선 케어 제품을 바르면 순간적으로 피부가 시원해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애프터 셰이빙 전용 보디 모이스처라이저를 하나쯤 준비해두는 것도 좋다. 발랐을 때 당장 시원한 느낌은 비슷하지만, 확실히 새로 나는 털이 부드럽게 자라서 피부가 쓸리거나 찔리지 않는다. – 오유정(일러스트레이터)

블리스의 포에틱 보디 왁싱 스트립. 왁스가 발려 있어 왁스를 녹이거나 따로 바르는 과정 없이 붙였다 떼는 것으로 제모가 된다. 필요한 부위의 크기에 딱 맞도록 잘라서 사용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30매 & 아줄렌 오일 1병 5만8천원.

블리스의 포에틱 보디 왁싱 스트립. 왁스가 발려 있어 왁스를 녹이거나 따로 바르는 과정 없이 붙였다 떼는 것으로 제모가 된다. 필요한 부위의 크기에 딱 맞도록 잘라서 사용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30매 & 아줄렌 오일 1병 5만8천원.

 

8 스피드와 각도가 중요한 왁싱 스트립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경우를 대비해 여행가방에는 늘 셀프 왁싱 스트립을 넣어 다닌다. 기내라 면도기 반입이 불가능한 이유도 있고, 부피가 적기도 하고, 모근까지 깨끗하게 제거돼 체모가 다시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투자 시간 대비 효과가 가장 좋다. 스트립으로 제모를 할 때에는 먼저 사용하는 제품의 사용 설명서를 충분히 읽는 게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이겠지만 여러 스트립을 사용해본 결과 제품마다 붙이고 있는 시간도 조금씩 다른데, 감을 믿고 하던 대로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꽤 있다. 그리고 스트립을 붙이기 전에 털을 한쪽 방향(털이 난 방향)으로 쓸어놓는 게 좋다. 떼어낼 때에는 보통 털이 난 반대방향으로 떼어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건 최대한 빠른 속도로, 스트립을 붙인 부분과 수직이 되게 떼어내는 게 아니라 수평을 이룰 정도로 몸에 밀착하여 떼어낸다. 속도가 빠를수록 고통은 줄고, 왁스가 피부에 남아 끈적이는 것도 덜하다. – 양정민(스튜어디스)